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만금호 수질을 개선하고자 방조제의 갑문 2개를 번갈아가며 여는 교호운영을 실시하고 있으나 수심 3~4m 아래는 산소가 부족해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상태가 여전하며 일부 구간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하 생태조사단)은 지난 9월 28일 새만금호 내 10개 지점에서 수질을 조사한 결과, 표층부(수심 1~3m)는 용존산소량 10ppm 이상의 양호한 상태였지만 수심 3~4m 아래부터 산소가 부족해지는 빈산소 상태가 시작되고 수심 5~6m 아래는 무산소 상태에 가까워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선박을 이용해 새만금호 전체를 이동하며 10개 지점에서 수심별 용존산소(DO: Dissolved Oxygen)와 염분을 조사했고 바닥층의 퇴적토를 채니기로 퍼올려 저서생물이 생존하고 있는 지를 확인했다.
정부는 2010년부터 방수제 공사를 진행하며 새만금호의 수위를 평균 해수면보다 낮은 –1.5m로 관리하는 인위적인 수문 관리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새만금호에서는 대량 생물 폐사 등 생태계 교란 문제가 크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생태조사단은 새만금호 내의 생태조사를 통해 지난 2016년 염분에 의한 성층화(염분성층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새만금호의 어패류 대량 폐사 및 수질 문제의 원인임을 언론에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정부는 2014년부터 8년 동안 낮에만 한 차례 수문을 열던 방식에서 2020년 12월부터는 야간에도 수문을 여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수질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생태조사단의 2021년, 2023년 수질 조사 결과 여전히 빈산소 수괴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수질개선을 위해 수문의 교호운영 방식을 도입했으나 이번 생태조사단의 조사 결과에서 생물 폐사 영역인 빈산소 수괴로 인해 수질/생태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이 또 다시 확인된 것이다.
생태조사단은 이처럼 수질이 개선되지 않은 이유로 "하루에 2번 수문을 열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30일 중 20여 일 정도만 수문을 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새만금호의 수위를 방조제 밖 해수면보다 –1.5m 낮게 관리하다 보니 실제로는 수문을 닫고 있는 기간이 길어 해수유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물이 썩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호운영 방식 수질 개선 효과 없고, 오히려 일부 구간 역효과
2020년 12월부터 야간에도 수문을 열기 시작한 뒤 2021년 생태조사단이 실시한 조사 결과 "일부 수역에서 빈산소 상태이지만 물흐름이 지속적인 곳에서는 산소량이 적어도 살 수 있는 생물종의 하나인 종밋(산소가 비교적 적은 곳에서도 사는 작은 패류)이나 실지렁이류를 바닥층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는 정부가 새만금 방조제의 가력갑문과 신시갑문을 교차로 열고 닫는 교호운영 방식을 시험하고 있는데 이번 현장 조사결과에서는 "수심이 3~4m 이상 되는 저층의 바닥 면의 퇴적토에 살아있는 생물을 전혀 관찰할 수 없었다"며 "이는 교호운영이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2020년 12월 이후 야간에도 해수를 유통시켜 그나마 저층수에 적은 양이라도 일정한 물 흐름 패턴이 생겨 극한의 환경에서도 사는 종밋 등이 살아갈 수 있었지만 교호운영을 통해 물흐름이 매번 바뀌면서 어떤 생물도 생존 불가능한 조건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생물은 성체가 될 때까지 단 한 번이라도 빈산소 상황이 벌어지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일반적 바다는 깊은 바닥층에도 산소가 있어 저층에도 해삼과 게와 갖가지 생물들이 유기물을 섭취하며 살 수 있다.
'내부준설' 빈산소 수역을 확대하는 결과 낳아
생태조사단이 이번 조사에서 특히 관심 있게 조사를 진행한 곳은 만경수역의 산업단지 조성 지역이며 그곳에서는 매립토를 얻기 위해 준설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미 준설이 진행된 곳의 바닥 퇴적토 상황을 조사한 결과 시커멓게 썩어 악취가 심각한 상황임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과거 준설이 진행된 곳은 수심이 비교적 낮아 3~6m 정도였고 일부 수역에서는 모래가 많아 바지락 종패 등이 관찰됐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최근 준설한 곳을 확인한 결과 수심이 11~12m로 깊었으며 퇴적토의 상태는 아주 시커멓게 죽뻘의 상태로 썩어 심한 악취가 났고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상태였다.
준설이 진행된 곳은 지난 20년 간 환경생태용지로 만들겠다는 곳이었다. 생태조사단은 "환경생태용지를 인위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문제지만 그러한 계획이 있는 곳에서 모래를 퍼 올려 산단 매립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생태조사단은 "준설은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돈을 들여 수질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돈을 들여 수질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는 셈
새만금 호의 표층수(수심 3m 이내)는 용존산소가 10ppm 정도로 비교적 양호한 상태이지만 해양생물이 살지 못할 정도로 염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염도가 아무리 낮더라도 보통 15퍼밀(‰) 이상은 나와야 해양생물이 살 수 있으나 이보다 낮아 갯벌에 칠게 등이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현재 새만금 호의 표층수에는 숭어, 재첩, 전어가 일부 관찰되고 있다. 표층수에는 생물이 살 수 있는 조건이나 염도가 낮아 해양생물이 복원되지 못하고 있고 저층부는 빈산소 문제로 산소가 없어 생물이 전혀 살 수 없는 상태이다.
생태조사단은 "이런 상황에서 매립을 위한 준설이 지속되고 있으니 돈을 들여가며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셈"이라면서 "수질 개선을 위해 정부는 신규 매립과 내부준설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지난 8년 간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염분성층화에 의한 빈산소 수괴로 생물이 살 수 없는 현상은 봄부터 가을, 약 4~11월 중순까지, 8개월 가량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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