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에 한쪽 눈 감은 언론

[정욱식 칼럼] 균형있는 비핵화-평화체제 시간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23일 만에 양측의 고위 관료들이 마주 앉을 예정이다. 대북 협상의 총책을 맡고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5일부터 7일까지 평양을 방문키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온통 비핵화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이건 한쪽 눈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북미 공동성명에 담긴 것처럼,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이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고, 또한 그래야만 비핵화도 제대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 신고부터 난항?

"완전한 비핵화" 의사를 밝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시험대는 핵 신고로 일컬어진다. 핵무기와 핵물질부터 미공개 의심 시설에 이르기까지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비핵화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의 신고가 일반적인 기대치에 못 미치거나 북한이 핵무기 신고는 추후로 미루려고 한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북미정상회담을 폄하해온 미국 내 반(反) 트럼프 세력에게 공세의 빌미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신고가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북한에 비밀 핵시설이나 핵무기가 존재할 것이라는 미국 주류의 '강렬한 믿음'이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최대 65개에 달하고 영변 이외에도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신고량이 65개에 한참 못 미치거나 영변 이외의 추가적인 우라늄 농축 시설 신고가 누락된다면 논란은 불가피해진다.

또 하나는 '핵무기 신고와 강력한 검증은 교전 상태가 끝난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의 10.3 합의 협상 과정에서 시료 채취와 같은 강력한 검증과 핵무기 신고는 다음 단계, 즉 북미 간의 적대관계가 평화 관계로 전환되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결국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이러한 전례에 따라 북한이 또다시 초기 신고 대상에서 핵무기를 제외하려고 할 경우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관계로 풀어야

핵 신고의 성패를 좌우할 관건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이 신고 대상에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과 같은 운반 수단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또 하나는 신고의 정확성과 완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검증의 채택 여부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북미 관계와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대안은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를 포함한 신고의 완전성과 정확성을 기하고 이에 대한 검증을 수반하기 위해서는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 및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올해 내 이행을 목표로 아래와 같은 상호조율된 시간표를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 : 남북미중 4자는 7월 27일부터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협상을 개시하고,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포함한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 목록을 작성해 2018년 7월 31일까지 제출한다.

2단계 :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동결 조치를 취하고 IAEA 감시단의 복귀를 허용한다. 또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강선 지역에 대한 미국 전문가들의 현장 방문도 허용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 주민의 민생과 관련된 제재 조치를 해제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2018년 8월 31일까지 마무리한다.

3단계 : 남북미중 4자는 평화협정을 체결한다. 북한은 NPT와 IAEA 안전조치 협정에 복귀하고 IAEA의 추가의정서에도 서명·비준한다. 또한 신고한 핵무기와 핵물질의 3분의 1을 국외로 반출한다. 북한과 미국은 새로운 관계 수립을 위한 초기 조치로 양측 수도에 연락 사무소를 설치하고 미국은 경제제재의 일부를 해제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2018년 12월 31일까지 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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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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