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라면은 붇기 전에 먹어야 해

언어를 가르치다 보면 규칙적인 변화와 불규칙적인 변화를 어떻게 구별해 주는가 하는 것이 문제일 때가 많다.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구분해서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어제 아침이 들어온 질문이다. 전문을 옮겨 보면

“교수님~~.

오늘도 문법 질문입니다.

걷다 - 걸으려면(0)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요?

이 경우 모음이나 'ㄹ'로 끝나면 '으'탈락(생략)으로 봐도 되는지요? '불규칙'이 아니라 '탈락'이 맞는지요? 교수님께서 졸업생을 이렇게 챙겨주셔서 오늘도 든든합니다.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와 같은 질문이 들어 왔다. 이 제자는 나이가 많아서 예전애 배운 지식으로 가르치려고 하다 보민 바뀐 문법과 헷갈린 모양이다. 예전 1970년 대에 배운 문법지식은 개념이 현재 우리가 쓰는 것과 다르게 배웠다. 그래서 항상 힘들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독자들이 같은 생각일 것 같아서 질문의 답과 함께 실어 본다.

“답 : ㄷ불규칙동사입니다."

‘걷다’, ‘묻다’, ‘싣다’ 등은 ‘ㄷ불규칙동사’입니다. ‘걷다’에 모음 '아/어, 으'가 연결되면 어간 ㄷ이 ㄹ로 바뀌는 현상입니다. 어간은 단어(동사)의 중심이 되는 부분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지만 가끔 변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불규칙동사라고 합니다.

걷다>걸으니

묻다>물어

와 같이 어간에 있는 받침 ‘ㄷ’이 모음 ‘아/어, 으’와 연결될 때 ‘ㄹ’로 바뀌는 것을 말합니다.

한편 ('땅에)묻다'는 규칙동사입니다.

그 물건은 땅에 묻어 버려라.

라고 할 때는 받침 ‘ㄷ’이 변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은 규칙동사입니다.”

라고 답을 하였다. 그러니까 ‘(땅에)묻다(埋)’는 규칙동사, ‘(엄마한테)묻다(質問)’는 불규칙동사이다. 그러므로 “ 모르는 것은 엄마한테 물어 봐.”라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같은 글자면서 뜻이 다른 경우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라고 한다. 더 깊이 말하자면 동철자이의어(同綴字異義語)라고 한다. 같은 글자를 쓰지만 뜻이 다르다는 말이다. 소리가 같은 것으로는 ‘붓다(쏟아서 담다, 부풀어올라 두둑이 솟다)’와 ‘붇다(늘거나 많아지다, 물에 불어서 부피가 커지다, 살이 찌다)’가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할 때

형, 라면 불기 전에 빨리 와서 먹어.

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라면 붇기 전에 빨리 와서 먹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교양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라면 불기 전에’라고 하니 조만간 이것도 바뀔 가능성이 있는 단어다.

아이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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