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조롱 "아직 안끝나. 바이든, 내일 후보 사퇴 잊어버릴 것"

바이든 후보 사퇴에 공화당 "대통령직도 즉각 사임하라" 총공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거 후보직 사퇴를 두고 공화당 내에서는 대통령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내일이면 후보직에서 사퇴한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21일(이하 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의 본인 계정에 "지금 우리나라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기꾼 조'(Crooked Jo,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는 아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전혀 모른다"라며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도 운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기꾼 조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대통령 선거 후보를 사퇴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것"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을 비꼬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사기꾼 조 바이든과 싸우는데 시간과 돈을 써야 했고 그는 끔찍한 토론 이후 나쁜 여론조사 결과를 갖고 후보에서 사퇴했다"며 "이제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조 바이든 주치의와 가짜 뉴스를 만드는 언론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그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능력이 없거나 그럴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공화당은 사기죄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각) 2024년 대통령선거 공화당의 공식 후보로 지명된 이후 처음으로 미시간 주에서 유세를 가졌다. ⓒAFP=연합뉴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서 "바이든이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면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톰 에머 의원 역시 본인의 X 계정에서 "민주당에서 바이든이 선거에 나서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면, 그는 분명히 우리의 핵 코드(nuclear code)를 통제하기에 부적합하다. 바이든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책임을 해리스 부통령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는 이날 발표한 별도의 성명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공동으로 가지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민주)당의 전망은 이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2인자이자 무능한 '국경의 차르(czar)'인 해리스는 미국의 주권, 안보, 번영을 파괴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은폐에 동참한 공범"이라며 "바이든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내년 1월까지로 돼 있는 임기를 끝까지 완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방미 등 예정돼 있는 일정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 방송 CNN에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는 건강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감염됐던 코로나 19와 관련한 것 외에 다른 중요한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주치의인 케빈 오코너의 메모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오코너는 "증상은 상당히 호전됐다. 맥박, 혈압, 호흡수 및 온도는 완전히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대통령 직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 계열의 비영리단체 및 시민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좌파 운동 및 단체들을 위한 비영리 모금 플랫폼인 'ActBlue'는 해리스 부통령의 출마 선언이 발표된 지 5시간 만에 2750만 달러(한화 약 382억 원)가 넘는 소액 기부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X의 기관 계정에 "풀뿌리 지지자들은 그를 민주당 후보로 지지하게 되어 힘을 얻고 흥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랜디 웨인가튼 미국교사연맹 회장은 X의 본인 계정에 "해리스는 Roe(로)를 복구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학자금 부채 탕감을 위해 싸우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위한 강력한 옹호자"라며 출마를 환영했다.

웨인가튼 회장이 언급한 '로'(Roe)는 여성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이를 공식 폐기한 바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해당 권리를 복구하겠다면서 지난 1월 23일 버지니아 주에서 가진 첫 공동유세에서 무대 배경에 임신중지권을 다시 되살리겠다는 메시지를 띄우며 젊은 층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섬 주민들에 초점을 맞춘 정치행동 단체인 'AAPI(Asian 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빅토리 펀드'와 라틴계를 중심으로 한 '라티노 빅토리' 역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내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X의 본인 계정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기에 해리스 부통령보다 더 적합한 인물은 없다"며 공식적인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는 X 계정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휘트머 주지사가 해리스 부통령과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할 생각이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달리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명확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 측은 별도의 정치인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던 2020년 대통령선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후보군이었던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중에 특정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역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는데,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둔 하원의원들에게 교체 후보가 승계가 아닌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도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성명을 발표했으나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는 당 내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 사상 초유의 상황에서 발언을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이 어떠한 방식으로 대통령선거 후보를 선출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은 가운데 CNN은 미국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오는 24일 관련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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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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