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IDF)이 지난달 23일 가자지구에서 유엔(UN) 직원을 포함해 의료진 및 구조대원 15명을 살해한 사건이 "실패"였다고 시인했다. 인권단체는 이스라엘이 현장 사령관 해임 외에 전쟁 범죄 조사 없이 또다시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일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 요약을 발표하며 "여러 전문적 실패, 명령 위반, 완전한 보고 실패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당시 현장 사령관이었던 골라니여단 정찰부대의 부사령관을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보고를 한 책임을 물어 해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가자지구 남부 탈알술탄 지역에서 명확히 표시된 구급차, 소방차, 유엔 차량에 타고 이동 중이던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팔레스타인 적신월사·팔레스타인 민방위대 소속 의료 및 구조 활동가에 발포해 15명을 숨지게 했다. 이들의 주검은 살해 일주일 뒤에야 집단 매장지에서 수습됐고 유엔은 이들이 부서진 유엔 차량과 함께 묻혀 있었다고 밝혔다. 유엔은 이러한 사건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이스라엘군에 해명을 요구했고 "의심스럽게 접근한" 차량에 발포했다고 주장해 왔던 이스라엘은 약 한 달 만에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활동가들의 주검을 본 목격자들은 이들에게 결박 흔적이 있었다며 처형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 400명 이상의 인도주의 활동가가 살해됐다.
이스라엘군은 조사 결과를 통해 구조대원들에 대한 발포는 적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판단한 "작전상 오해", 유엔 차량에 대한 발포는 "명령 위반"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야간 시야가 좋지 않아" 군이 "처음에 해당 차량들을 구급차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사망한 15명의 구급대원 중 6명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요원이라는 기존 주장을 유지했다. 또 "무차별적 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목격자들이 제기한 처형 의혹도 부인했다. "하마스가 그러한 시설(구급차 등)을 테러리즘에 반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책임을 하마스에 일부 전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사건 당시 살아남은 1명의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활동가를 억류했고 20일까지 풀어주지 않은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관련 없는 민간인에 발생한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인사 처분 외에 사건에 대한 형사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시딘의 지브 스탈 이사는 이번 사건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군인들이 거의 전적인 면죄부를 받는 또 다른 사례"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국제적 압력에 직면해 빠르게 처리된 것 같다. 지휘관 한 명에 대한 작은 징계 조치가 취해지며 더 광범위한 범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영국 자선단체 팔레스타인 인권을 위한 변호사들(LPHR)의 공동 창립자이자 인권 변호사인 다니엘 마코버 또한 명확히 표시된 유엔 차량에 타고 있는 유엔 직원을 살해한 것만으로도 "단순한 해임이 아닌 군사법원 및 전쟁 범죄 조사의 근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초 가자지구 1단계 휴전 종료 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즉시 재봉쇄했고 지난달 중순부터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45일간 임시 휴전 및 인질 일부 우선 석방을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인질 59명 전원 석방과 종전을 협의하는 "포괄적 협상" 제안으로 맞서고 있어 휴전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인용한 가자지구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한 뒤 지난 1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가자지구에서 1630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4302명이 다쳤다. 전쟁 발발 뒤 지난 15일까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인 최소 5만1000명이 죽고 11만6343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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