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군 병력이 동원되면서 국방개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육군사관학교를 중심으로 구성된 현재의 군 지배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동북아평화공존포럼과 (사)한반도평화포럼이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쿠데타 방지! 군 개혁 방안'을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정책토론회의 발표를 맡은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군이 헌법이 아닌 특정 인물을 따르게 되면서 비상계엄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 발생의 원인이 군 장성급 인사 시스템에 있다고 지목하면서 "장군 인사에 대해 청와대나 대통령실의 관여가 너무 깊다는 부분이 있는데, 물론 장군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 권한은 맞다. 어느 수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각군의 참모총장이 인사 대상자를 추천하고 국방부 장관이 제청하면 대통령이 재가하는 것이 공식적인 구조인데 최근에는 대통령실이 인사 초기부터 깊게 개입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마지막 단계에서 검증이나 정무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이렇게 개입하면 장군 인사가 정부에 친화적인 인물로 집중되고, 그러면서 군이 정치화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장군이 (최고 권력자의) 어떤 명령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군 출신의 예비역 장군들이 국방부 장관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군 선배가 장관이 되어 작전이나 부대관리를 이야기하면 합참의장이나 각군 총장의 역할과 위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국방부의 탄생 배경 자체가 선출 권력과 군을 연결해서 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각 군을 조화롭게 운영하여 안보 및 군사전략을 통합·조정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특정 군의 장군 출신이 와서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의 인력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노무현 정부 때 국방개혁을 통해 공무원 비율을 70%까지 올리도록 법제화 했다. 그런데 이 비율에는 예비역도 포함돼 있어서 이들을 빼면 민간 비율은 50% 정도이고, 국방부에서 핵심 직위인 정책, 인사, 전력증강 등은 여전히 현역이나 예비역 장성들이 맡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방부가 '육방부'(육군과 국방부를 합친 단어)라고 불릴 정도로 육군의 비중이 크다. 국방부 국장 중에 예비역이 임명되는 자리가 9곳 정도 있는데 이 중 해군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육군"이라며 "국방부가 국민의 관점에서 국방정책을 수립하려면 군보다 공무원이 더 많아지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조언했다.
국회가 군 당국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국회가 예산은 통제하지만 이건 국방정책 흐름 속에 맨 마지막 단계에 있는 것"이라며 "명확하게 예산은 민간통제 영역이고 나머지는 군이 할 역할이라고 장벽을 설정하기 보다는 국회에 대한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국방 문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국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방첩사가 (1979년 군사 반란인) 12.12, 박근혜 정부에서의 계엄령 문건 문제 등 우리 현대사의 탈법과 논란의 중심에 있었는데, 그동안 많은 개혁 조치가 있었으나 보안, 방첩, 신원조사, 군내 동향감시 등 주요 기능을 정지시키지 않으면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기능이 한 개 기관에 집중된 것이 문제"라며 "기능을 분산시켜서 어떻게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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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도균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방첩사령부에 대해 "좌고우면할 시기가 지났다. 방첩사는 이제 군의 역사에서 배제해야 한다. 해체가 필요하다"라며 "보안 기능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보본부가 있고 군 수사 맡을 수 있는 조사본부 조직도 잘 짜여져 있다. 방첩사 전문가들을 기능에 따라 부대별로 옮기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했다.
김 전 사령관은 "수도방위사령부(이하 수방사)의 경우 수도군단과 작전 지역 중첩되기 때문에 이를 통합해 수도권사령부 등으로 개편하고 특전사령부의 경우 서울 인근에 있는 특전여단에 대한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방사의 지휘를 받는 55경비단 등 경호처의 작전 통제를 받은 부대들에 대해서도 "법적근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1970년대 군사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며 해당 부대원들에 대한 원대 복귀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군 장성급 인사 문제에 대해 김 전 사령관은 "3성(중장) 이상은 대통령의 결재 검증 권한을 유지하고 이들의 임기를 정상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대장(4성) 이상은 국회 청문 대상에 포함시켜 국회 개입을 열어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전 사령관은 군 내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군) 사관학교에 민간 교수를 채용하고 많은 직위를 개방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와 관련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대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육군 사관학교가 5.16, 12.12에 이어 이번까지 쿠데타를 시도했고 유신 쿠데타에 1987년 계엄 모의까지 성공한 쿠데타 2번을 포함해 총 7번의 쿠데타를 시도했다"며 "이런 학교는 세계에서 보다 보다 처음 봤다"고 꼬집었다.
김 전 의원은 "군국주의였던 일본이 2차 세계패전 이후 일본 육군대학을 해체했는데, 태평양전쟁 포함 A급 전범 26명 중에 22명이 일본 육군대학 출신이었다. 이 학교를 그대로 둬서는 군국주의 해체가 안됐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우리(육사)는 60년을 살아남아 허구한 날 쿠데타 일으키고 비상사태하고 있다. 국가를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선민의식에 엘리트주의로 뭉쳐진 것인데,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투명한 기관이 되려면 3사관학교(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전 의원은 이어 평시 군사법원 폐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급자의 명령이 합법적 권위, 법치주의에 기반해야 하는데 우리는 권력자의 주관과 변덕에 의해 내려지는 명령이 많았다"며 "이것이 군의 민주적 운영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기 때문에 법치를 더욱 고양시키기 위해 평시 군사법원을 폐지하고 민간이 법으로서 군을 감독하고 견제할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계엄 발동 요건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은 "계엄의 사전·사후 절차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하는데, 하위법령을 통해서라도 계엄 요건을 국회가 심사‧승인할 수 있는 절차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은 "진급 대상자가 너무 많으면 다 (승진을 위해 상부에) 줄을 대려고 할 것"이라며 "장성 수 자체를 줄이는 것이 근본적 문제 해결인데, 그러려면 사관학교부터 올라오는 인원 수를 줄여야 한다. 대상자가 많아지면 부당한 명령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동북아평화공존포럼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인사말에서 5.16 쿠데타와 유신 쿠데타,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을 언급하며 "군의 반란의 역사가 1987년 민주화항쟁으로 종식된 줄 알았지만 쿠테타 DNA가 지난 12.3 친위쿠테타로 좀비처럼 되살아났다"며 "이제 대한민국 국군에서 쿠테타 DNA를 제거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사) 한반도평화포럼의 김연철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모범적인 국가에서 군을 동원한 쿠테타가 발생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며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튼튼한 안보와 강한 군대가 필요하다. 다시는 군부 쿠테타가 발붙일 수 없는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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