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문화원, 정유재란 의병 이야기 담은 '다시쓰는 구례 석주관전투' 발간

정동묵·문수현 집필…호남 동부 의병사 가이드북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 책자 표지ⓒ구례문화원

전남 구례문화원(원장 최성현)이 최근 호남 동부지역의 정유재란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책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를 발간해 화제다.

29일 구례문화원에 따르면 296쪽 분량의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정동묵‧문수현 지음)는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에 자리한 석주관성을 중심으로 정유재란 당시 목숨을 걸고 벌인 구례 사람들의 항일 투쟁사를 담고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됐으며 제1장 구례에 살던 이순신에 이어 제2장 임진란과 호남 상황, 제3장 정유란과 호남 상황을 엮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석주관전투를 제4장에 담았고 제5장 석주관문성, 제6장 7의사 선양 사업, 부록으로 마무리했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된 석주관전투는 총 5차례에 걸쳐 구례 현민 3500여 명과 화엄사 승병 153명이 장렬하게 전사했다.

이들 구례 현민을 이끈 구례 의병장은 왕득인‧의성 부자와 이정익, 한호성, 양응록, 고정철, 오종 등 7의사다.

임진왜란 때부터 줄곧 구례를 지키던 구례 현감 이원춘이 1597년 8월 16일, 이웃 남원성전투에서 전라 병마절도사 이복남과 함게 순절하자 광의면 지천리에 살던 왕득인은 구례에서도 거병할 때가 왔음을 직감하고 의병을 일으켰다.

왕득인은 자신이 눈여겨 봐두었던 석주관으로 구례 의병 400여 명과 함께 들어가 섬진강과 인접한 외길을 타고 오르내리는 왜군과 2차례에 걸쳐 맞붙었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이겼으나 두 번째 전투에서는 패하며 의병들 모두 전사했다. 1597년 9월 말쯤의 일이었다.

아들 왕의성은 아버지 왕득인의 전사 소식을 듣자마자 다시 거병했다. 나이를 넘어 신의와 학문으로 서로 교류하던 구례의 5의사 역시 함께 거병해 석주관으로 모여들었다.

여기에 남원 의병장으로 호남 동부에서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펼치던 조경남(1570~1641) 역시 전략과 전술을 조언하고 직접 전투에도 참여하는 등 가세했다.

당시 5만7000여 명의 왜 좌군은 호남 일대를 잔인하게 짓밟고 있었다. 왜의 우두머리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호남을 장악하고 모든 생명을 죽이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정유재란은 오로지 호남을 짓밟기 위한 전쟁이었다.

구례의 석주관전투는 이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고 전 현민이 들고 일어나 왜에 항거한 보기 드문 호남의 역사다. 왕의성을 비롯한 6의사는 인근의 화엄사에까지 구원을 요청해 승군 153명에 곡식 103섬을 지원받았다.

순천 왜교성에 진주하고 있던 적장 고니시 유키나가는 부하 시마즈 요시히로로 하여금 어떤 수를 써서라도 석주관을 탈환하라고 명령했다.

1597년 11월과 12월, 그리고 이듬해 봄(음력 3월로 추정됨)까지 시마즈는 모두 3차례에 걸쳐 대부대를 이끌고 공격해왔지만, 6의사와 구례 현민은 갖가지의 유격전으로 맞서 두 번 격퇴했고 마지막 5차 전투에서 패해 모두 지리산과 섬진강의 산하에 잠들고 말았다.

이번에 발간된 '다시 쓰는 구례 석주관전투'는 구례의 전투뿐만 아니라 임진왜란부터 정유재란까지 호남을 지키려던 고경명 부자의 금산전투, 황진의 웅치‧이치전투, 김시민의 1차 진주성전투, 다시 황진의 2차 진주성전투, 이복남과 이원춘의 남원성전투 등 호남을 사수하려던 호남 의병장들의 역사적 전투까지 일목요연하게 서술해 독자의 이해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구례에 살던 이순신과 구례 현감 이원춘이 나눈 일촉즉발의 전황과 정세 이야기까지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알기 쉽게 기술했다. 전문 사진작가를 동원해 작품성 있는 비주얼을 시원하게 곁들였음은 물론이다.

구례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석주관칠의사는 427년 전의 그 일을 지금의 우리가 기억하고자 하는 숭고한 뜻이 머물러 있는 장소다. 특히 요즘처럼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친일 매국자들이 판을 치는 시기에 그 뜻과 행동이 더욱 빛나고 있다.

저자 정동묵은 대항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끝으로 서울 생활을 접고 10여 년 전 구례로 내려와 구례군청에서 발행하는 계간 '구례' 편집을 총괄하고 있다. 구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 중이며 구례에서 출판사 '뿌리깊은나무'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문수현 저자는 순천대학교 강사와 순천대 10‧19연구소 연구원을 지냈으며 구례문화원 이사로, 구례의 역사와 문화, 10‧19항쟁 등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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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광주전남취재본부 지정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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