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내일'을 창조해냈다

[최재천의 책갈피] <시간의 지배자> 토머스 서든도프 , 조너선 레드쇼 , 애덤 벌리 지음, 조은영 번역

"다른 동물들도 사람처럼 서로 만나면 인사한다. 침팬지는 '안녕hello'이라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심지어 포옹을 하거나 뽀뽀도 한다. 그러나 제인 구달이 지적한 것처럼 이들이 '잘 가goodbye'라고 말하는 법이 없다. 인간은 나와 당신이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자의 길이 내일 다시 교차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는 유일한 동물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내일'을 창조해냈다. 인간만이 '내일'을 생각할 줄 안다. 내일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내일을 두려워하기도, 내일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문명이 시작됐고 종교가 탄생했을 것이다. 내일도 당장 먹고살아야 하고, 죽음 이후의 내일 또한 불안하고 궁금했기에. 내일을 예측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인간의 정신은 사실상 일종의 타임머신이다. 이 타임머신을 타고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한 번 더 경험하고,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없어도 미래를 상상한다."

내일을 생각할 줄 아는 능력, 이것이 바로 '예지력'이다.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티탄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다 주면서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능력을 선사했다. 그는 우리에게 문화, 경작, 수학, 의학, 기술 그리고 문자를 가져다주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예지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만의 특성인 예지력은 과연 어떻게 생겨났을까. 어떻게 발달했을까.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진화했을까. 그리고 예지력의 기능은 무엇일까.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서적이 아니다. 철학 책이고, 심리학 책이고, 뇌 과학 책이기도 하다.

어쩌면 원제인 <내일의 창조THE INVENTION OF TOMORROW>가 더 정확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 자체로야 <시간의 지배자>가 편안하지만. 인지과학자인 저자들은 "과거와 미래의 세계에 정신적으로 몰입하는 능력(예지력)이 우리를 철학적이고 기술적이고 사유하는 종으로 만드는 이유라는 것을 생생하고 설득력 있게 논증해낸다."(스티븐 핑커)

그래서 책의 흐름은 '예지력'을 둘러싼 방대한 이야기다. 저술의 의도이겠다. 저자들은 '예지력의 본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내기에 지금만한 때는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 종이, 지구의 미래를 바꾸게 하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이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의 지배자> 토머스 서든도프 , 조너선 레드쇼 , 애덤 벌리 지음, 조은영 번역 ⓒ디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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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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