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바이든 대체 후보 확정? 클린턴 "지지"…오바마는 언급 안해

무소속 케네디 전 의원 "여론조사 하자" 제안…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앞서는 후보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건강 문제로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선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21일(이하 현지시각) 해리스 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미국 국민을 대표해 조 바이든 대통령의 탁월한 리더십과 나라를 위해 수십 년간 봉사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받고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를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을 통합하고 우리나라를 통합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지지를 촉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데 대통령과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부부는 "우리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트럼프 두 번째 임기로 나타날 위협보다 우리나라를 더 걱정하게 만든 것은 없다. 그는 첫날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고, 대법원의 최근 판결은 그가 헌법을 파괴하도록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며 "지금은 해리스를 지지하고 선출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모든 것을 가지고 싸울 때다. 미국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부터 미국을 구해내고,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타격을 입은 경제를 재건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세계에서 우리의 위상을 회복시킨 대통령"이라고 한껏 추켜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지지를 보낸 클린턴 부부와는 달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 기간 동안 뛰어난 업적을 실행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에 출마해 자신이 시작한 일을 마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복귀하고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 본인이 평생 동안 싸워온 모든 것과 민주당이 지지하는 모든 것이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저는 또한 바이든이 싸움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는 것도 안다"면서도 "그가 정치적 환경을 보고 새로운 지명자에게 (후보직을) 전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것은 분명히 그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며 바이든 대통령을 위로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하지만 저는 그(바이든)가 미국에 맞는 일이라고 믿지 않는 한, 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이는 바이든의 나라 사랑에 대한 증거이며, 본인보다 미국 국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역사적인 사례이며, 미래 세대의 지도자들이 잘 따라야할 것"이라고 말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미지의 바다를 헤쳐 나갈 것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훌륭한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관대하고, 번영하고, 통합된 미국이라는 바이든의 비전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완전히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면서도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았다.

▲ 7월 4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발코니에서 조 바이든(왼쪽에서 두 번째) 대통령이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카멀라 해리스(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영부인 질 바이든(왼쪽)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오른쪽)도 자리했다. ⓒAP=연합뉴스

기존 대선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표명했지만 그렇다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에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승계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오는 8월 19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공개투표인 '롤 콜'(Roll Call·호명)을 웹상에서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방송 CNN은 "민주당은 다음 달 전당대회 전까지 원격으로 대선 후보 경선 투표를 진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지난 19일 제시된 계획에 따르면 대의원들은 투표가 시작되기 전 24시간 동안 통지를 받게 되며 별도로 발송된 이메일을 통해 디지털 투표를 하게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승인하는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이 방식을 고수할지, 아니면 전당대회장에서 정식 투표가 이루어지도록 할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기존의 후보 선출 방식대로 진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경선에 참여할 후보자들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민주당 당규상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300~600명의 대의원 서명이 필요하다.

민주당 대의원은 3949명으로 이들은 미국의 각 주에서 절차를 거쳐 뽑힌 인원이다. 여기에 약 750명 수준의 '슈퍼 대의원'으로 알려진 자동 대의원이 있는데, 이들은 보유한 직책에 의해 대의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앞서 치러진 민주당 내 경선을 통해 바이든에게 투표하기로 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바이든이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이들 역시 자유롭게 투표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는 새로운 후보가 나올 경우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대선 후보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새로운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이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바이든이 해리스를 지지했고 후원금 계승에도 문제가 없다는 점 등 현실적인 이유로 또 다른 후보가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도 공화당도 아닌 제3지대에서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었던 무소속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전 의원은 'X'의 본인 계정에 민주당의 후보 선정 절차를 기존의 대의원 선출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전통적인 약속으로 돌아가 개방적인 절차를 통해 모범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며 "민주당은 엘리트들이 직접 뽑은 후보를 지명하는 대신 중립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가장 잘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아야 한다. 그런 다음 대의원들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선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다면 저는 민주당을 떠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네디 전 의원은 "민주당은 (사퇴 압력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퇴보를 숨기고 당 후보로 밀어붙였다"며 "많은 미국인들은 민주당 내 엘리트들이 인기가 없는 부통령(해리스)이 (후보직을) 승계하도록 하기 위해 지명 절차를 조작하려 한다고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체 후보로 거론됐던 당내 주요 인사들은 출마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X'의 본인 계정에 "바이든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싸웠고 모든 미국인들에게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 준 지도자로 역사를 새로 썼다"며 "가장 영향력 있고 이타적인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본인의 출마 여부를 포함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역시 'X'의 본인 계정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선거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유죄 판결을 받은 중범죄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저지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그는 'X'의 본인 계정에 "카멀라 해리스가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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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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