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체포영장 두고 BBC "계엄령 선포, 심각한 오산임이 밝혀졌다"

체포 불발에 대해서는 "이후 어떤 일 벌어질지 불분명"…WP "민주화 이후 한국 역사상 최초 구속 위기 처한 대통령"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했으나 경호처의 저지로 불발된 가운데, 외신은 향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분석과 함께 이날 영장 집행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잘못된 조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이날 집행되지 않은 데 대해 "영장이 1월 6일까지로 아직 기한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분명하다"며 "공수처는 다른 날에 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어 직무 정지인 상황에서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임무를 하고 있는 데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송은 "체포영장을 가진 당국자가 집행하는데 경호처가 이를 막았다는 사실은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윤 대통령이 집권 초기부터 스캔들에 시달렸으며, 특히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디올 가방 수수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고 전했다. 이후 지난해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패한 뒤 윤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오늘 그(윤 대통령)를 체포하려는 시도로 이어진 일련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이는(계엄령 선포) 심각한 오산으로 밝혀졌다"며 계엄령 발령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일 윤 대통령이 "민주화 이후 한국 역사상 구속 위기에 처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가능성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한국이 직면한 정치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는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원화 가치는 거의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정부는 수 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항공기 추락 사고에 대응하고 있다"며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진단했다.

특히 신문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위기는 미국 대통령이 바뀌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며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북한과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동맹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윤 대통령은 '반국가'세력이라고 비난한 야당 의원들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사건에 연루된 주요 관리들의 증언을 검토한 결과, 그의 계획은 아마 몇 달 이상 준비됐을 것이며, 계엄령을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을 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이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이 윤 대통령의 체포 가능성 소식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 외신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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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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