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슈타포인 줄'…트럼프 정부 "다양성 정책 시도 동료 신고하라"

남부 국경에 군 1500명 추가 배치하고 미군 도운 아프간 난민 입국도 막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따라 남부 국경에 추가 병력 1500명이 배치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을 도운 아프간 난민을 포함해 기승인된 난민 입국도 전면 중단됐다. 연방 직원들에겐 다양성 정책을 추진하려는 동료를 신고하라는 공지가 내려왔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남부 국경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함에 따라 남부 국경에 지상군 1500명을 추가로 배치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 배치된 기존 병력 2200명가량에 약 60%를 증원하는 것이다. 로버스 세일시스 국방장관 대행은 성명에서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번에 승인된 배치는 "초기 단계"로 더 많은 군 인력이 추가 배치될 수 있으며, 투입 규모가 1만 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지만 아직 단언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추가 배치 군 인력은 일단 기존 배치 병력 임무를 함께 수행하고 국경 장벽 건설 임무도 맡을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들이 이후 필요하다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군이 법집행 관련 임무에 투입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군이 국내 치안을 위한 법집행에 투입될 경우 이를 제한한 1878년 포세 코미타투스법과 충돌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남부 국경에 군을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뒤부터 제기된 우려다. 현재 배치된 병력은 대부분 자료 입력, 탐지 및 감시, 차량 유지보수 등 미 세관국경보호국 업무를 보조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미 난민 승인을 받은 이들의 미국 입국을 위한 항공편도 전면 취소됐다. 22일 미 CNN 방송이 입수한 국무부 문건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이전에 예정됐던 난민들의 미국행은 모두 취소되며 새 예약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적시됐다. 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약 1만 명의 난민이 미국행을 예약한 상태였지만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이번에 입국이 좌절된 승인된 난민 중엔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군을 도운 1600명 이상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이 난민 입국 중단은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엄청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 스페인어 버전까지 폐쇄됐다. 기존 주소로 접속하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오류 메시지가 뜬다. <AP>는 다만 21일 관련 질문을 받은 해리슨 필즈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이 "백악관 웹사이트를 개발, 편집, 수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행정부가 "웹사이트의 스페인어 번역 부문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 및 업무 환경에 있어 인종 및 성평등 증진 정책을 담당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 부서 폐쇄 수순도 곧바로 진행됐다. 미 CBS 방송이 공개하고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이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21일 미 연방정부 인사관리국(OPM)은 정부 각 부서 수장에게 DEI 정책을 폐지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22일 오후 5시까지 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일괄 유급휴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DEI 사무실 폐쇄를 위한 조치"의 하나라고 적시됐다. 인사관리국은 각 부서가 오는 31일까지 DEI 담당 직원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양성 정책을 추진하려는 동료를 신고하라는 공지까지 내려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인사관리국에서 내린 문건을 기반으로 22일 교육부, 국무부, 국토안보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직원들에게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제거를 거부하는 동료에 대해 "10일 이내에 보고하지 않으면 불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동료 신고 요구 공지를 이메일로 전달 받은 한 정부 직원은 '마치 소련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고 <뉴욕타임스>에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독일 나치 정권 비밀경찰인 게슈타포로 뽑힌 느낌이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러시아에 "제재"를 압박하며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터무니 없는 전쟁을 멈추라"며 "우리가 '협상(deal)'하지 않으면 곧 러시아가 미국 및 기타 참여국에 파는 모든 것에 높은 수준의 세금, 관세,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을) 쉬운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어려운 방법으로 할 수도 있지만 쉬운 방법이 항상 더 낫다"며 "'협상을 타결(make a deal)'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경제가 망가지고 있는 러시아에, 그리고 푸틴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아주 큰 호의를 베풀 것"이라고 했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장관 후보로 지명한 스콧 베센트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러시아 석유 산업에 대한 제재를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일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미 CNN 방송은 이 발언이 일견 위협으로 보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협상을 중재하고 러시아에 "큰 호의"를 베풀겠다고 밝힌 점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은 이미 수년 간 국제사회에서 제재를 받아 온 러시아에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추가 제재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불분명하다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큰 호의"에 집중해 휴전을 영토 획득의 기회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멕시코와 미국 사이 국경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EPA=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김효진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