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30년, 해상풍력도 지방정부가 주도할 수 없나

[초록發光] 풍력특별법 제정에 대한 선진지역 주민의 아쉬움

중앙정부 주도의 해상풍력특별법 제정

2025년 2월 27일 국회를 통과하여 3월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3월 25일 공포되었고, 1년 후인 2026년 3월 26일부터 시행된다. 물론 부칙 제1조의 단서 조항에 따라 법률 공포 즉시 '계획입지가 아닌 지역에서는 신규 풍황계측기 설치 신청 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가 금지됨'에 따라, 입도선매를 위한 이른바 '알박기' 형태의 사업추진은 막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에 대해 찬성과 반대 목소리가 국회 통과를 전후로 커졌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견도 있었고, 발의된 초안에 비해서 보완된 조항도 있었지만, 어떤 내용은 전원개발촉진법의 독소조항이 그대로 존치된 것도 있었다. 나아가 돌고래, 물새 등 자연의 소리뿐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도 않았다.

올해 민선지방자치단체 출범 30주년을 맞아 현 정부가 주창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기 위해 이미 18년 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방정부로의 해상풍력발전 사업허가권한 이양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007년부터 제주도를 대상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한 특별한 자치 실험이 시작되어 주민수용성을 높이고,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도 성공적으로 풍력발전을 보급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제주도 내 전체 발전설비의 20%가 풍력이다(422㎿). 2024년 발전실적 기준으로 제주도 전체 발전량의 10%(664Gwh)를 풍력발전으로 공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몇몇 육지 지역으로의 개별적인 확산이 있을 뿐, 일반법을 통한 전국 각지로의 보편적 적용은 시도조차 하지 못 한 채, 그저 특정한 지역에서의 선도 사례로만 남아있다.

실제로 해상풍력특별법은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제303조에 따른 풍력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적용을 제외한다'고 되어 있다(제4조 적용범위). 다시 말해 제주지역에서 추진하는 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해서는 이번에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설명된 적은 없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미 2007년, 그리고 2011년 등 2차례에 걸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을 통해 중앙정부의 육해상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전기사업허가 권한을 제주특별자치도지사로 이양받아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독자적 사업허가기준이 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선도적이었고, 조금씩 확산되던 제주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제도

해상풍력특별법은 기존의 전기사업법 및 개별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특별법으로 통합하여 추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안타깝게도 제주특별자치도와는 달리 다른 지자체의 역할은 수용성 증진을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 및 운영으로만 그치고, 해상풍력발전위원회 구성 및 운영, 해상풍력전담기관의 지정, 예비지구 및 발전지구의 지정, 기본설계의 수립 확정, 발전사업자의 선정, 실시계획의 승인, 환경영향평가의 협의요청, 그리고 28개 개별 법률의 인허가 의제처리 등 나머지 모든 핵심권한은 중앙정부가 갖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지방자치단체가 해상풍력사업을 기획하고, 발전지구를 발굴 지정하며, 발전사업자를 선정하여 인허가를 할 만한 역량이 부족해서, 이 모든 권한을 중앙정부에게 몰아주는 특별법을 만들었는지 단 한 번이라도 법률 제정과정에서 물어봤었으면 했다.

실제 제주도의 선도적인 풍력발전 역사를 보면 단 하나의 선택지만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75년 시작한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 제주도는 이미 1998년 전국 최초의 상업용 육상풍력을 추진하면서, 제주도개발특별법에 따른 제주도지사의 개발사업 시행승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사업허가를 했다.

그리고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으로 개정하면서 2007년에는 20메가와트(㎿) 이하의 태양에너지 및 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전기사업 허가권한을 이양받아 관련 도 조례를 제정했고, 2011년에 발전용량에 관계없이 육해상풍력발전사업에 대한 전기사업허가를 이양받음과 동시에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를 새로 법제화했다.

이를 통해 풍력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선포하였고, 풍력자원의 관리 및 조사, 풍력발전설비의 사후 관리 뿐 아니라, 지방공기업의 풍력발전사업 추진, 풍력발전지구 지정 및 육성, 신재생에너지특성화마을 지정 및 행․재정적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확보하였다. 이후 도 조례 및 고시를 통해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구체적 사업허가 기준과 세부 내용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2012년 설립한 전국 최초의 지방에너지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2015년에는 '공공주도의 육해상풍력발전 사업시행예정자'로 지정하여, 개발 브로커들의 '알 박기' 형태의 사업추진을 전면 봉쇄하였고, 2023년부터는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기관'으로 지정하여 운영 중이다.

2018년 2월, 100㎿ 규모의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가 지정된 이후, 사업시행예정자 지위를 갖고 있던 제주에너지공사는 사업추진 과정에 양 마을 주민들의 의견수렴 및 정보교류를 위해 '마을-공사 간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여 정례적인 운영을 시작했다. 주민들의 해상풍력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마을회와 어촌계를 대표하는 수십 명의 주민을 모시고 영국 해상풍력단지로 선진지 견학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얻은 이후인 2023년 5월에는 사업자 공모를 위한 입찰을 실시했고, 그해 10월 동서발전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2024년 2월에는 사업시행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접 마을 주민뿐 아니라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로도 개발이익을 환원하고, 500억 원 이상의 지역업체 시공참여 의무화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내용도 포함되었다.

이렇게 제주도가 2011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제도는 여러 차례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개정 시행되는 등 자연환경보전과 개발이익의 지역환원을 바탕으로 도내 풍력발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기본 틀로 작동하고 있고, 이번에 제정된 해상풍력발전특별법에 상당수의 유사한 제도들이 반영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그 전에도 2018년 제정된 전남 신안군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화 조례뿐 아니라, 2024년 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에도 제주의 사례를 참고하여 '제31조 신재생에너지자원의 공공적 관리'가 새롭게 포함되었고, 그에 따라 '전북 신재생에너지발전지구 지정 및 개발이익 공유화에 관한 조례'도 제정되었다.

제주에 있는 것과 육지에 없는 것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밝혔듯이 '연방제 수준의 고도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시범사업'이었다. 시범사업이라면 실패한 것은 그 원인을 밝혀 보완해야 할 것이고, 성공한 것이라면 시범사업 결과물의 적용범위를 더 확장하는 게 맞다.

20~30대 20년을 제주에서 살면서 내가 직접 경험을 해보니,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행정적 실험 중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이 기초 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의 폐지였다면, 나름대로 성공한 제도들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풍력발전사업 허가권을 도지사로 이양한 '제303조 전기사업에 관한 특례' 및 '제304조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 조항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지역의 특별자치도특별법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도록 전기사업법 및 시행령 등 일반법을 개정하여 재생에너지 전기사업 허가권한을 전국의 지자체로 이양해 보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해상풍력발전특별법 제정 공포에 따라 해상풍력발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민관협의회 구성 및 운영으로만 한정되어, 핵심적인 권한인 인허가와 지구 지정, 그리고 이를 통한 지역발전 전략수립과의 연계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결국 민선지방자치단체 출범 30년을 맞아 지방정부의 에너지정책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었던 매우 소중한 기회도 사라져 버렸다.

혹자는 지방공무원의 무능함과 부패로 인해 개발허가 권한을 절대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제주의 선도적 시범사례를 봤을 때, 그것은 확대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일방적인 지역 폄훼성 주장에 불과하다.

사실 현재 제주에서 풍력발전 보급이 더딘 이유는 제도의 미비와 주민 반대가 아니라, 전력계통 수용력의 한계가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풍력발전 출력제한이 2015년 발생하기 시작해 벌써 10년이 넘었는데도 그동안 획기적인 계통보강 사업은 미비하였고, 오히려 한국전력은 지난해부터 제주도내 모든 변전소를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하여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또 전력거래소는 지난해부터 '전력시장 제도개선 제주 시범사업'이라는 명목으로 15분 단위 실시간 입찰제를 도입하였고, 그 결과 한전에 돈을 받고 전기를 파는 게 아니라, 거꾸로 돈을 뱉어내야 하는 '마이너스 전기가격'도 올해 들어서만 27차례 발생했다고 한다.

이렇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따라 전력망의 운용과 투자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지역주민과 지역의 에너지사업자를 대변하고 지원할 지방정부의 권한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역의 에너지개발과 운용 권한을 혼자 쥐고 있을 게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허가 및 지역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의 적극적 이양을 고민해봐야 한다. 그와 동시에 이번에 제정된 해상풍력특별법에 명시된 것처럼, 기술개발과 공급망 활성화 지원, 실증단지 조성 등 산업 및 인프라 육성에 보다 큰 관심을 두고 지방정부와 역할 분담을 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지방공무원의 역량강화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통해 가능하고, 이양된 권한에 대한 감시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방의회를 위시한 지역사회의 감시와 견제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보다 나은 길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제주도는 개발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권한이 환경부 장관에서 제주도지사로 이양되었지만, 도 조례를 통해 도의회의 동의 권한을 부여하였고, 마찬가지를 이를 풍력발전지구 지정 절차에도 도입하여 개발지향적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에 대해 지방의회 뿐 아니라, 지역언론과 지역시민사회단체를 통해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풍력발전의 체계적 개발을 통한 지역산업육성 뿐 아니라, 자연환경의 보호를 위해 도 조례에 따라 5년 단위의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최근 수립된 제주특별자치도 제3차 풍력발전종합관리계획은 제주도 풍력발전사업자들의 개발이익을 환원한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사업비로 작성하기도 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풍력발전 50주년이면서, 민선 지방자치단체 출범 30주년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과 지방자치가 함께 나아가려면, 앞으로 해상풍력발전특별법 시행과정에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아우른 지역사회 전체에 더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이지만, 다른 한편 바람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지역사회에 대한 우선적인 접근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바다는 법적으로 공유수면으로서 원래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시민 누구나가 바다와 바람에 대해 말할 권리를 갖고 있고, 가져야 한다. 이렇게 에너지 민주주의는 지금 여기서 시작할 수 있다.

▲풍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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