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공항이 있는데 10개 더? 공항 못 지어 죽은 귀신 붙었나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전국의 신공항 계획은 국민이 바라는 것일까? 어디든 물어봐라. 신공항 무용론이 대세이다. 이미 한국에 15개의 공항이 있다. 그런데도 한국공항공사는 또다시 10개의 신공항 계획을 들고 나왔다. 공항 못 지어 죽은 귀신이 붙어도 단단히 붙었다.

왜 이렇게 공공기관들은 자연을 훼손하고 혈세를 들이는 데 적극적일까.

농어촌공사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크고 작은 바다로 나가는 강을 죄다 막았다. 염해를 막거나 농지조성 등 공익적 가치를 앞세워 강들을 막았다. 이것은 육지와 바다를 잇는 숨구멍들을 막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주민들은 역동성을 잃고, 어촌은 늙어갔다.

산림청은 2021년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자연에 숲을 가득 만들겠다는 보기 좋은 청사진을 내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수령이 높은 산림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전국을 산림청과 산림조합의 먹거리 터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산림 싹쓸이 정책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산림경영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되어 있다.

우리가 언제 산림청에 나무 팔아 돈 벌어라 했는가. 산림청은 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산에 사방댐이란 이름으로 숲속의 작은 골짜기까지 찾아내어 골짜기를 막는 사방댐 천국을 만들어 댔다. 우리나라 지형에는 정말 손으로 꼽을 곳 말고는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과도하게 전국의 모든 산골짜기에 만들어 댔다.

수자원공사는 어떤가? 재생에너지 사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여의도의 네 배 크기의 서해안에 마지막 남은 반폐쇄형 내만인 가로림만에 조력발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이 계획은 입구에 2km에 달하는 52만 kW급의 발전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4년 환경부의 반려와 지역 시민단체의 노력에 이 계획은 무산되었다.

자연은 개척이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

이처럼 수많은 공공기관이 앞다투어 공공의 자연이자 재산을 훼손하는 데 앞장서 왔다. 왜 이런 일이 개인도 아니고 공공기관과 공기업들이 앞장서 했던 것일까. 그것은 개발 계획을 세울 때 가이드 라인이 되어줄 생태자연헌법이 없을뿐더러, 맹목적 개발 환상에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식이란 것을 가진 국민은 무분별한 공공기관들의 개발 폐해로부터 오는 가이드 라인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본다면 신공항 계획은 70~80연대와 같이 여전히 공익적인가, 극심한 자연훼손이 없는가, 그 자연은 대체 가능한가 또는 가장 근본적인 자연철학을 거스르지 않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새만금 개발과 4대강 사업 등 수많은 개발 사업들은 정부가 편향적 공익만을 따져 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제 상식이란 것을 가진 약자들이 정부의 이런 개발 행위에 제안을 걸기 시작했다.

새만금 개발 사업은 20년 전만 해도 갯벌보다 농지 개발로 쌀이란 식량안보가 자연훼손보다 더 강한 의제로 여겨졌고, 그런 일에 공기업들이 국가의 인프라구축이란 미명으로 규제 없는 폭주 개발을 하게 했다. 하지만 20여 년간 사회와 사람들은 공익적 가치를 보는 눈이 바뀌었고, 강은 흘러야 한다는 자연철학을 거스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 자연은 이겨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며 공존해야 할 대상이다.

헌법, 국민은 바뀌었는데 80년대 머물러

왜 이토록 공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경쟁하듯 자연을 훼손하는 일에 그린워싱을 해가며 자신들의 사업 지속만을 위해 열을 올리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은 무분별한 개발 계획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헌법이 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헌법은 과거부터 내려온 공공개발이란 80연대 묻지마 개발에 맞춰진 상황이며, 수많은 공공기관이 어떤 개발 사업을 해야 할지, 그 공익적 가치가 있는 개발 사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그 때문에 자연을 보전할 수 있는 더욱 명쾌한 생태자연헌법이 헌법 전문에 실려야 할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대한민국 헌법은 공장을 짓고, 고속도로를 만들며, 주택보급 등 공공개발이란 70년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에 머물며 35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국민은 바뀌었는데, 헌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로 '국가와 국민은 자연을 보호할 의무를 가진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자연은 대한민국을 이루는 근간이 되며, 강과 바다 숲과 나무, 갯벌, 다양한 형태의 습지 등 공공의 재산인 자연의 모든 것들이 개발이란 이유로 함부로 훼손되어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고 보전할 수 있는 책임과 의무를 가지며, 공공개발 또한 자연을 복원하고 훼손하지 않으며, 국민적 합의에 기반한 개발 정책으로 만들고 이를 지켜가야 한다'라는 가이드 라인이 꼭 필요한 시기이다. 공공기관들이 자신들의 사업예산을 내려받기 위한 수단으로 자연과 주민들이 어떻게 되든 공공개발이라면 무조건 가능하다는 80년대 개발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공항을 보라 과연 공익적인가

전국의 신공항 사업은 국가의 개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긴박한 사회적 숙제를 안고 있는지, 환경 훼손을 뛰어넘을 다양한 공익적 가치가 충분한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더욱이 이미 전국에 15개의 공항은 긴박한 사회적 인프라를 만들 이유도 없거니와 탄소 중립을 외치는 시기에 신공항은 더욱 공익적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는 미래세대가 책임질 적자공항들의 무거운 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묻지만 신공항 사업은 정말 무책임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며,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10개의 추가 신공항 개발 사업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상식 밖의 개발이다.

새만금 신공항 개발 계획으로 본 전국의 신공항 정책의 문제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을 보자. 모두 어떤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따져 묻고 싶다. 이중 내가 살고 있는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인 수라갯벌과 인근 지역은 몇 년 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갯벌’에 버금가는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부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핵심 기착지로서, 지역 경제와 생물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보전되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2024년 겨울 동안 시민단체가 물새 조사를 한 결과 10만 마리 이상의 겨울 철새들이 새만금 예정부지인 수라갯벌과 새만금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중 민물가마우지와 검은머리흰죽지, 기러기 등은 개체 수도 많아 조류충돌의 위험이 크다.

▲ 새만금에 2~3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철새도래지에 신공항이라 조류충돌 유발

이미 많은 언론에서 발표한 것처럼 무안공항의 위치는 철새들의 이동이 매우 잦은 곳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조류충돌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마치 러시안룰렛과 같이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에 대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새만금 신공항은 어떤가. 앞서 말한 10만 마리 이상의 물새들이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미 3년 전 F16과 민물가마우지 무리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안전의 가장 기본은 안전하지 않은 곳에 공항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 예방의 첫 열쇠는 사고유발 가능성이 높은 곳에 계획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활주로 매립용 내부 준설은 새만금 수질 문제 더욱 가중, 준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부실

새만금 신공항에 대한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이중 활주로를 만들기 위한 매립용 준설토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활주로 매립토를 주변 새만금 내측에서 준설하는데, 이에 대한 영향평가가 단지 부유물에 대한 것만을 다룰 뿐 준설로 인한 수질 악화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4조 원을 들여 수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나 반대로 수질 문제를 악화시키는 수역을 늘리게 되는 꼴이다.

수라갯벌은 여전히 중요한 연안 습지

새만금 수라갯벌은 남북로 교각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수가 유통되어 갯벌과 염습지 등 다양한 습지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곳으로 저어새와 황새 큰기러기, 수달과 같은 다양한 멸종위기종을 부양하고 있다.

▲ 새만금 바다의 썩은 퇴적토, 준설로 수심이 깊어져 물이 정체되어 생물이 살 수 없고, 수질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순천만은 현재 약 800만 명의 관광객이 오는 곳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순한 연안 습지였다. 이곳에 흑두루미 월동지가 보존의 큰 역할을 했는데. 이후 순천만은 흑두루미의 월동지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사랑하는 자연으로 되살아났다.

따라서 정부는 수라갯벌을 다양한 멸종위기종들을 부양하는 세계적인 중요 갯벌로 보존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 신공항 동북아 물류 중심될 수 없다

정부가 말하는 새만금 신공항 사업의 목적은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서의 국제공항을 통해 새만금이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서 전북 경제발전을 견인할 것이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새만금 신공항은 군산공항과 인접한 관계로 미군과 통합 관제권에 속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미 공군이 언제든 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미 공군의 관리 시설인 만큼 시설과 용지 공여도 불가피하여 독립적인 민간공항으로서의 실효성이 없다.

새만금 신공항은 적자공항이 될 것이 명백하고, 중국노선 취항이 어려우므로 지금 군산공항과 전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군산공항보다 활주로 길이가 200m나 짧고, 규모가 적어 C급 항공기만 취항 가능하므로 국제공항으로서의 활성화에 한계가 분명하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군산공항만으로도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전북도는 매년 약 30억 원 정도의 활주로 사용료가 들어가 공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있는데, 반대로 8,000억 원의 돈은 200년 이상 임대해서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렇다. 수라갯벌도 지키고 미국에 한국의 땅을 공여하지 않아도 되는 묘수는 기존 군산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덕도나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기존 공항들을 계속 쓰면 되는 것이다.

신공항이란 명분 없는 공공성보다 생물들의 서식지로 인정해야!

신공항 계획들은 갯벌과 자연경관을 훼손할 명백한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만한 혈세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따져 물어야 한다. 수라갯벌, 가덕도, 제주도의 자연은 무분별한 공항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100년을 두고 지켜내야 할 우리 공공의 재산이다.

▲ 새만금 신공항 예정부지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 1급 저어새 무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