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 회장 "응급병상 97.5% 운영? 숫자 조작이고 국민 기만"

"경증‧중증 구분, 돈 아끼려는 시도 같다"

정부가 '응급실 붕괴론'은 과장됐다며 기존 의료 개혁안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응급 의료진은 정부가 현 의료 위기 상황을 도리어 축소하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5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응급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97.5%가 운영 중'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대표적인 정부의 숫자 조작 내지는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어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님이 발표하시면서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실 미수용'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응급실 뺑뺑이, 그 말 자체를 많이 싫어한다"면서 "응급실에 수용하지 않는 책임이 있느냐라는 것을 약간 강조를 하는 그런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응급실 뺑뺑이'의) 제일 많은 경우는 사실은 배후 진료의 부족"이라며 "응급진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결국은 외과 수술이 필요한데 당시에 상황이 되지 않는다, 그럼 저희는 거절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응급실은 그냥 관문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또 한 가지가 응급실 자체의 과밀화 때문"이라며 "'빅5 병원'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환자 보내려고 가끔 전화를 해보면 누워 있을 자리가 아니라 서 있을 자리도 없다고 얘기를 한다. 응급실이 그 상황이 되면 그것은 이미 마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하루에 '병원에 오겠다' 내지는 '전원 오겠다'라고 하는 환자가 적을 때는 40~50개, 많을 때는 100개씩 전화가 오는데 그중에 대부분을 수용을 못 하고 있다"며 "거절을 할 때 우리가 무슨 이게 거절하면서도 이게 정말 맞나(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리적으로 힘든 거야 이전에도 힘들었으니까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정신적으로 힘든 게 거의 한계에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부가 최근 경증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응급의료 관련 비상진료 대책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책임을 의료기관과 개인에 떠넘기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장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의료기관에 전화를 해서 중증도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거는 사실 경증이라고 이해를 하시면 될 것 같다'고 말한 데 대해 "일반인의 시각이고 의료인의 시각은 당연히 다르다"며 "응급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알고 봤더니 응급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증이냐 중증이냐를 이렇게 엄격하게 나누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돈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경증 환자에 들어가는 국민보험공단 지급금을 사실은 본인 부담금을 90%로 올리면 병원이 돈을 더 버는 건 아니다. 결국은 승자는 공단이 맞는데 이익은 누가 볼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중증 아니고 경증이냐' 그 판단을 의료진이 하게 된다면 결국은 환자와 의료진의 갈등이 생기게 되긴다"며 "결국은 책임과 어떤 문제를 다 의료기관과 개인에 떠넘기는 좀 무책임한 정책이 아닌가(싶다)"고 꼬집었다.

명절 연휴 비상 대책으로 군의관과 공보의 투입 방안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대세에 영향을 줄 상황은 아니"라며 "전문성이 필요하고 숙련도가 필요한데 이런 단기간에 비숙련 인원이 투입된다고 해서 지금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경기도의 한 응급실을 직접 찾아 '의료인들에 대해서 법적인 위험 문제를 좀 해결해 드리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구체적인 대안이 최대한 빨리 나오는 것이 되게 중요하다"며 "지금 위기 상황의 초래라고 하는 게 좀 신뢰가 깨졌다라는 부분인데 그럼 신뢰를 회복해야 될 거 아닌가. 끝까지 싸우고 이혼할 건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의 첫 단추가 뭐냐. 저는 법적인 위험성의 감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전공의들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현재 집중해야 하는 건 의료 붕괴를 빨리 해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박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응급의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기존 의료체계에서도 있었던 문제"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지자체, 의료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철저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가 의료개혁 특위에 참여해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에 속히 참여해달라"며 "의료계가 2026년도 의대정원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면 열린 자세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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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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