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나가는 트럼프? 파나마 운하·그린란드 합병 위한 군대 투입 배제 안해

당선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서 "경제 안보 위해 그린란드 필요해"…트럼프 장남 그린란드 방문

취임을 약 열흘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에 이어 덴마크령 그린란드까지 영향권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군대 투입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7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당선인은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선 승리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미국 방송 CNN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얻기 위해 군사적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둘 중 어느 쪽도 장담할 수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경제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라며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향권에 두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때부터 그린란드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후 두 번째 임기에 그린란드를 영향권 안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인데, 방송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그린란드에 방문했다고 전했다.

▲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그린란드가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이 그린란드 인수를 계획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도 아니다. 방송은 1867년 앤드류 존슨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인수할 때 그린란드 인수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또 덴마크 언론이 처음으로 보도한 문서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해리 트루먼 정부도 덴마크에 그린란드 인수로 1억 달러를 제안한 바 있다.

방송은 "두 제안 모두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1951년 방위 조약에 따라 미국은 그린란드 북서부에 현재 피투픽 우주 기지라는 공군 기지를 확보했다"며 "모스크바와 뉴욕의 중간에 위치한 이 기지는 미군의 최북단 전초 기지로 미사일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보와 함께 경제적 이유도 트럼프 당선인의 그린란드 인수 계획의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기후 변화로 인해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으면서 나타나게 될 희토류 금속을 포함한 천연자원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방송은 "현재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를 앞두고 이미 중요한 광물 및 관련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미중 간 전략경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덴마크 TV2 방송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외교‧국방을 제외하고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받은 그린란드는 별도의 의회와 총리를 두고 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지난해 12월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본인 계정에 "우리는 매물로 나오지 않으며, (이후에도) 절대 매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수년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을 잃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에게데 총리는 신년사를 통해 "세계의 다른 국가들처럼 우리도 식민지 시대의 파편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덴마크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덴마크 측은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 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6일 덴마크 왕실은 왕실 문장을 새롭게 디자인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그린란드를 상징하는 북극곰을 이전 문장보다 더 크게 표시하면서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방송은 "그린란드는 어업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여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에 (그린란드의 수도인) 누크에 새로운 공항을 개항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덴마크로부터 연간 약 5억 달러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어 독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이 보조금으로 10억 달러를 제시하는 등 그린란드에 다른 방식의 접근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쿠픽 V.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전 총리는 방송에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아니다. 미국이 원주민을 어떻게 대했는지 생각해 보라"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캐나다에 대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면 어떠냐"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이는 정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본인의 구상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을 없애면 알게 될 것이다. 그게 캐나다 안보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린란드나 파나마 운하와는 달리 캐나다에 대해서는 "경제적 수단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트럼프 당선인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 연례 행사 연설에서 미국이 1977년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 돌려주기로 합의한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며 "우리는 파나마 운하가 미국에 완전히, 신속하게, 의문의 여지없이 반환돼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해 파나마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