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불황에 폐업 속출하는데…여수시의회, 2억 들여 해외연수 '눈총'

지역사회 "매년 관광성 해외연수 되풀이" 비판

▲여수시의회 공무국외연수 출장 계획서ⓒ프레시안(지정운)

여수산단 불황으로 지방세가 줄어들고 시민들의 삶이 팍팍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 여수시의회가 수억원의 혈세를 들여 유럽 등으로 관광성 연수를 추진해 지역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17일 여수시의회에 따르면 이번 공무국외출장은 '국외 선진정책 및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명분으로 진행된다.

3개 상임위원회(기획행정위·해양도시건설위·환경복지위)와 1개 여수시의원 연구단체(백리섬섬길 제1호 관광도로 지정 연구회)가 참여한다.

이들이 다녀올 연수대상지는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핀란드(환경복지위),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3국(기획행정위), 이탈리아(해양도시건설위), 인도네시아 발리와 싱가포르 센토사 섬(시의원 연구단체)이다.

연수 인원은 4개 그룹 총 45명이며 이 중 시의원은 24명이다. 위원회 및 연구단체별로 10~15명(시의원 및 사무국 직원. 소관 상임위 해당 실과 직원)으로 구성됐으며, 총 연수경비는 1억 9955만 원이다.

국외출장 출발 시기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순까지며 연수기간은 동남아 6박 8일, 유럽 3지역은 모두 7박 9일이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공장이 멈추고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지방교부세 등이 대폭 감소하고 시정 운영마저 어려움을 겪는 시점에 수억원을 들여 해외 연수를 강행하는 여수시의회에 대해 시민 여론은 싸늘하다.

실제 여수시는 올해 지역산업의 중추인 석유화학 업황 불황으로 지난해에 비해 1200억 원에 이르는 지방세 수입이 감소했고, 정부 교부금은 600억 원이 줄어들었다. 반면 여수섬박람회 준비 등으로 인해 쓸 돈은 많은 상태다.

이로 인해 여수시는 당장 현안 사업을 중단하거나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인건비 동결, 경상경비 및 보조사업비 등을 축소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시의회는 '지난해에도 다녀왔다'는 식으로 매년 해외연수를 진행하지만, 정작 시정 반영 가능한 아이디어나 정책 제안은 미미하고 연수 후 점검 장치도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이들 위원회가 낸 출장 계획서를 보면 출장 목적이 구체적이지 않고 상투적인 내용 일색이고, 그동안 제출된 연수결과 보고서도 짜깁기 논란 등을 불러온 바 있다.

이번 연수도 여수시 발전과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등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일정을 보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 위주로 짜여져 있음을 알 수 있고, 외유성 연수 비판을 의식한 듯 의원들이 자부담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 10% 남짓이란 점에서 형식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전직 공무원 A씨는 "시의회 해외연수가 의원 견문을 넓히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매년 관광성 해외연수 되풀이되고 있고, 하필 어려운 시기에 시민 대표기관이라고 자처하는 시의회가 수억원 혈세를 들여서 한꺼번에 해외연수를 다녀온다는 것은 사려깊지 못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여수시의회 관계자는 "지역의 우려와 걱정은 잘 알고 있는 만큼 외유성 연수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도록 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연수보고서를 보시고 판단해 주시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그 때 다시 조언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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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운

광주전남취재본부 지정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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