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상속세 논쟁인가?
'상속세' 논의가 뜨겁다. 상속세는 사망으로 재산이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대하여 그 취득자에게 과세하는 제도이며, 국세이고 직접세이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속세 논의는 작년부터 시작됐지만 '부자 감세' 논란 등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상속세'다. 뜨겁다는 표현의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야4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다양한 의견의 장이 펼쳐지는 상황을 보면 더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우선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기재부는 이번 개정안 도입에 대해 '상속세 과세체계 합리화를 위함'이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핵심은 '유산취득세' 도입이다. 현재는 물려받는 유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지만 '상속인이 실제로 물려받는(취득하는) 유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인적공제 개편도 포함됐다. 일괄공제 5억 원을 폐지하고, 대신 인당 5000만 원이던 자녀 공제 한도는 5억 원으로 확대하고 배우자 공제 한도도 법정상속분과 상관없이 10억 원까지로 늘렸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안은 정부안과 차이가 있다. 국민의 힘은 배우자 상속공제 한도를 폐지하고, 법정 상속분 제한 없이 '실제 상속분' 전액 공제를 골자로 한 내용을 담아 추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최소 10억 원(일괄공제 5억 원+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인 공제금액을 최소 18억 원(일괄 공제 8억 원+배우자 공제 최소 10억 원)으로 높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유산취득세 도입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국민의힘의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대규모 탈세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 등 이를 막는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상속세 개편의 필요성에 있어 다수가 공감하고 있는 것은 시대 변화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법은 1950년 3월 처음 도입된 이후 1996년과 1999년 상속세율 변동 등이 이뤄지긴 했지만 전면 개편은 75년 만이다. 자산 가격과 물가 상승 폭을 현행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상속세가 과거에는 '재벌들만 내는 세금'이었지만 지금은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있으면 낼 세금'으로 중산층도 예외가 아닌 상황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지난 2월 거래된 서울 지역 전용면적 84평방제곱미터(㎡)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4억 3895만 원, '강남3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구의 평균 매매가격은 20억 원을 넘었다(부동산 플랫폼 직방). 단순 중산층의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의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중산층에게 '아파트 한 채'는 지켜줘야 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15억~20억 원대 아파트가 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인 듯한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나아가 이를 지키는 것이 마치 민생경제의 본질인 것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청년 월 소득은 266만 원에 불과(국무조정실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하고, 이 금액을 오롯이 47년 꼬박 저축해야 겨우 아파트 한 채를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반대로 부모 경제적 지원 없이 일반 청년이 근로 소득만으로 안정적 주거를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일이며 또한 부모의 상속을 통해 서울에 집 한 채를 갖고 시작할 수 있고 없음에 따라 사회 출발선이 다를 수 있음을 증명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부모의 경제적 자원 없이 불안정한 청년세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다. 상속세 개편이 단순히 세율의 조정 문제가 아닌,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대안의 일환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는 상속세가 단지 자산의 이전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 은행'이 있나요?
"이 책은 엘리트 직업에서의 성공이 단순히 '정당한 행운'의 문제라는 믿음에 도전한다. 나아가 우리는 가장 높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의 다수가 특권층 출신이며, 그들의 성공이 '능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음을 입증한다."
사회학자 샘 프리드먼과 대니얼 로리슨은 <계급천장>(홍지영 옮김, 사계절 펴냄)을 통해 1980년대와 1990년대 수많은 정치인과 학자들이 '계급의 종말'을 선포했지만 현실은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든 전체적인 이동률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었으며 개인 노력과 재능만으로는 좋은 직업을 얻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함을 영국 '노동력조사(LFS)' 데이터 분석과 방송사, 다국적 회계법인, 건축회사, 배우 등 175명을 상대로 부모의 직업과 물려받은 경제·문화자본 등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통해 드러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엄마 아빠 은행'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례는 배우로 활동하는 짐과 네이선이라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두 배우의 경력을 외적으로 보았을 때 많은 이들이 네이선이 그저 더 재능 있는 배우라는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네이선이 종종 무보수인 연기 프로젝트 등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배역을 선택 결정 실행해 갈 수 있었던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상당한 액수의 생활비를 대줬을 뿐만 아니라 좋은 위치의 집을 제공하는 등 배우라는 불안정 노동시장에서 그를 보호했다. 짐은 부모의 지원 없이 늦깎이 학생으로 연기학교에 다닌 후 15년 동안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돈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배역을 거부하는 것, 심지어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구심을 표명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저자들은 커리어 초기, '인적 자본'의 축적에 있어 '엄마 아빠 은행'의 접근 여부가 주요하며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완충 장치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임을 밝힌다.
인터뷰 과정에서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은 민감한 주제로 받아들여졌는데, 이들은 증여받은 돈에 대해 '지원'과 '기증'이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했고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밝히고 싶지 않으며 자신이 이룬 일에 대한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를 '엄마 아빠 은행'이 한 사람이 거둔 성공의 도덕적 정당성의 핵심을 타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엄마 아빠 은행'이 개인의 궤적에 미치는 왜곡된 영향은 대중의 시야에서 숨겨진 채로 남으며 이는 다시 말해 특권이 능력으로 오인되며 '계급 천장(class ceiling)'이 된다. 개인의 노력은 그 앞에서 무력하다.
상속세, '자산 불평등' 해소 역할
2019년 민생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산 격차 발생 요인 분석 및 완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상속과 증여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사망이 본격화되면서 그 영향이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소득보다 상속이 자산 축적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초기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은 이후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자산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 핵심은 상속세율로 볼 수 있는데 상속세율 인상이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높은 상속세율은 상위 계층의 자산 축적 속도를 둔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적으로 자산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상속세율을 조정 문제는 자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세대 간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보다 공정한 경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지난 3월 11일 기자 브리핑에서 '부의 대물림' 심화 우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사회 이동성은 한 세목이 아닌, 전체 경제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을 통해 함께 달성해야 하는 목표다. 만약 세금으로 이를 이루고자 하면, 근로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고소득층에게는 누진과세를 확대하는 방식이 전부다. 각자의 세금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시대에 따라 보완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 답변에서 기재부는 상속세 개편이 단순한 세제 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상호작용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상속세 개편은 경제적, 사회적 맥락에서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상속세 개편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영향과 결과는 현재보다 미래 세대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평균 연 소득은 3092만 원이며 평균 대출 잔액은 3700만 원으로 많은 청년이 소득보다 더 큰 부채를 짊어진 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일해도 줄어들지 않는 빚 속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사적 안전망인 '엄마 아빠 은행'을 꿈꾸게 하는 대신 누구나 공정한 출발선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회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고민해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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