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고분군③] 통합기구 "김해, 근거는 비공개"…공정·신뢰성 도마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경남연구원', 무엇을 위한 장단인가…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통합 관리기구 설치 두고 지자체 경쟁

객관성 확보 위한 연구용역… 경남연구원, 결론 유도 의혹 짙어져

인구·재정 앞세운 김해시… "예산 불용 될까봐…" 문화재 무단 복원정비 과정서 훼손 사건 재조명

유네스코 세계유산 가야고분군 통합관리 기구 설립이 지자체 간 경쟁과 '국가유산청'의 뒷짐 속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객관성' 확보를 위해 실시한 연구용역에서 '김해가 최적지'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발주처 '경남연구원'이 결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또 이 연구용역에서 입지선정 지표는 인구·재정 규모에 방점을 둬 김해시가 최적지가 됐는데, 몇해 전 '예산을 안 쓰면 불용'된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고인돌을 김해시가 무리하게 복원 정비하다 훼손한 행정사례까지 도마에 올랐다.

'객관성' 확보 위한 용역… "결과는 공개, 도출 과정·자료는 비공개"

28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경남연구원은 '경상남도 김해가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통합관리기구 입지 최적지라는 연구용역'의 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경남 발전전략을 목표로 설립된 '경남연구원'은 결론 도출 과정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물은 물론 참조문헌, 전문가의견 등 일체를 비공개 통보했다.

경남연구원은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문제는 '공정한 업무수행'을 언급한 경남연구원이 이 연구용역의 결론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이 연구용역 착수 직후 발주처인 경남연구원이 통합관리기구의 입지를 "경남"을 못 박은 보고서를 공개적으로 발간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보고서 참여연구진 중 하나는 이 연구용역의 실질적 관리감독 관계자 A씨였다는 것도 취재결과 밝혀졌다.

A씨는 자신이 참여한 보고서가 연구용역에 영향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은 인정하면서도 '억측'이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이 연구용역을 수행한 업체가 '선 결론을 담은 경남연구원의 보고서'를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레시안>은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경남연구원에 '연구결과물'을 포함해 참조문헌 등을 검증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경남연구원은 이들 자료를 전부 '비공개' 통보했다. 수일에 걸쳐 십여 차례 전화하고 기자의 연락처·메모를 남겼지만, 회신조차 없었다.

선 결론 담은 보고서, 업체는 "제공(갖다바침) 받았다"

용역 수행업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 연구보고서를 "제공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는 "여러가지 자료들을 많이 검토했다"라면서, 경남연구원 보고서의 주요 내용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남연구원 보고서) 그걸 제공받아서 봤다"고 답했다.

발주처인 경남연구원이 연구용역이 진행 중에 주요과업 중 가장 민감함 '주제'에 대한 선 결론을 내리고 이를 공표함을 물론 용역수행사에 손수 전달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도시가 최적지? 어불성설…

문화재 학술 연구와 전시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학예연구사 B씨는 "통합관리기구 설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유산의 관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언론에 나온 인구·지방세·지역별총생산 등이 유산관리기구의 입지선정 지표로 선정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단순히 큰 규모의 도시, 예산이 많은 도시가 문화유산 관리 최적지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극단적인 예로 몇 해 전 세계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고인돌이 무단 훼손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라며, "당시 김해시청 관계 공무원들은 '예산을 쓰지 않으면 불용 처리되는 탓에 사업을 진행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야고분 1220기를 관리하는 '가야고분군 통합관리기구'는 유산 관리는 물론 관련 콘텐츠 개발 등도 주도할 전망이다.

경남은 최다 지역, 경북은 최대 규모 가야고분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 지산동 고분군 ⓒ 고령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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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대구경북취재본부 권용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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