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AP "미, 이스라엘 유발 확전 위기엔 비판없어"

이스라엘 내부선 이란 핵 시설 타격 주장도…미, 자제 촉구 없이 "엄중 후과"

이스라엘이 레바논 지상 침공을 시작한 뒤 1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해 보복에 나섰다. 미사일 대부분이 요격됐고 이란은 공격이 마무리됐다고 선언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이 "엄중한 후과"를 공언하며 확전 위험은 여전히 크다.

미국 언론조차 미국이 확전 위기 유발 책임에 대해 이스라엘과 이란에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 강화로 크게 고무된 이스라엘 내부에선 이란 핵 시설 타격 주장까지 나온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1일 오후 18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지만 발사된 대부분의 미사일을 미국과 함께 요격했다고 밝혔다.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안보 내각 회의를 시작하며 "오늘 저녁 이란은 큰 실수를 저질렀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이란의 공격은 심각하고 위험한 긴장 고조 행위로, 후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 지시에 따라 우리가 선택한 장소, 시간,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 예리코에서 가자지구 주민 1명이 숨지고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인 2명이 경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 공격으로 서안지구 예리코에서 팔레스타인인 1명이 숨졌다는 보도 관련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날 이스라엘을 도와 이란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펫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란이 오늘 이스라엘의 여러 지역을 겨냥해 약 20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중대한 공격을 가했다"며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 해군 구축함 2대가 10여 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어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초기 보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대부분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었고 지상 피해는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 4월에도 이스라엘의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해 무인기(드론) 170대, 탄도미사일 120대, 순항 미사일 30대 등 발사체 300대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탄도미사일 180대를 동원한 이번 공격 규모는 4월보다 크다는 평가다. 4월에도 미국 등이 함께 이스라엘 방어에 나서며 이스라엘 쪽 피해는 미미했다.

반면 이란은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란 <IRNA> 통신을 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사일 발사 뒤 성명을 내 "미사일 90%가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번 공격이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 죽음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하니예는 지난 7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이 배후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숨졌고 나스랄라와 닐포루샨은 지난달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했다.

다만 이란은 "추가 보복이 없는 한" 공격을 여기서 끝내겠다고 밝혔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성명에서 이날 공격이 "거의 두 달 동안 엄청난 자제력을 발휘한 끝에" 행해진 것이라며 "이스라엘 정권이 추가 보복을 결정하지 않는 한 우리 조치는 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설 경우 "우리 대응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미 보복을 예고한 데다 강도가 지난 4월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경을 맞댄 레바논의 이란 지원 무장 세력 헤즈볼라가 최근 몇 주간 이스라엘의 공격 강화로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1일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정보관을 지낸 대니 시트리노비츠가 "본질적으로 헤즈볼라가 가담할 위협이 더이상 없기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란 관련 상황에서 지난 4월보다 훨씬 자유로운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이란 핵 시설 공격 가능성에 대한 주장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야코브 아미드로르가 이스라엘의 당면 과제는 이란 공격 여부가 아니라 강도라며 헤즈볼라 위협이 줄어든 지금 이란 핵 시설 공격 또한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총리를 지낸 나프탈리 베넷 또한 1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지도부는 오늘 저녁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우리는 이란 핵 프로그램과 중앙 에너지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지금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지난 몇 주간 수장을 포함해 헤즈볼라 지도부 대거 제거에 성공하며 네타냐후 총리가 "지역 세력 균형 재편"을 외칠 정도로 고무된 상태다. 베넷 전 총리도 1일 "이스라엘이 50년 만에 중동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지 않고 있어 우려가 더 커진다. 설리번 보좌관은 1일 브리핑에서 이번 공격에 대한 "엄중한 후과"를 공언하고 "이를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 공격 땐 긴장 고조를 원치 않는다며 이스라엘에 대응 자제를 촉구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향후 이스라엘에 자제를 촉구하더라도 미국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긴 시점에서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영향력은 지난 4월보다도 약할 수 있다고 시트리노비츠가 전망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은 이스라엘군이 1일 레바논에 대한 지상 공격이 진행 중이라고 공개한 뒤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식 작전 개시 전에도 수십 차례 국경을 넘는 공격을 통해 수많은 헤즈볼라 진지와 땅굴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2일 레바논 남부에 골라니 보병여단, 188기갑여단, 6보병여단을 포함한 36사단의 보병과 기갑부대가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0일 시작된 레바논 지상 공격이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을 겨냥한 제한적이고 지역화된 습격"이라고 강조했지만 <로이터> 통신은 보병과 기갑부대 합류는 제한된 특공대 급습 작전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레바논 지상 침공에 대해 "이스라엘의 방어권"이라며 옹호했다. 라이더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이해하고 지지한다"며 "우리는 그 일부가 헤즈볼라가 국경을 따라 구축한 공격 기반시설 일부를 해체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조차 미 정부가 이스라엘 쪽의 긴장 고조 유발 행위와 이란 등 반대편의 유사한 행위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레바논 지상 공격을 포함해 지난 3주간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맞서 레바논 공격을 강화한 것은 "이스라엘 민간인을 공격한 테러리스트들을 심판한 것"이라며 방어하는 반면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선 평화를 요구하고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고 짚었다.

밀러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이란은 자신들이 건설, 육성, 통제하는 테러 집단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국가 대 국가 공격을 감행한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행동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AP>는 미 정부 당국자들이 확전 위험을 높인 것에 대해 이란을 비난하지만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유발했다는 비판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즉각 휴전을 촉구하던 미 정부가 일주일 만에 메시지를 바꿨다고 짚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동 프로그램 책임자인 존 알터먼은 지난달 30일 논평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확신은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한다"며 백악관이 이러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헤즈볼라 강타 뒤 여당 지지율이 오르며 네타냐후 총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지만 오는 7일 가자지구 전쟁 1년을 맞아 이스라엘 국민이 인질 석방 실패와 장기화된 전쟁 피로감을 상기할 경우 공격 확대가 역풍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강한 타격으로 적의 공격을 억제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그러한 주장이 실현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 의해 지도부를 대거 잃은 상황에서도 헤즈볼라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는데,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일 오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로 로켓 100발 가량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공격 중단 조건으로 가자지구 휴전을 내걸고 있다. 가자지구 휴전은 교착 상태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2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지원을 명목으로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해 온 또 다른 이란 지원 무장 단체 예멘 후티 반군 또한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공격을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예멘 내 후티 반군 시설까지 공습 범위를 넓힌 상황이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이후 국경 지역에서 제한적 교전을 벌여 왔지만 지난달 중순 레바논에서 수천 대의 무선호출기(삐삐)가 연쇄 폭발하며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지난주부터 레바논에 대규모 공습을 가해 지난달 23일에만 레바논에서 500명 가량이 사망했다. <로이터>는 1일 레바논 정부가 지난 1년간 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거의 1900명이 죽고 9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대부분의 사상자가 최근 2주간 발생했다고 집계했다고 전했다. 2일 레바논 국영 NNA 통신은 간밤에도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등에 공습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1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 180여대를 발사한 뒤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발사체를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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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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