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관세 인상 직격탄 맞은 애플… "'배신'이나 다름없다"

아이폰 향후 가격 두고는 엇갈린 예측 나와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 인도 등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서 본격적인 무역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이같은 정책이 미국 기업인 애플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폰의 가격 인상을 애플이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두고도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8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자정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최저 관세를 104%로 인상할 예정"이라며 "이는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신문은 "애플은 지난 몇 년간 인도와 베트남에서 제품 생산을 늘리며 생산 기반을 다각화 해왔다. 이 두 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한 곳"이라며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은 관세가 지속될 경우 1000(미국)달러짜리 아이폰 가격이 250달러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무역전쟁 여파를 완화시키기 위해 수년 동안 제조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아이팟이나 애플 워치, 맥북 등의 일부 모델은 베트남에서, 아이폰 16 시리즈를 포함한 저가형 모델은 인도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에도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애플의 제조 다각화 효과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애플의 기기가 어디에서 조립되든 화면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메모리칩, 모뎀 등의 부품이 전 세계에서 공급된다는 점도 문제다. 리서치 회사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16프로 모델의 경우 위에 언급된 부품의 총 비용이 약 507달러로, 소비자 판매 가격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부품들에 모두 관세를 매기면 아이폰의 생산원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플 관계자는 신문에 "수년 전 애플은 (미 정부로부터)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 기반을 다각화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실제로 이행했는데, 이제 인도와 베트남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애플에게는 관세가) 배신이나 다름없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가격 급등 영향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인도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수량으로 전 세계 수요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많은 아이폰이 여전히 중국에서 조립될 것이며, 애플이 어떤 가격 정책을 결정하든 모든 제품에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아이폰 16 모델을 판매하고 있는 애플. ⓒ애플 누리집 갈무리

애플이 관세로 올라간 생산비용을 감당할지, 아니면 소비자에게 전가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문은 "일부 분석가들은 애플이 미국에 재고를 가지고 있는 모든 기기를 판매하면 몇 주 안에 가격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고 예측한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IDC 그룹의 라이언 레이스 부사장은 신문에 가격 인상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어려운 시기에 (애플이 비용을 부담한) 그런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게릿 슈네만은 아이폰이 높은 마진율을 보이고 있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대부분의 다른 회사들보다" 관세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또 그는 애플이 가격을 소폭 올리더라도 휴대전화를 할부로 구매하는 방식이 많은 만큼, 사람들이 체감할 정도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애플이 관세 때문에 제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신문은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다면 미국의 높은 인건비 문제가 있고, 여기에 주로 아시아 공급업체의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는 요인이 있어 아이폰 가격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전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애플의 계획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신문에 "아이폰 제조가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애플이 단기적인 차원의 해결책으로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늘려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라고 신문에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애플의 경우 지난 7일 시가총액 약 6400억 달러가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에도 애플의 주가는 5% 추가 하락한 채 마감됐다.

신문은 "아이폰은 여러 면에서 세계화된 공급망 시대의 궁극적인 상징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설계했지만, 중국과 인도에서 조립되며 다양한 공급업체로부터 부품을 공급받고 각 공급업체는 자체적인 복잡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다"라며 "트럼프는 이러한 시스템을 완전히 없애려는 '경제 혁명'을 선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애플의) 이러한 공급망과 부품 공급업체들이 미국 내에 위치하여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기를 원한다"며 실제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이 지난 6일 미국 방송 CBS에 출연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작은 나사를 조이는 종류의 일들이 미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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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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