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주차장 화재, 어떻게 막을 것인가?

[국회 다니는 변호사] 주차장법, 소방시설설치법 등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전기차 화재 방지법'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계획, 친환경차 보급 정책 등 정부 정책 변화에 맞춰 전기자동차(EV)의 보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환경부 발표 기준으로 전기차가 5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수송 부문에서의 전환이 그만큼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기차의 보급에 맞추어 차량 배터리의 결함 또는 접지 등 불량으로 인한 전기차 화재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나기 시작한 2018년 기점보다 2023년 현재로 거의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배 이상 늘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YTN보도, 소방청 자료 인용) 지난 2일 있었던 인천 청라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의 전기차 차량 화재사고는 무섭게 빠른 속도로 일어나 주변의 차량과 지하시설을 전소시켰습니다. 지난 6월 24일 화성의 아리셀 공장에서 일어난 배터리 화재사고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인명사고입니다.

전기차, 소방안전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전기차 배터리 사고의 원인은 대략 몇 가지 있는데, 기계적 손상이나 과열·과충전 등입니다. 배터리 내부의 결함은 물론이고요. 이번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의 경우는 외부의 충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배터리 내부의 결함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피해자, 차주, 전기차회사, 배터리회사 간 화재 책임을 놓고 향후 상당한 기간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차주가 배터리 내부 결함을 알기는 어려울 것이고, 정상적으로 전기차를 사용했다는 전제 하에 제조물책임법 제3조의2 규정상 결함 자체를 추정하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가정을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가 여러 셀을 모듈 형태로 묶은 것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화재보다 빠른 속도로 연소(延燒)돼 때문에 화재 진압이 매우 어렵고, 기존의 일반적 포말소화기나 소량의 물로는 잘 진압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수 소화기(열폭주 차단형 D급 소화기, 25만 원 가량)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소화기 가격이 일반ABC소화기에 비해 10배나 비싸 국내에서 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아예 물 웅덩이에 전기차를 빠뜨려 화재를 진압하는 동영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기차 내부의 결함을 줄여나가기 위한 기술적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당장 정부와 국회가 어떠한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오늘은 기존에 발의된 법을 평가하기보다는 정부와 국회에 일련의 행동을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사고를 보면, 전기차가 다른 차량과 다를 바 없이 주차되어 있습니다. 국내 지하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또한 지하주차장 중 일정 공간이 전기차의 충전공간으로 배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전기차량이 화재사고의 주범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실제 전기차량보다 발화의 위험성은 하이브리드카가 3.4%, 일반 내연기관차가 1.5%인데 비해 0.03%정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관련 외신 보도 ), 그 화재의 가중적인 위험성을 인식하고, 다른 차량 소유자들에게 미칠 피해를 대비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주차장의 EV차량 구역을 별도로 분리하고, 또한 급격한 열이 발생할 경우의 열 감지장치(thermal detector), 과전류가 흘러 차량이 과열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특히 완속충전장치의 경우 기술적으로 이런 문제들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자동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시스템, 배터리 셀이 열폭주돼 가스가 발생하고 추가 연쇄화 반응을 통해 열폭주가 일어날 경우 이를 막아줄 소화장치 등이 갖추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주차장법'에 이러한 전기차의 화재 방지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세밀하게 규정돼야 합니다.

아울러 이후 신규 건축물을 설계할 때는 전기차 차량의 화재시 방화 차단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구조를 소방안전 전문가와 상의해 설계하게끔 해야 합니다. 기존 건축물이라면, 위와 같은 안전대책을 마련해두는 것이 추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화재발생시 가장 좋은 대책은 진압 못지 않게 안전하게 차단 및 대피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전기차의 열폭주현상으로 인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폐쇄형 주차장(covered car parks)의 경우 '전기차 안전가이드라인'을 지난해에 마련하고, 스프링클러, 열모니터링 카메라, 전원공급 차단을 위한 수동격리 스위치 시스템 도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NFPA(National Fire Safety Code, 소방안전법규)를 개정해 주차장을 '화재에 가중된 위험군'으로 분류하고, 모든 주차장에 자동 스프링클러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전기관련 법규에서도 전기서비스제공의 부하를 계산할 때 반드시 전기자동차 공급 설비를 고려하게끔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전기차 안전 강화대책에 발맞추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에서는 '소방시설설치관리법'과 '주차장법'을 동시에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방시설설치관리법'에 따라 각 지방소방청이 전기차 충전소, 주차장(실내, 실외)의 위험성을 평가 또는 재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고, '주차장법'에는 각 주차장마다 주위와 같은 전기차 소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규화를 하고, 또한 관련 예산배정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22대 국회 들어 송언석 의원 안으로 주차장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으로는 보이는데 다소 단순한 내용으로만 규정되어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모든 주차장에 이를 적용하기 어려우니, 화재의 위험성이 큰 대형주차장부터 적용하고, 단계별로 모든 주차장에 이를 적용해 나가면 될 것입니다.

배터리 사고,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할수록 시민들의 '탄소중립'에 대한 생각은 시들해질 수 있습니다. 자기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탄소중립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정부, 국회, 지자체 모두 이러한 안전대책에 대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법 개정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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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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