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을 앞두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을 했던 정성욱 정보사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진급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시를 따르게 됐다며 본인은 계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18일 정성욱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에 따르면 정 대령은 진술서에서 지난해 10월 초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정 대령은 이 통화에서 "노 전 사령관은 제가 지휘조치되어 직무분리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전역이 얼마나 남았나? 김봉규 대령이 먼저 진급하고 다음에 너가 하면 되겠다. 도와주겠다. 본인이 장관과 잘 알고 있는 사이다'라는 말을 하였"다고 전했다.
정 대령은 이어 노 전 사령관이 "이런 내용으로 몇 차례 전화하면서 부정선거 관련 책자와 유튜브 동영상 링크를 텔레그램과 시그널(모바일 메신저)로 저에게 보내면서, 노 전 사령관 자신이 예비역 장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데 교육 자료로 쓸려고 하니까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 대령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일을 도와주라고 본인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부정선거와 관련하여 사전 투표용지, 투표용지가 붙은 것, 선관위홈페이지에 선거인수와 투표인수가 차이가 나는 것 등이었다"며 "내용을 요약해서 처음에는 메일로 보냈는데 노 전 사령관이 텔레그램과 시그널로 보내라고 해서 (그렇게) 보냈고 노 전 사령관이 보낸 유튜브 링크와 파일은 삭제하라고 해서 텔레그램과 시그널에서 보낸 기록은 삭제"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작된 정 대령과 노 전 사령관의 만남은 계엄 직전까지 이어졌다. 정 대령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0일 롯데리아 회동의 참석자 중 한 명인 김봉규 정보사 대령은 노 전 사령관에게 A4 용지 10여 장 분량의 서류를 받았는데, 이것이 정 대령에게도 전달됐다.
정 대령은 해당 서류를 받고 난 다음날 출근해서 살펴본 결과 "앞부분에는 부정선거와 관련한 내용이었고, '계엄'이라는 단어도 있었으며 저와 관련된 내용은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었다"며 "노 전 사령관이 확인 후 세절을 지시했기 때문에 저와 관련된 부분만 간단히 옮겨 적고 원본은 세절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명단 30명과 구매할 물건 목록을 A4용지 4분의1 크기 메모지에 옮겨 적었다"라고 설명했다.
정 대령은 이후 노 전 사령관과 지난해 11월 17일 및 비상계엄 선포를 앞둔 12월 1일 각각 안산에 위치한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과 만났는데, 이 만남은 주로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령은 "12월 1일 오전에 문 사령관이 저에게 전화하여 상록수역으로 오라고 하여, 제 차로 이동하여 상록수역 인근 주차장에 주차했고 김봉규 대령을 만나서 대기 중에 문 사령관이 전화해서 롯데리아로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저와 김 대령은 롯데리아로 가서 문 사령관을 만났고 문 사령관이 햄버거 4개를 주문했다. 잠시 뒤 노 전 사령관이 롯데리아로 들어왔고, 몇 분 후 주문한 햄버거를 받기 위해 제가 자리에서 일어나 햄버거를 받는 곳에서 1-2분 정도 대기하여 햄버거를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먼저 먹고 이야기하자고 하여 햄버거를 먹고 대화 했다"며 당시 상황을 상세히 진술했다.
정 대령은 이 회동에서 노 전 사령관이 문 사령관에게 준비는 다 됐냐고 물어봤고 본인과 김 대령에게는 선관위가서 해야 될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했다면서 "노 전 사령관이 저에게 '너는 선관위 가면 내가 알려준 선관위 직원 30명쯤 될 거야, 그놈들을 출근하는 거 확인해서 봉 선생(김 대령)이 확보한 회의실에 데리고 오기만 하면 된다. 수사는 방첩사에서 한다. 저항하는 놈들이 있으면 케이블타이로 묶어놔' 라고 지시했다. 또 노 전 사령관이 로프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김 대령에게는 "봉 선생 너는 선관위가서 인사부(인사과인지 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안남)에 가서 직원 명단을 확보하면 말 선생(정 대령)에게 줘서 인원들을 확인하도록 해라, 그 다음에 확보한 인원들을 데리고 오면 대기할 회의실을 찾아서 확보해라. 그리고 선 관위 홈페이지 관리자 그런놈들을 찾아서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자수하는 글을 올려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정 대령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문 사령관에게 "점심식사를 준비하고 오후에 버스를 중앙선관위에 보내면 그 차로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로 갈 것"이라는 지시 사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 대해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갖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 라고 이야기 했다며 준비를 제대로 하라고 이야기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진술했다.
이후 정 대령과 김 대령, 문 사령관은 정 대령 차에서 따로 이야기를 했는데, 문 사령관은 "장관님의 지시,명령이 있으면 군인이니까 해야되지 않겠느냐? 이야기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 계엄이라는 것이 선포되면, 장관님 명령을 수행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왕에 할거면 잘해야되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했다고 정 대령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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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저는 몇 년 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기록(무죄)이 있고, 2024년 6월 비밀 및 블랙요원 유출 사건 관련 해당 부대장으로서 3개월 간 지휘조치에 의해 직무분리 명령이 발령되어 업무에서 배제되어 있었던 상황으로, 인사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진급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본인의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저는 정보사령부 100여단에서만 25년 정도를 근무하여 다른 어떠한 인맥도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노 전 사령관이 진급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했을 때 반신반의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으며, 노 전 사령관이 장관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여 정리해 달라고 하는 내용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전문(인간정보) 특기는 내부에서 정보사령관이 부여한 진급추천 서열이 거의 그대로 적용되어 진급을 하는 구조"라며 "정보사령관이 부여하는 진급추천 서열을 받기위해 정보사령관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해 문상호 사령관의 지시를 어기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정 대령은 "이러한 조직의 진급구조로 인해 정보사령관이라는 직책은 인간정보 특기를 가진 장교들은 어떻게 보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며 "특히 대령에서 장군 진급의 경우에는 1명의 장군이 진급하면 3~4명의 대령들이 전역하게 된다. 이러한 장군 진급을 위한 대령의 서열 역시 정보사령관이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휘조치로 직무배제가 되어저는 더 이상 진급하기 어렵다는 실망감으로 힘든시간을 보냈고, 이러한 상황에서 노 전 사령관이 도와주겠다는 말을 듣게 되고, 문 사령관은 저에게 100여단의 공작업무를 총괄하는 사업조정단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하도록 조치를 하여 저로서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문 사령관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 대령은 "계엄과 관련하여 당시에 어떠한 구체적 내용을 문 사령관이 저에게 언급하지 않고 장관님 지시를 따라야 된다는 지시를 하였기에 구체적인 사실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명령을 거부하면) 항명죄가 될 것을 우려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계엄 준비 정황과 관련 정 대령은 "2024년 10월 노 전 사령관이 저에게 인원을 선발하라고 하였으나, 저는 여단장 또는 사령관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거부하였으며, 이후 문 사령관이 저에게 인원을 선발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계엄과 관련된 언급없이 어떤 목적으로 선발하라는 설명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단지 북한에서 대량 집단탈북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문 사령관이 하였기에, 저는 집단탈북이 있다면 우리가 공작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기에 인원을 선별하여 문 사령관에게 보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 및 문 사령관과 계엄을 사전에 계획하거나 모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전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문 사령관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저에게 지시했으며, 문 사령관은 장관님 지시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만 인지하고 있었고, 노 전 사령관은 장관님을 조력하는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폭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11월 17일, 문 사령관과 함께 만났을때, 노 전 사령관이 저에게 '너 뭐하는지 알지, 물건을 준비했나' 라는 질문을 했을 때 제가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너는 왜 이렇게 멍청하냐, 말귀를 못 알아먹냐, 대령씩이나 된 놈이 일을 제대로 못하냐, 똑바로 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 대령은 "11월 22일 또는 23일 경, 갑자기 노 전 사령관이 저에게 시그널로 전화해서 '너도 멍청한 장호원 정보냐. 새끼들이 말을 하면 제대로 알아 처 먹어야지, 나한테 제대로 보고도 안하고' 이러한 말을 했다. 당시 저는 무슨 일인 도 모른 채 노 전 사령관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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