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尹대통령, 내각이 아니라 생각을 바꿔야…미봉책 안 통해"

[강상구 시사콕] '보수의 책사'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尹 정부 각료들, 자리 걸고 대통령에 직언 해야"

"이제 말이 중요한 단계는 지나갔어요. 어떤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그게 가능할까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보수의 책사'라고 불리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7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전 장관은 6일 <프레시안>의 유튜브 생방송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담화가 "민심에 불을 붙이느냐, 진정을 시키느냐"를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에서 '모든 현안에 답하는 끝장 회견'이 될 거라고 예고한 대로 성난 민심의 불씨를 완전히 끌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하시다가 대통령이 될 때도 제가 수직적인 검찰이라는 구조 속에서 평생을 보낸 분이 어떻게 하루 아침에 민주 공화국을 이끌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 굉장히 격노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자리(대통령)에 가면 현실과 굉장히 격리됩니다. 부단히 그걸 막으려고 노력을 하는 분도 그렇게 되기 마련이에요.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께서는 아침 일찍 전국에 있는 많은 분들한테 전화를 하셔서 얘기를 들으셨어요. 야당 총재 생활을 워낙 오래 하셨으니 아는 분들이 많으시니까요. 이걸 민초들의 얘기를 항상 듣는다고 하시기에 제가 '착각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친한 분이라도 대통령이 전화하셨는데 거기다 대고 잘못하고 계십니다라고 할 수 있냐'고 말씀드렸어요."

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정치적 훈련이 전무한 데다 '독단적 리더십'은 '바른 말을 하는 참모들'을 침묵하게 만든다. 윤 전 장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김현철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작성했던 경험에 대해 얘기하면서 대통령 참모로서 상황 인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제가 당시 그냥은 못 넘어갈 거라고 상황을 인식을 하고 사전에 틈틈이 메모를 했어요. 그렇게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통령께서 사과 담화를 준비하라고 하면서 외부에서 원고를 받아오셨어요. 그 원고 중 제가 딱 한 대목을 따왔습니다. '아들의 잘못은 애비의 잘못입니다.' 김 대통령이 '애비'라는 표현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시다가 결국 그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용산에도 인재들이 많이 있지만 대통령이 워낙 독단적인 스타일이라 빛을 못 보는 것 같습니다."

▲'강상구 시사콕'에 출연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

"윤석열-한동훈 갈등 필연적, '대통령 탈당' 이야기 나올 수도"

현재 국정 난맥상의 핵심인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은 평생을 공직에서 지냈는데 어떻게 이렇게 공사 구분을 못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서 "과거 영부인들 중 이렇게까지 공적 영역에 개입한 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국정이 정상화 되려면 결국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어야 한다"며 "7일 담화에서 무슨 입장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통령 탈당'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 등을 둘러싼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 윤 대통령 사이의 갈등에 대해 "필연적"이라면서 "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한 노력을 해야지 퇴임하는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윤 전 장관은 평가했다.

대국민 담화에서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내세워 민심을 수습하려고 할 가능성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인적쇄신을 하려고 하면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어느 좋은 인재가 거기 들어가려고 하겠나"며 "대통령이 내각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본인의 생각을 완전히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걸 미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민심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대표와 회동, 가벼운 대화만 나눴다야당이라도 대통령에게 충고해야"

한편, 지난달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가진 것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친선을 도모하는 오찬이었고 비교적 가벼운 대화만 나눴다"고 전했다.

윤 전 장관은 현재 난맥상을 푸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달려있지만 국회 다수당인 야당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이라도 대통령에게 충고.조언을 해야 합니다. 다수당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고 그래야 국민들도 저 당이 집권 능력이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윤 전 장관은 마지막으로 윤석열 정권의 핵심 참모들에게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했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통령에게 솔직한 얘기를 드리고, 대통령이 화를 내더라도, 정 안되면 장관직을 내놓으면 되잖아요. 그게 뭐가 그렇게 목숨을 걸 일이라고 바른 말을 안하시냐. 이제는 상황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요. 가까이 계신 각료나 당의 중진들이 지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강상구 시사콕'에서 볼 수 있다. (바로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VvCMSrJLvMY&t=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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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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