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미래, 어떠한 얼굴을 상상할 것인가?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도시의 미래와 아이(the Child)

8월 지방출장이 있던 날, 바쁘게 움직이던 서울역의 인파 사이로 전광판에 떠 있던 은행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우주복과 대한민국 국기를 팔에 찬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먼 곳을 응시하는 아이는 "Hello 미래"를 외치는 화자처럼 그려진다.

▲KDB 산업은행 광고 (필자 촬영. 2024.08.16.) ⓒKDB 산업은행

비단 이 광고뿐 아니라 아이의 모습은 미래라는 시간축을 논할 때 흔히 소환되는 형상으로 쓰여왔다. 예컨대 서울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문구인 "내일의 주인공을 맞이하는 핑크카펫" 역시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기저에 미래의 아이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 담론과 아이 형상의 연관성은 이미 여러 퀴어이론에서 재생산 미래주의 (reproductive futurism) 개념을 논하며 언급된 바 있다. 예컨대 리 애덜먼(Lee Edelman)은 미래를 논할 때 언급되는 아이를 대문자 아이(the Child)로 논하면서 미래에 대한 노력과 관심에 이 대문자 아이 없이 거의 상상되지 않으며, 그 미래상에서 대문자 아이는 미래 정치에서 "사회 질서의 텔로스, 우리 모두 위해야 할 대상, 모든 정치적 개입의 환상적 수혜자"(앨리슨 케이퍼 저, 이명훈 역. 2023: 93)로 기능함을 언급한다.

아이의 형상을 미래로 치환했을 때, 아이가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도시는 더 이상 미래가 있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아이와 출산, 도시의 미래를 연결하는 것은 KBS와 국토연구원이 제시하는 대한민국 소멸지도에도 여과없이 드러나있다. "전국 229개 시군구 미래인구 100년 최초분석"(KBS창원)을 제시한다는 해당 지도는 "사실에 바탕을 둔 미래 시나리오, 합계출산율 0.72(2023)명 이후의 대한민국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된다. 그 후 섬을 제외하고 가장 인구가 적은 경북 양양을 거쳐 서울도 인구 감소 위기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지금 인구 추세라면, 우리나라 큰 위기를 맞"는다로 끝을 맺는다. 지도에서 그리는 인구 위기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2024년 현재 대한민국 인구(10월 14일 검색 기준 51,616,412명)를 제시하는 것으로 그 불안감에 구체성을 더한다.

▲대한민국 소멸지도: https://news.kbs.co.kr/special/post072/index.html

도시의 미래, '아이'를 넘어서서 장애와 노년, 인종화된 형상으로부터

출산율 감소와 인구 절벽을 지역 소멸,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미래와 연결짓는 논의는 도시의 미래에 대한 감각이 인구 재생산의 불/가능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재생산(reproduction) 정치를 도시 재생 차원으로 확장하여 함께 논의하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혹은 함께 논의된다 하더라도 재생산은 앞서 KBS와 국토연구원이 그린 대한민국 소멸지도에도 나오듯 너무도 단순히 출산율로만 귀결된다. 재생산 위기를 단순히 가임기 여성의 수치에 기반한 출산 가능성을 논해 많은 비판을 받았던 2016년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와 사실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도시라는 공간적 측면에서 볼 때, 도시를 재생산한다는 것은 출산율 그 자체로만 가늠할 수 없다.

도시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는 출산율에 대한 위협의 언설을 바탕으로 인구의 양적 수만을 논의하는 흐름을 넘어서서 한국사회가 '아이' 외의 사회 구성원을 어떻게 미래의 시간축에 위치지어 왔는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인구수를 걱정하는 국가가 2003년 이후 2023년까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최근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 평균은 11.1명인데 반해, 한국의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24.1명(2019년 기준)으로 약 2.2배 높게 나타났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03)은 2003년부터 근 20년간 한국 사회에 축적되어왔던 사회 문제들에 대한 직면 없이 미래를 대문자 아이(the Child)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전혀 미래를 준비하는 구체적인 방향이 아님을 보여준다. 재생산될 수 있는 도시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더 현재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구성원의 얼굴을 미래로 상상하고 또 드러낼 때 가능해진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글에서는 도시의 미래에 언뜻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그러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세 개의 얼굴을 간략히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미래를 '아이'로 설정할 때 누락되어온 장애를 가진 아이의 형상을 들 수 있다. 불구 미래성(crip futurity)를 논했던 앨리슨 케이퍼(Alison Kafer) 역시 "재생산, 세대, 물려받는 것에 대한 담론은 장애에 대한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앨리슨 케이퍼 저, 이명훈 역. 2023: 91)고 언급하면서 현 사회의 "유산을 물려받는 (대문자) 아이는 의심할 여지없이 장애 없는 몸/마음을 가진 아이여야 한다"(앨리슨 케이퍼 저, 이명훈 역. 2023: 91)고 논한다. 더 건강하고 더 아프지 않은 '아이'에 집중하는 우생학적 미래는 의무교육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미래의 얼굴로 상상되지 않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도시 재생산 정치에서 지속적으로 밀어내왔다. 그리고 이 과정은 주로 '엄마'라는 가족 구성원의 강도 높은 돌봄노동, 장애인의 교육권과 이동권을 박탈하는 사회적 협의와 결정들에 의지하면서 장기 수용시설이라는 도시 경관의 재생산을 고착화 시켜왔다. 이러한 도시 경관은 '아프고 장애있는 몸'에 대한 이해 없이 막연히 아파서는 안 된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만을 재생산한다.

또한 '아이'와 대척점에 있는, 삶이 아닌 '죽음'을 대변하는 노년의 얼굴이 도시의 재생산 정치에 어떻게 놓이고 있는지에 대한 숙고 역시 필요하다. 제한된 생을 살아가는 생명에게 노년의 삶은 구체적인 미래이다. 그럼에도 의미화하고 도시의 리듬 자체를 재조정하려는 노력 없이 젊음만을 찬양하는 사회의 분위기는 또다시 도시 공간에서 노년의 몸들을 밀어내고 요양원을 생산하는 시설화흘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는 이미 대다수의 인구가 요양원과 병원 침대라는 시설의 공간의 공간에서 노년의 삶을 살고 마감하는 사회에서 우리 대부분에게 당면할 시설에 수용되는 미래를 눈감는 것과 다름없다. 2008년 대비 2022년에 노인요양시설의 수가 226.3% 증가했다는 사실(e-나라지표. 2024.07.02)은 노년과 돌봄의 관계, 죽음에 대해 숙고하지 않는 사회의 흐름이 도시 공간을 시설로 채우는 재생산의 흐름과 함께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사이, 요양원에서의 삶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요양원이 아니면 어떠한 죽음을, 노년을 맞을지 구체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노년은 또다시 인구절벽의 사회에서 부담을 지우는 존재로만 귀결될 뿐이다.

이뿐 아니라 인구 감소 담론에서 해당 '인구'를 '한국인'으로 설정할 때, 도시의 재생산 정치에서 인종화된 몸들은 지속적으로 도시 미래에서 배제된다. 최근 필리핀 이주여성노동자의 통금시간 제한 등으로 많은 지탄을 받았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또한 한국사회가 그리는 도시의 인종화된 미래를 보여준다(최용락, 2024.09.25.). 무엇보다도 이들의 이동권을 제한하고 기숙사, 숙소와 일터 외의 도시공간을 향유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은 한국에서 인종화의 과정이 도시를 구획하고 통제하는 방식과 어떻게 긴밀히 맞닿아져 있는지 보여준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취업 기간이 7개월짜리였다는 사실 역시 한국사회가 인구 절벽을 우려하고 돌봄위기를 부르짖음에도 이미 도시를 재생산하는 데에 주요한 코어 근육이 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어떻게 사회 밖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내는지 보여준다.

도시 재생산, 인구 절벽이라는 공포를 넘어 서로 다른 얼굴을 붙들 힘의 언어를 상상하기

도시의 미래에 언뜻 상상되지 않는 이 세 '얼굴들'은 실제 도시에서 배제와 통제, 격리의 회로가 재생산되는 미래에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들에 대한 배제의 정치가 고착화되면 고착화될수록 건강하지 않고 아픈 몸, 늙어가는 몸, 인종화된 몸을 통제 격리하는 수용시설은 한국 도시 미래의 지배적인 경관이 될 수 있다. 수용시설로 가득찬 도시경관을 한국도시의 미래적 가치로 삼을 것이 아니라면, 도시를 재건하고 재생한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지표는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치열하게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들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인구 절벽이라는 일차원적인 위험과 불안의 언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출산율 자체의 집착을 넘어 서로 너무나 다른 얼굴을 마주하고, 붙들고, 돌볼 힘의 언어이자 이를 구체화할 복지 정책들이 요청될 것이다.

참고문헌

앨리슨 케이퍼 저, 이명훈 역. (2023). 페미니스트, 퀴어, 불구: 불구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정치학과 상상력. 파주: 오월의 봄.

KBS창원. 2023. 대한민국 소멸지도 https://news.kbs.co.kr/special/post072/index.html

최용락. 2024.09.25. "통금 10시", "지하철서 식사 때워" 필리핀 가사관리사 고충 들어보니. 프레시안.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92416420703261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2023.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사업 보고서: 2023 자살실태조사. 서울: 보건복지부.

e-나라지표. 2024.07.02. 노인복지시설 현황.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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