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퇴원한 자해 시도자,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서리풀연구通] 응급실에서부터 작동하는 정신건강·자살예방 정책 필요

간호학과 재학 중 중환자실에서 실습할 때, 한 조현병 환자가 스스로 목을 그어 입원한 적이 있었다. 자살 관련 문헌을 몇 건 읽었던 터라, 자살 시도를 한 사람은 퇴원 후 다시 시도할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자살 시도로 내원한 환자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궁금했다. 여러 담당 간호사 선생님께 여쭈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입원하는 동안 다시 시도할 수 없도록 손을 묶어 둡니다."

내가 실습했던 병원이나 그 병동, 그리고 간호사들이 자살 시도자에게 특별히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이곳은 사람들이 알 만한 대학병원이었지만, 중환자실 간호사의 대부분은 경력이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이었고, 필수적인 조치에 급급했다. 실적이 되지 않기에 퇴원 후 환자의 삶에 개입할 이유도, 여유도 없었다. 관심이 있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러한 상황과 조건이 자살 시도 환자가 다시 자살을 시도하게 만들고, 병원을 재방문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문헌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아일랜드에서 자해로 응급실에 내원한 사람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이들이 자해를 반복할 위험이 있는지를 분석한 연구(☞관련논문 바로가기: 응급실로 내원한 자해 환자 추적 - 후속진료 패턴과 자해 반복의 위험성)이다. 이 연구는 단순히 통계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자해 환자의 퇴원 후 경과를 추적하며 자살 예방과 의료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자해로 입원한 환자의 절반(49.8%)이 치료 후 응급실에서 퇴원하였고, 37.6%가 병동으로 입원 혹은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였으며, 나머지 12.6%는 입원을 거부하거나 추가 치료를 권유받기 전에 퇴원하였다. 응급실을 퇴원한 환자 중 53.3%는 의료진이 정신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기관에 의뢰하였으며, 17.9%는 지역 정신건강팀, 7.1%는 심리 서비스, 4.6%는 중독 서비스로 연계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환자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채 퇴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응급실에서 퇴원한 환자 중 20.9%는 1년 이내에 자해를 반복했다. 이는 매우 높은 비율로, 응급실에서의 개입이 환자의 미래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자해 경험이 많을수록 재발 위험이 증가했는데, 이는 자해 이력이 이후 발생 가능성과 강한 연관성을 보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과거 자해 횟수가 많을수록 이후에도 다시 자해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연구에서는 자해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심리사회적 평가를 받을 경우 정신 건강 서비스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런데 구급차를 이용해 내원한 경우나 적절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의뢰 없이 퇴원할 가능성이 커졌다. 야간 시간에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대비하여 당직 의료진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한다.

한편 연구 기간 동안 자해 환자의 의뢰 비율이 증가하였는데, 연구진은 2015년부터 응급실 자해환자 치료를 위한 국가 임상 프로그램의 시행된 이후 자원이 부족한 병원에서 의뢰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이는 전담 인력이 충분할 경우 응급실을 방문한 자해 환자에 대한 치료가 개선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최근 공개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통계를 보면 2023년 전국에서 자해·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사례는 4만 6359건으로 전년(4만 1955건)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중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는 2289건이나 되었다. 이때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가 보여주듯이, 자해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퇴원 후 다시 자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응급실 의료진은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개입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할 수 있다. 즉, 응급실 단계에서의 개입이 환자의 장기적인 정신 건강과 자살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고려하여, 실질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자해를 시도한 환자가 퇴원 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퇴원 후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서비스와의 연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지정보

Cully, G., Russell, V., Joyce, M., Corcoran, P., Daly, C., & Griffin, E. (2024). Discharged from the emergency department following hospital-presented self-harm: referral patterns and risk of repeated self-harm. Irish Journal of Medical Science (1971-),193(5), 2443-2451.

▲한 환자가 응급실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은 본 글과 무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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