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노벨상 후 첫 공식석상서 "책 3권 쓰기 열중할 것"

포니정재단 시상식 참석…"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

"작가들의 황금기가 보통 50~60세라고 합니다. 한 달 뒤에 만 54세가 되는 저에게는 아직 6년이 남았습니다. 앞으로 6년 동안 지금 마음속에 있는 책 3권을 쓰는 일에 열중하고 싶습니다."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섰다.

한 작가는 17일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진행된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했다.

한 작가는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에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토록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간략하게 밝혔다.

그는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벅찬 소감보다 글쓰기 계획을 밝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한 작가는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며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올 봄부터 써온 소설 한 편을 완성하려고 애써보고 있다"며 "바라건대 내년 상반기에 신작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소설을 완성하는 시점을 스스로 예측하면 늘 틀리곤 했기에, 정확한 시기를 확정 지어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일상 생활에 대해선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며 "술을 못 마신다.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커피를 비롯한 모든 카페인도 끊었다. 좋아했던 여행도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대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리 읽어도 다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좋은 책들을 놓치지 않고 읽으려 시도하지만, 읽은 책들만큼이나 아직 못 읽은 책들이 함께 꽂혀 있는 저의 책장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과, 다정한 친구들과 웃음과 농담을 나누는 하루하루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글쓰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작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쓰고 싶은 소설을 마음속에서 굴리는 시간"이라며 "아직 쓰지 않은 소설의 윤곽을 상상하고, 떠오르는 대로 조금 써보기도 하고, 쓰는 분량보다 지운 분량이 많을 만큼 지우기도 하고, 제가 쓰려는 인물들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설을 막상 쓰기 시작하면 필연적으로 길을 잃기도 하고, 모퉁이를 돌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들어설 때 스스로 놀라게도 되지만, 먼 길을 우회해 마침내 완성을 위해 나아갈 때의 기쁨은 크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한 작가는 기자들 앞에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않았다. 시상식도 예고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 경쟁을 우려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고(故) 정세영 HDC그룹 명예회장을 기려 2005년 설립된 포니정 재단은 지난 달 19일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한 작가를 선정했다. 이날 정몽규 포니정재단 이사장 겸 HDC 회장 명의로 수여된 상패에는 "깊은 주제 의식과 살아 있는 문장으로 삶의 아름다움 역설적으로 드러냈다"며 "세계 본질을 탐구하는 귀하의 문학 여정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17일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타워에서 열린 제18회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니정재단은 포니정 혁신상 수상자로 작가 한강 씨를 선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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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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