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학생이 수련회 등 학교 행사 참여에 제한을 받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23일 A시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학교 내 성별 분리시설 이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성소수자 학생의 학업 수행의 어려움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성소수자 학생을 포용하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진정인 B씨는 트렌스젠더 남성으로, 고등학교에 재학 중 학교의 2박 3일 수련회에 참여하고자 담당 교사, 교감 등과 상담했다. 학교 측은 그러나 "법적 성별이 여성이므로 여학생 방을 쓰지 않으면 수련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안내를 해 B씨는 결국 수련회에 참가하지 못했고, 이같은 학교의 방침은 트렌스젠더에 대한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씨의 진정에 대해 학교 측은 법적 성별이 남성으로 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학생 방을 사용하면 B씨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성적 권리 침해 및 성범죄 발생 우려가 있다는 점, △차선책으로 독방 사용을 요청받았으나 다른 학생들에게 그 정당성을 납득시키기 어렵다는 점, △B씨의 부모도 수련회 참가를 원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또 학교 측은 교육청과 교육부에 지침을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법 테두리 내에서 사안을 처리할 것'이라는 답변만 받아 결국 B씨에게 여학생 방을 사용하라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학교의 결정에 대해 "외형적으로는 본인 또는 부모에 의한 것으로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다른 구체적인 대안 검토 없이 법적 성별만으로 진정인을 처우한 결과이며, 이는 서로 다른 것을 자의적으로 같게 취급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교 수련회 참가는 학교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이자 소속감과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교육활동의 일환이며, 이러한 활동에 성소수자 학생도 동등하게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공교육의 역할이며 의무"라며 "학교 측이 학생 자신이 인식하는 성별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진정인은 교육활동에서 균등한 참여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설령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숨기거나 부인하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개인의 자아 발달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아울러 "교육 당국의 구체적인 정책이나 지침이 미비한 상황에서 일선 학교가 독자적으로 트랜스젠더 학생에 대한 처우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A시 교육감에게 성소수자 학생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파악하여 다양성이 보장되고 포용적인 교육활동 정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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