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겨울옷 쇼핑? 패션산업의 '그림자'라 불리는 의류폐기물

[국회 다니는 변호사]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류폐기물의 문제점에 대해서 다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때마침 시의성 있는 좋은 법안이 발의되어 있어 글을 써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세계의 의류 생산량·소비량은 2015년 기준 6200만 톤에서 2030년 1억200만 톤으로 약 4000만 톤, 연평균 3.4%씩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류소비액도 동일하죠. 2020년 1조6,527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 수치도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위 LVMH와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자라, 유니클로 등등 SPA브랜드의 등장으로 점점 소비트렌드 역시 패스트 트렌드를 기반으로 다소비로 변화해가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패스트 트렌드가 기반한 패션산업이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지향하기보다는 선형적인 경제구조(linear economy structure)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즉, 생산-소비-폐기의 형태만 있을 뿐, 생산-소비-재활용(recycle)·재사용(reuse) 재활용은 다른 형태의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가공형태를 취하여 물리적·화학적 변형을 하는 것이고, 재사용은 가공없이 그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서 차이가 있습니다. 최종처분이라는 순환경제구조를 취하지는 못하고 있는 거죠.

실제 전세계의 폐의류 배출량 규모는 2015년 9200만 톤에서 2030년 1억5800만 톤(예상)으로 의류 생산량 규모와 유사하게 연평균 3.2%증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의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용수·화학약품·살충제를 통해 온실가스·수질오염·폐기물(미세플라스틱 등)발생으로 지구환경에 부작용을 끼치고 있죠.

자본주의 경제구조상 생산자의 생산량을 통제할 수 없다면, 생산양식과 생산과 소비패턴, 소비이후 최종 처분까지의 재활용·재사용을 늘리는 사회적인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급적 생산단계에서는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옷이 해질 때까지 입는다든지, 내지는 옷이 맘에 들지 않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플랫폼을 통해서 제3자가 이를 소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또 정부나 지역사회에서는 이러한 생산과 소비패턴을 장려하고, 이러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이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겠죠.

여기까지는 참 교과서 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Ellen Macarthur재단의 연구결과(의류 분야 EPR 정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Pushing the boundaries of EPR policy for textiles, 2024), EU, 미국에서 폐기되는 의류폐기물의 각 88%, 95%는 가정용 쓰레기에 함께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대부분의 의류폐기물들은 사실 100%재활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순면 100% 옷, 내지는 폴리에스터 100% 옷을 입으시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60%면, 40%폴리에스터와 같이 혼방(mixed textile)을 입으시는 경우가 많죠. 패딩, 스포츠의류는 말할 것도 없지요. 이러한 의류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분리수거를 통해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되지 않고서는 소각·매립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이는 온실가스배출로 이어지는 것이죠. 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평균적인 분리수거율은 14%수준밖에 되지 못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분리수거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팔 수 있는 제품군들보다, 실제 활용이 되지 않는 제품군들이 많을 때 경제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쉽게 생각해서 재활용업체가 당근마켓에 팔 수 있는 옷들보다, 옷이 너무 낡아서 폐기해야 하는 수준의 옷들을 더 많이 떠 맡으면 재활용업체들이 수익을 낼 수가 없겠죠.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재활용률이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재활용업체가 이를 떠맡는다고 하더라도, 해외에 돈을 주고 이를 싼값에 처리하는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의류폐기물은 말할 것도 없고, 쓰레기수출을 가지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사이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시장 메커니즘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음을 잘 보여줍니다.

즉 순환경제를 위해서는 의류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경제성을 고려한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의류의 생산과정에서의 부정적인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생산과정에서 내부비용(internal cost)로 전환하게 하는 것이죠. 즉, 의류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들의 비용을 기업들이 감당하게끔 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소비자가 그 비용을 직접적으로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물론, 판매과정에서 그 비용을 반영해 생산할 가능성은 있겠습니다만), 수익을 낸 생산자가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창출’하게 한 만큼의 비용을 감당하라는 뜻이지요.

이를 실제 제도화한 것을 이른바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즉 생산자책임재활용제라고 표현합니다. 이미 4종류의 포장재(종이팩, 금속캔, 유리병, 합성수지포장재) 또는 윤활유, 타이어 등 9개 품목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고 있지요. 즉,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폐기물재활용 비용의 30%이하에 해당하는 재활용부과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EU에서는 2025년 1월1일부터 섬유류(textile)에 대해 바로 이러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올해 연말까지 섬유폐기물의 분리수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지요. 한국은 현재까지 의류에 대해서는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데, 이를 도입하자는 것이 이번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개정안의 요지입니다. (김태선 의원 안)

환경부에서 2022년부터 이 제도를 의류에 대해서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연구용역에만 부쳤을 뿐 아직까지 실제 제도로 도입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섬유의류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에 대해서 부담스러워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 제도는 전세계적으로 시행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적십자 바자 행사'에서 재활용 의류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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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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