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개발사업에 정치가 끼어 들어 생기는 부작용은 돌이킬 수 없는 데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만 생기게 되는 일을 그동안 수없이 목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지역개발목적'이라는 미명 아래 끊임없이 관여하고 끼어들면서 국토균형개발사업을 비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례 별로 살펴보면 그 부작용을 더욱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다.
갈길 바쁜데 터덕거리는 가덕도신공항 사업
'가덕도신공항'건설사업은 정치권의 야합에 의해 폐기됐다가 다시 살아난 대표적 사업이다.
경제성과 안정성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불사조처럼 되살아 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두 거대 정당이 그렇게 만들었다.
특별법을 만드는 데 두 정당은 야합을 했고 자기 밥상에 큰 떡이 놓여지기를 바라면서 '장미빛' 지역개발 사업으로 표심을 샀으며 민심을 호도했다.
바다와 육지에 걸쳐 추진되는 누가 봐도 고난도 공사로 보이는데 무리하게 공기를 5년이나 단축하면서 '2030부산엑스포'를 유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결과는 참패했다.
5000억 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유치 비용을 들이고도 부산엑스포는 처참한 성적으로 유치에 실패했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4.10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부산을 찾아 '차질없는 가덕도신공항 추진'을 외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023년 12월 13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사업과 관련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글로벌 공항으로 개항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부산의 발전을 위해선 여야 구분 없이 '정책 이어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이 대표는 "부산의 최대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의 국토교통부 기본계획안을 보면 윤석열 정부가 신공항 사업마저 국내공항 정도로 대폭 축소해 땜질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엑스포 때문에 시작했던 기반시설 사업들도 중단되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 우려도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엑스포유치 실패 직후 "자신의 부족의 소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러한 우리 국토의 균형 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고 2024년 2월 13일, 부산광역시청에서 열린 열 한번 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는 "부산의 발전을 위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신속 추진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 본격 추진"등을 약속했다.
공항건설이 정치인의 '말'로 되나?
특히 부산을 글로벌 허브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가덕도신공항의 개항 시점을 2035년에서 2029년 12월로 다시 한 번 못 박기도 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목을 매달면서 날개를 단 듯 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해 언론에서는 '가덕도신공항 표류', '정략적 예타면제 후 폭풍''가덕도신공항 앞 길 첩첩산중'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공기 부족, 공사 난도 등을 이유로 수의계약 체결이 미루지면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공사가 지연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과연 가덕도신공항이 2029년 12월 개항 목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고 있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않으면 기대치만 높아진 지역민에게는 '희망고문'으로 돌아올 뿐이다.
모자라면 조금 붙이면 된다?
지난 11일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는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와 관련해 김태흠 충남지사가 '최고결정권자'와 통화했다는 내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질문하면서 지난 8월 23일 충남의 일간지에 보도된 김태흠 지사의 발언이 그대로 공개됐다.
김 지사는 "누구라고 밝히기는 어렵지만 어제(8월 22일) 최고 결정권자에게 전화해서 전국에 뿌리지 말고 시설을 집적화하라고 촉구했다. 면적이 조금 작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모자라면 조금 붙이면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조 청장은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과 관련한) 최고 결정권자는 저다. 이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이렇게 해서, 저런 프로세스로 해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으며 청장 취임 이후 (김태흠 충남지사와) 한번도 통화한 적이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김태흠 충남지사가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와 관련해 통화했다고 언론에 밝힌 '최고결정권자'가 누구인지 계속 의문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김태흠 지사는 '최고결정권자'와의 통화에서 제2경찰학교를 유치하기 위해서 "(경찰관련 시설을)전국에 뿌리지 말고 집적화하라"고 촉구했고 최고결정권자는 "면적이 조금 작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을 했으며 김 지사는 "(면적이)'모자라면 조금 붙이면 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으로 보면 국가기관 지방 설립을 놓고 유치경쟁에 나선 광역단체장과 관련 최고 결정권자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지역과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던 광역단체장이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위한 "면적이 조금 부족하다"고 사실대로 말했으니 이를 감안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 아니라 후보지에서 탈락시키면 되는 일일 텐데, 김태흠 지사가 최고결정권자와의 통화가 있었다고 밝힌 한 달 후, 김 지사가 얘기한 이곳이 1차 후보지 3곳 가운데 한 곳으로 발표됐다.
김 지사의 예언대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 경쟁에 나선 전국 48개 지자체 가운데 "죄다 떨어지고" 충남 두 곳과 전북 한 곳 등 세 곳이 1차 후보지로 남았다.
경찰관련 기관 집적화 논리는 말장난
경찰 원로인 한기만 전북재향경우회장은 "무엇보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경찰청은 정부기관이지 정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결단코 정치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2중앙경찰학교 입지 선정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공정하고 정정당당'하게 결정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는 단순히 부산만의 발전이 아니라 서울과 부산을 두 개의 축으로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을 통한 비약적인 성장을 위한 시도였다"고 밝혔다.
또 "이같은 두 개의 축을 거점으로 남부지역, 영호남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했다며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이것을 거점으로 우리 국토균형 발전 전략을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바람대로, 이번에는 영호남 시도지사들이 '제2중앙경찰학교' 호남유치에 적극 나섰다.
영호남 6개 광역단체장이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도권과 남부권의 격차 해소'문제 해결에 공감하면서 '제2중앙경찰학교'의 호남유치를 위해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지난 10일 이에 적극 동참하면서 '영호남 시도지사 일동은 영호남의 상생발전과 영호남이 남부권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거듭나기 위해 제2중앙경찰학교의 전북 남원 유치에 적극 협력하기로 대승적 합의'를 이뤄냈다.
'제2중앙경찰학교'의 전북 남원 유치는 수 십년 '정치'로 인한 영,호남 갈등의 시대를 지나 '상생의 길'로 가는 초유의 계기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같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원하는 남부권 광역단체장과 주민들의 바람이 한낱 물거품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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