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유 좀 생겼나? 쇼이구 이란 방문 이어 압바스 러시아 行

압바스 "하니예 암살, 비겁한 행위" 이스라엘 비난…외교부,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 여행금지 경보 발령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에서 암살한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다음주 러시아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이란에 방문하고 있어 러시아가 현 국면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6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스푸트니크> 통신은 압바스 수반이 오는 12~14일 러시아에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압바스 수반은 이번 방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통신과 단독 인터뷰에서 하니예의 암살로 인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협상이 복잡해질 것이며, 하마스 조직원들로 인해 분쟁이 장기화되고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압바스 수반은 "하니예 암살의 목적이 전쟁을 연장하고 그 범위를 확대하려는 데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는 비겁한 행위이자 이스라엘 정치에서의 위험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스라엘 당국은 야망을 버리고 우리 국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며 국제법 준수, 아랍평화구상의 이행,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 가자지구에서의 철수 등을 이스라엘에 요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02년 제안한 '아랍평화구상'은 이스라엘이 지난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점령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골란고원 등에서 철수하면 아랍권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수교할 수 있다는 계획을 의미한다.

압바스 수반은 러시아의 중재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에 합의한 적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모스크바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여는 것에 거듭 동의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측과 만남을 거부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평화의 길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자지구 및 중동지역의 평화는 "무력이 아닌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다"며 "동시에 우리는 휴전, 인도적 지원, 난민들의 복귀,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 등을 통해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 당국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4월 28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로이터=연합뉴스

압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정치적으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7일 이후 6일까지 사망자가 3만 9623명, 부상자 9만 1469명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휴전 촉구 및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압바스 수반의 러시아 방문에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5일 이란에 방문해 마수드 페제슈키안 신임 대통령과 정세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란 <IRNA> 통신은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하니예 암살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은 확전을 원하지 않으나 이스라엘 정권은 반드시 범죄에 대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러시아가 이란과 팔레스타인 등 현재 중동 위기 상황에서의 핵심 국가 지도자들과 접촉을 가지면서, 상황의 안정 및 해결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외교부는 6일 "최근 중동지역 정세의 불안정성이 고조됨에 따라, 7일(수) 0시부터 이스라엘-레바논의 접경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발령하는 한편, 이란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역의 '블루라인'으로부터 4km, 레바논 남부 접경지역으로부터 5km에 여행금지가 발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라인은 2000년 유엔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역으로부터의 철수를 확인하기 위해 설정한 일시적 경계선이다.

당초 이스라엘 및 레바논에는 가자지구 및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인 '출국권고'가 발령 중이었다.

이란의 경우 기존에 여행경보 3단계가 발령 중이었는데, 2단계 '여행 자제'였던 지역이 '특별여행주의보' 지역으로 격상됐다. 3단계 지역은 터키·이라크와 국경지역, 시스탄발루체스탄주 및 페르시아만 연안 3개주(후제스탄·부세르·호르모즈건)였다. 이 외에 다른 지역에 대해 외교부는 2.5단계에 해당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이번 조정을 통해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이스라엘-레바논 접경지역에 여행을 계획하셨던 국민께서는 취소해 주시고, 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즉시 철수하여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우리 국민께서는 현재 가용한 항공편으로 조속히 출국해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권고한다"며 4단계 발령에도 해당 지역에 방문·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했다.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이란을 방문할 예정인 우리 국민께서는 방문을 취소·연기해 주시기 바라며, 동 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께서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안전지역으로 출국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외교부는 7일 0시부터 이스라엘-레바논과 접경지역에 대해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오른쪽의 검은색 구역이 7일 이후부터 적용되는 여행금지 대상 지역이다. ⓒ외교부

▲ 외교부는 7일 0시부터 이스라엘-레바논과 접경지역에 대해 '여행금지'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4단계를 발령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오른쪽의 검은색 구역이 7일 이후부터 적용되는 여행금지 대상 지역이다. ⓒ외교부

▲ 외교부는 이란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오른쪽의 빗금 부분이 2.5단계에 해당하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곳이며 빨간색 부분은 '출국권고'에 해당하는 여행경보 3단계가 발령된 지역이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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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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