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 밴스 미국 부통령 부인을 포함해 미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 그린란드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린란드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이 이들의 방문에 대해 "매우 공격적"인 행동이라며 반발했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은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가 23일 그린란드 신문 <세르미치아크>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을 "매우 공격적"이라고 말했다면서,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의 방문에 특히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에게데 총리는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린란드에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 유일한 목적은 우리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 뿐"이라며 "(그가) 그린란드에 있는 것만으로도 미국인들이 (그린란드를 소유하려는) 트럼프의 의지를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린란드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역 방송사 KNR에 "이러한 간섭은 민주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우리의 자결권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덴마크로부터 그린란드의 독립을 추진해 온 에게데 총리는 그린란드인들이 외교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그린란드를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의 사명에 반발"하는 것이라면서 덴마크를 떠나 미국으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의회 선거에서 에게데 총리 소속의 집권 좌파 정당은 패배했지만, 새로운 연립정부가 아직 구성되지 않아 총리직은 유지중인 상태다.
선거에서 승리해 그린란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옌스-프레데릭 닐슨 민주당 대표 역시 미국 대표단의 방문 시기가 그린란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세르미치아크>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은 우리가 협상 중이라는 사실과 지방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린란드에 오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며 "그린란드 주민들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 통치권을 가지고 있는 덴마크도 반발하고 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서면 논평에서 미국 대표단의 방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규정하면서, 덴마크가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주권의 기본 규칙"에 근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부 장관 역시 덴마크 공영방송 DR과 인터뷰에서 이 방문에 "문제가 있고 존중이 부족하다"며 "이들은 무작위 관광객이 아니다. 그리고 이는 그린란드를 미국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우리에게 요청했다. 우리가 요청하지 않았다. 우리는 초대받았다"며 "우리는 그린란드에서 온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고, 그들이 적절히 보호되는 것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나길 원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그린란드는 아마도 우리의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라고 말해 그린란드를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밴스 부통령의 부인인 우샤 밴스가 이번주 그린란드에서 개썰매 경주를 관람하고 "그린란드 문화와 단결을 기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 방문의 목적이 "그린란드의 자결권을 존중하고 경제 협력을 증진하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이번 방문은 그린란드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에 대해 배우고 미국이 후원하게 된 개썰매 경주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아주 간단하다"라고 말했다.
CNN은 우샤 밴스가 "아들과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로 가서 역사적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린란드 유산에 대해 배우고 그린란드의 국가적 개썰매 경주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27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방문에 마이크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들이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Pituffik) 우주 기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는데, 이곳은 탄도 미사일 경보 시스템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린란드 매체 <세르미치아크>는 보안 인력과 방탄 차량을 실은 미국의 허큘리스 군용 수송기 두 대가 23일 늦게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또 KNR은 덴마크에서 온 경찰관 약 60명도 같은날 누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그린란드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가운데, CNN은 "미국이 개썰매 경주에 대표단을 파견한 적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며, 특히 부통령 부인이 포함된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방송은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 아이디어는 희토류 광물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 영토에 대해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했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이 북극에서 영향력을 놓고 경쟁하면서 이 섬의 미래 안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트럼프는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이러한 아이디어(미국으로의 합병)를 단호히 거부했음에도 무력이나 경제적 강압으로 이 섬을 통제하는 데 거듭 관심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방송은 "그린란드 정치인들은 합병에 반대한다는 신호를 반복해서 보냈지만 희토류 채굴이나 관광 확대, 더 강력한 외교 관계 및 기타 투자를 위한 미국과의 거래에는 열려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신문에서 실시한 1월 여론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인의 85%가 미국에 편입되기를 원하지 않았고, 거의 절반이 트럼프의 관심이 위협이 된다고 답했다"면서 그린란드의 여론이 미국에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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