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표단, 트럼프 만나 "美 관세 조치 매우 유감·재검토 강력 요청"…트럼프 "큰 진전"

<교도통신> "트럼프, 방위비 문제도 언급"…한미 협상서 방위비 문제 거론 가능성은 낮은 듯

미국이 세계 50여 개 국가에 부과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협상에 착수했다. 일본 측은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17일 일본 방송 TBS는 이번 협상의 일본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16일(현지시간) 미측과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 미국의 경제를 강화하는 포괄적인 합의에 가능한 한 빨리 도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을 포함해 일본 대표단은 이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 등과 75분 동안 협의를 가졌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대표단은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50분 정도 협의를 가졌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경제에서 미국이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솔직한 이해를 표명했다. 또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일본과의 논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이후 진행된 미국과 논의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는 일본과 미국 모두의 산업과 투자 및 고용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을 설명한 후 미국에 일련의 관세 조치를 재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과 미국이 "솔직하고 건설적인 태도로 논의에 임하고 가능한 한 빨리 합의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정상 간 발표를 목표로 할 것"과 함께 "이번 달 안에 열릴 다음 협의 일정을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장관급 외에도 실무급에서도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세 가지 사항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7일 도쿄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쉽지 않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논의가 다음 단계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가장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14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한 바 있다.

이시바 총리는 7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러한 내용을 전했다고 밝히면서 "협상이 잘 풀리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일 양측은 지난 2019년 미일 무역협정을 통해 주요 관세를 철폐하는 합의를 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면서 일본에 별도의 협정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양측은 협정 체결 이후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양측은 "협정과 공동 성명의 정신에 반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했고,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의회에서 "일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러한 설명이 무색해졌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그들이 협정을 위반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미 정부가 부과한 상호관세 대상 국가 중 일본이 사실상 가장 먼저 협상에 나서면서 미일 간 어떤 합의를 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일본 대표단과 만났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일본 무역 대표와 만나 매우 영광이다. 큰 진전"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사진을 게재했다. ⓒ트루스소셜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대표단을 직접 만난 것을 두고 관세를 둘러싼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조급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부과로 인해 달러화 약세와 국채 금리 인상, 물가 상승 등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자칫 트럼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트럼프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파월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경제클럽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연준의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목표에서 더 멀어지게 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파월 의장은 관세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성장과 고용 시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영향이 연준의 추정치 중에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보다 관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해 연준이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관세는 적어도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물가 상승 효과도 더 지속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연준이 금리 조정을 통해 시장에 개입하는 소위 '연준 풋'은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일본과 협상에서 주일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당국자는 일본 대표단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비 부담을 확대를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방위비 분담금 사안을 연계하겠다는 이른바 '패키지딜'이 실제 실행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다음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들에게 방위비 문제에 대해 "무역과는 무관한 사안 중 하나이지만, 타당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논의의 일부로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시킬 것"이라면서 "모든 문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것이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는 한국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미 대선이 열리기 약 한 달 전인 지난해 10월 4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이전보다 8.3% 증가한 1조 5192억 원으로 결정하는 제 12차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 동안 적용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면서 실제 이 협정이 유효할지에 대해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각각 미 재무장관과 무역대표부대표·상무장관과 만나 상호관세 문제를 협의할 예정인데, 이들 협의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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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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