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승부수는 상대 진영 공략? 보수 방송 출연한 해리스, 히스패닉 만난 트럼프

초접전 양상 속 이스라엘의 이란 보복 임박 전망 나오며 대선 전 막판 변수 부상

미국 대선을 3주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 방송 폭스뉴스에 출연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부각하려 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및 여성 유권자들을 만나 두 후보 모두 상대방 지지층 공략에 나섰다.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미국 대선 전에 수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선거의 막판 변수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점을 묻는 질문을 받고 "매우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내 대통령 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를 이어가는 게 아니다"라며 "취임하는 모든 새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나는 내 인생 경험과 전문적 경험, 신선한 새 아이디어를 가져올 것이다. 난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내 경력의 대부분을 워싱턴DC에서 보내지 않은 사람으로서 난 나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내 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 부문 및 다른 사람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의 구체적 정책 차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민 문제에 집중된 인터뷰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우린 고쳐져야 할 망가진 이민 시스템을 갖고 있다"며 "나는 국경 횡단을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통령으로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려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근 "내부의 적" 발언을 언급하고 "그는 미군을 미국 국민에게 돌리겠다고 암시했다"며 "미국 대통령은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두겠다고 말하지 않고 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진행자가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을 자주 끊고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장면이 반복되는 등 인터뷰는 호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됐지만 <AP> 통신은 해리스 선거캠프 대변인인 이언 샘스가 "해리스 부통령이 무엇을 지지하고 무엇을 하기 위해 출마했는지 거름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듣도록 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대부분의 경합주에서 폭스뉴스 점유율이 CNN과 MSNBC 방송을 합친 것보다 크다며 시청자 수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 나선 것은 초접전 상황에서 부동층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확실히 마음이 기울지 않은 공화당 성향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함으로 보인다. <A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댄 파이퍼가 "민주당이 적진으로 들어가는 것은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연성 공화당원과 공화당 쪽으로 기운 무소속 유권자들이 해리스 캠프의 최대 목표"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지지가 우세한 히스패닉계 유권자에 대한 공략을 시도했다. 미 NPR 방송, 의회전문지 <더힐> 등을 보면 1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주최한 유권자들과의 만남 행사에서 주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청중을 향해 자신이 대통령일 때 히스패닉계 주민의 경제적 상황이 더 좋았고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주장하며 경제 분야 강점을 소구했다.

그러나 청중석에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경우 농장 노동력 부족 및 식품 가격 상승에 어떻게 대처할지 등 날카로운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답변을 피하고 불법 이민이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으로 말을 돌렸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이 키우는 동물을 잡아 먹는다는 거짓 주장 또한 고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젠가 여러분의 표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아마 얻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며 포기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높지만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보단 낮다. 지난달 29일~이달 6일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미 시에나대 여론조사를 보면 히스패닉계 등록 유권자의 52%가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혔고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밝혔다. 2020년 대선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들 유권자 지지율 65%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 전 대통령(32%)에 30%포인트(p) 이상 차이로 앞섰던 데 비해 차이가 줄어든 것이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1월 조사를 보면 이번 대선에 참여할 히스패닉계 유권자는 3620만 명으로 추정돼 전체 유권자의 14.7%를 차지한다. 2020년 대선에 참여한 3230만 명(13.6%)에 비해 크게 늘었다. 특히 경합주인 애리조나, 네바다의 히스패닉계 유권자 비중은 각 25%, 22%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 및 수사에도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가 늘어난 것에 대해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유권자의 3분의 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에 대해 말할 때 자신을 언급한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답한 최근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 여론조사를 지적했다.

흑인 유권자와 마찬가지로 성차별적 인식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 여론조사와 2020년 대선 출구조사를 비교하면 히스패닉계 남성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들 남성 중 36%만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49%가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밝혔다. 히스패닉계 여성 유권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2020년 30%, 최근 조사에서 32%로 큰 차이가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폭스뉴스가 주최한 여성 유권자들과의 만남 자리에서 "나는 체외인공수정(IVF)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최근 4달 동안 체외수정을 보호하는 법안을 두 개나 차단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이전엔 이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고 짚었다.

MSNBC도 이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터무니 없는 거짓말"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제공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미국의 임신중지권은 크게 후퇴했고 민주당은 연방대법원 보수 판사 3명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고 상기시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외수정을 포함해 재생산권을 포괄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공세 중이다.

여론조사 분석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의 16일 기준 대선 지지율 평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8.5%, 트럼프 전 대통령이 46.1% 지지를 얻어 박빙인 가운데 이스라엘이 미국 대선 전 이란에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중동 분쟁이 막판에 선거를 흔들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16일 CNN은 소식통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달 초 이뤄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을 다음달 5일 미국 대선 이전에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선 직전에 대중이 중동 불안 확대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소식통은 CNN에 이스라엘 내부에서 보복 시기와 범위는 격렬한 논쟁 대상이었고 미 대선 시기와 직접적 관련은 없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미 대선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정치적 영향에 대해 매우 민감해 보인다고 전했다.

16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채널12 방송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이란 보복 공격 목표물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방송이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에 전반적인 공격 계획을 설명했지만 세부 목표물에 대한 최신 정보는 제공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고 설명했다.

16일 <워싱턴포스트>는 미 당국자들과 선거 참모들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막바지에 중동 분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길 바랐지만 이스라엘의 새 군사 작전으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대선을 넘기는 30일 기한의 인도적 지원 확대 요구 서한을 이스라엘에 보낸 것을 두고 미국이 "향후 30일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잠재적 징벌적 조치는 선거 뒤로 미룰 것"이라는 의미라며 정부가 이스라엘이 요구를 지키지 않을 땐 무기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지에 대한 언급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바이든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이스라엘의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 공격, 가자지구 알아크사 병원 공격 등에 대해 너무 이스라엘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선을 긋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게 메시지를 조정하고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무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앤드루 밀러가 미국이 이스라엘의 작전 범위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이스라엘의 확장 작전을 너무 빨리 수용했다며 "행정부에서 이스라엘이 명확히 정의된 최종 목표를 갖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워싱턴크로싱 유세 중 어린이를 껴안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열린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이 주최한 유권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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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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