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지 마!

[거인들의 발걸음] 2024년 3월8일, 더 뜨겁게 잇는 2025년 여성파업

2024년 3월 8일, 보라색 물결을 이룬 8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서울 보신각 앞마당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 2024년 여성파업' 집회를 진행했다. 41개 노조와 단체가 결성한 2024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이하 여성파업조직위)는 2023년 11월부터 3·8 여성파업을 조직해 왔다. 여성파업조직위는 기자회견,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찾아가는 여성파업, 오픈마이크, 여성노동 실태조사, 인터뷰, 연재 기고 등 여러 사업을 통해 여성파업을 알리고 여성파업 대오를 조직했다.

너희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지 마라

여성파업조직위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3·8 여성파업을 조직한다. 이를 위해 올해 9월 26부터 2025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참가 단체를 모집한다. 2025 여성파업조직위 결성을 위해 구성된 제안 단체로는 건강세상네트워크,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다른몸들,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쇼설클럽(FDSC), 학생사회주의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 12개 단체가 있다.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그 위기가 특히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전가되고 있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2023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전체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6%다. 여성 2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인 셈이다. 같은 기간 성별 임금격차는 31.2%로 남성이 월급 2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은 137만 원 정도를 받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여성 노동자 중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율은 9.6%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5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 플랫폼 특수 고용 형태, 프리랜서와 같은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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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무급 가사·돌봄 노동 등 사회적 재생산의 많은 굴레가 여전히 주로 여성에게 씌워지고 있다. 더구나 그 무게를 덜게 해 줘야 하는 돌봄 공공성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여성을 성상품화(성적대상화)하는 행태가 극에 달하며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폭력 사태, N번방 사건 등 성폭력에도 많은 여성들이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가속화하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그 오물을 뒤집어쓰고, 오물들에 밀려 낭떠러지에 내몰리고 있다.

왜 여성파업인가

3‧8 국제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시작했다. 1910년, 독일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국제 여성의 날을 제안했고, 그에 앞서 미국 섬유공장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대규모 투쟁을 벌였다. 그들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노조 활동의 자유, 선거권 보장을 요구했고, 무려 13주간에 걸친 파업을 이어 갔다. 이처럼 3‧8 국제 여성의 날은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기념하고 계승하기 위한 날이다. 이에 여성파업조직위는 내년 이날에도 여성파업을 벌이려 한다. 여성파업은 여성억압과 차별, 착취를 심화해 온 자본가계급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무엇보다 효과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1975년 10월 24일 오후 2시 5분에는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첫 여성파업이 열렸다. '2시 5분'은 남성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적용했을 때 당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2시 5분까지 수준까지밖에 안 되었던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첫 여성파업에 아이슬란드 전체 여성의 90%가 참여했다. 여성들은 일과 가사노동, 돌봄노동을 모두 거부하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광장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는 당시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2만 5000~3만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여성들은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유치원을 늘려라", "임금을 평등하게 지급하라", "성폭력을 멈춰라" 등 평등과 권리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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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거센 힘을 모을 2025년 3‧8 여성파업

2024년 3·8 여성파업은 한국에서의 첫 여성파업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금속노조 KEC지회는 전 조합원 현장파업으로 여성파업에 힘을 실었다.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인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는 전날 노동청 앞에서 여성파업 전야제를 치른 뒤 3월 8일 파업집회에 참가했다. 그 외 여러 노조에 소속된 많은 노동자들과 여성 단체, 성소수자 및 인권 단체, 개별참가자는 물론 남성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2024년 3·8 여성파업을 위해 여성파업조직위는 수개월에 걸쳐 다양한 방법과 매체를 통해 여성파업을 좀 더 널리 알리고자 했고, 파업 대오를 조직했다. 여성파업조직위는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파업을 진행하며 여성 억압과 차별에 맞서고 여성 노동자, 모든 노동자의 목소리를 드높이려 한다.

여성파업조직위는 가입 기준에 동의하는 모두에게 문을 열어 놓고 있다. 2025년 3·8 여성파업에서 함께 목소리와 힘을 모을 여러분을 환영한다.

▶ 2025년 3·8 여성파업조직위원회 참가신청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gn4R2crG05R11k1GHjraY_-11OOGPFJgLm14uytsmQmw5Jg/view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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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글을 쓰고 외국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책을 만들며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의 대한문 분향소 농성을 계기로 잠시 잊고 있던 사람들과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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