"대한민국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만들겠다. (중략) K-방산은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 자동차 등과 더불어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 먹거리이다. 강력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AI 첨단 기술로 무장한 K-방산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저성장 위기를 돌파할 신성장 동력이자, 국부 증진의 중요한 견인차임을 확신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월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K-방산'은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한국에서 초당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분야이다. 그만큼 국민적인 지지도 높다.
이는 외세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좌우되었던 역사에 대한 피해의식, 핵과 미사일을 나날이 고도화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대한 위협 인식,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되어 노무현·문재인 정부로 변형전이된 자주국방 열망, 무기 수출이 한국 경제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군사력과 무기 수출 강국을 향한 열망은 수치로도 입증된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에 따르면, 한국은 비핵 군사력에서 일본을 제치고 2023〜2025년 연속 세계 5위에 올라섰다. 2020년 이전에 10위권 밖에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또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18∼2022년 전 세계 방산수출 시장에서 9위를 차지했다. 특히 직전 5년(2013∼2017년)보다 무기수출 규모가 무려 74%나 증가했다.
수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입도 크게 늘었다. 2013∼2017년에 비해 2018∼2022년 무기수입이 61% 늘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이 기간 수입한 무기의 71%는 미국제이다. 그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의 무기 수출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수치와 한국이 처한 현실을 보면 두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하나는 '한국의 군사력이 역대급으로 강해지고 있는데, 과연 우리의 안보는 튼튼해지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K-방산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데, 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전자의 질문과 관련해선 '군비증강→군비경쟁→안보 딜레마 격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떠올려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후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더 깊은 성찰과 토론을 요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총알을 먹을 수 없고, 탱크로 출퇴근·등하교할 수 없으며, 함정이나 전투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없다.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 이러한 지적이 무기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는 통념을 성찰해보자는 취지이다.
2023년 우리 국민 1인당 군사비 부담액은 925 달러로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정부예산의 '군사화'는 민생 및 기후 위기 대처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재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또 한국은 유엔의 무기거래조약(ATT) 가입국이다. 이 조약은 재래식 무기나 그 부품이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 민간인에 대한 공격, 전쟁 범죄 수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무기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무기 수출은 이러한 조항과 저촉되는 경우가 많다.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이 대표적이다. 2013〜2022년 10년간 무기 수출액이 3배 가까이 늘었고 수류탄·지뢰·어뢰·미사일 등으로 공격용 무기가 99%를 차지했다. 한국이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을 돕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K-방산이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지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용 문제가 그렇다.
방산 기업은 물론이고 언론과 정부가 강조하는 대표적인 경제 효과가 바로 고용창출이다. 일례로 국방부는 방산수출 수주실적이 2022년에 173억 달러를 달성하여, 13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상당수 언론들은 200억 달러를 수출하면 전후방 고용효과가 2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방산 분야의 직접·간접 고용효과는 상당히 부풀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 연구 자료는 이러한 지적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의 산업연구원이 2017년 9월에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우리나라 국방비가 정부 예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10% 수준에 달했지만 제조업 내 방위산업 고용비중은 0.9%에 불과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과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이스라엘의 정부 예산 대비 국방비는 15~17%이고 제조업 내 방산 고용비중은 14%로 분석됐다. 미국의 국방예산 비중은 15%인데, 방산 분야의 고용은 제조업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엄청난 세금을 국방비로 투입해왔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 통계상으로도 나타난 것이다.
미국 브라운 대학교의 전쟁 비용 프로젝트(Costs of War Project)의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소는 1백만 달러를 각 분야에 투입할 경우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를 계산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방산 분야는 6.1명, 보건의료 분야는 11.6명, 초중 교육 분야는 21명, 인프라 분야는 8.7명, 태양력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6.8명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공공 분야의 고용창출 효과가 높은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는 공공 분야의 노동 집약도가 방산 분야보다 높아 더 많은 직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임금이 낮은 경향이 있어 동일한 지출액으로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은 방산이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공공 분야가 방산 분야에 비해 국내 원자재 사용 비율이 높다는 데에 있다.
이렇듯 산업연구원과 브라운대가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이 군사 분야를 조절해 교육·보건의료·신재생에너지·인프라 등 공공 분야 투입을 늘리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다. 또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공공 서비스를 개선해 시민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되고, 고용 확대와 내수 진작을 통해 수출 의존적인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전환은 군사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여 기후 위기 '완화'에도 기여하고 공공 서비스 강화를 통해 기후 변화 '적응'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방산에 의존하는 지역에서 '정의로운 전환'도 도모할 수 있다.
무기도 필요하고 방위산업도 필요하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국뽕'에 취해 'K-방산 증진'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우리 사회와 정치권의 풍토가 '뭣이 중한디'라는 질문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볼 때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신간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를 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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