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 대통령' 용인하는 법을 누가 납득하겠나?

[최창렬 칼럼] 국민의 헌법적 결단을 재판관 6명이 판가름하는 부조리

내란의 우두머리로 지목된 대통령 윤석열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총동원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를 지지하는 일군의 무리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12·3 비상계엄은 정당했고 윤석열은 국정을 정상화하고 부정선거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계엄을 선포한 것'이라고 확신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장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보수가 결집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비난하고 탄핵을 찬성한 측이 보수에서 배제되고, 지금 당장 비난을 받더라도 탄핵에 반대해 윤석열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모의 중심인물 중의 한 명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에서 발견한 수첩에는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유도'라는 표현이 있다고 국가수사본부가 밝힌 바 있다. 이는 계엄의 명분을 만들기 위하여 북한과 국지전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야당의 행위에 대한 경고'가 아님을 보여주는 명확한 이유이다. 이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을 위해 북한 공격을 모의했다는 의혹은 여러 군데 나타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란과 쿠데타에 실패하면 역적으로 다스려진다. 1979년의 12월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일당은 '성공한 쿠데타'이기 때문에 당시에 처벌을 피했지만 결국 단죄됐다. 물론 쿠데타의 주역들은 사면됨으로써 또 하나의 역사의 교훈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이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윤석열과 그의 측근은 물론 국민의힘에서 아직도 '친윤'을 자처하는 무리들은 갖은 괴변과 견강부회로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를 옹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결국 소멸할 것이다. 이러한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의 후퇴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를 범하는 것을 보고도 헌재 심판을 늦추거나 탄핵 기각을 유도하기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라고 한덕수 권한대행을 압박하는 국민의힘은 이미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헌재가 언제 결정을 내릴 것이며 어떠한 판단을 할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요사스럽고 해괴한 요설들과 괴변들이 판을 칠 것이며,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으킨 친위 쿠데타라는 본질이 외면된 채 여야의 난타전과 진영 간의 저질 공방 속에서 내란 수괴와 가담자들은 생존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당리당략과 저질 정치인들의 정치 셈법들이 뒤엉키면서 윤석열은 한 무리도 안 되는 강성 지지자들의 수괴로 남아 이들의 지지와 법망의 허점을 이용하여 사태를 반전시키려 할 것이다. 결국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인준된 헌재 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절대로 이러한 내란 행위가 인정받거나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내란의 우두머리로 적시된 피의자가 여전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경호를 받으면서 불법한 계엄을 헌법적 결단이요, 통치행위라고 강변하는 지금의 모습을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역사적·정치적 모순이다. 헌법재판소라는 민주적 정당성이 완벽하게 구현되지 않은 헌법기구에 의해 최종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 현행의 헌법질서 때문이다. 국민의 대의기구가 재적의원 3분의 2라는 압도적 다수로 결론을 내린 헌법적 결단이 재판관 몇 명의 손에 다시 번복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도적 결함이 아닐 수 없다.

헌재에서 9명의 완성체로 탄핵심판이 이루어질지 지금의 6명으로 구성된 재판부에 의해서 결론이 내려질지도 명백하지 않다. 만약 6명으로 탄핵 심판에 임하게 된다면 이 중 한 명이라도 기각 의견을 내면 윤석열은 다시 직무에 복귀하고 비상계엄은 정당한 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조리가 또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게 현실이다. 게다가 4월 18일이면 두 명의 헌재 재판관이 퇴임한다. 그러면 그 후속 충원은 어떻게 할지도 분명하지 않다. 모두 정치적으로 정해져야 할 문제들이다.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명백한 규정도 없다.

차제에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러 제도적 의제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상계엄 전에 그나마 임기단축 개헌 얘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타당한 주제가 아니다. 언젠가 개헌이 논의의 중심에 설 때 헌재의 탄핵 관련 부분은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직접 지시한 건 물론 이미 1년 전부터 윤석열 스스로 계엄을 언급한 정황들이 있다. 그럼에도 제도의 허점 때문에 친위 쿠데타의 최정점에 있는 이를 단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정의롭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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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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