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파더'에게 양육비 받아내는 法, 가능할까?

[국회 다니는 변호사] 양육비 대지급법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를 다뤄보겠습니다. 혼인과 이혼은 사회적 결합과 해소의 중요한 장치인 만큼, 과정에 따르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국가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이혼 건수는 꾸준이 10만여 건에 이르고 있습니다.

최근 모 방송사의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죠. 배우자 일방의 외도 등 유책으로 인해 이혼 이후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프로포즈 상대방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기구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외도로 인해 아이에 대한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은 사연들이 공개되기도 했죠. '생활비를 100만원 가져다 주는데, 그 돈으로 월세내고 어린이 집을 보냈는데, 정작 그 돈이 밀리자, 첫째 아이가 4살인데 라면 먹이고, 가스도 끊기고…' 눈물 없이 보기 안타까운 사연들입니다.

문제는 이런 사연을 매우 흔히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 2021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혼 또는 미혼의 한부모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는 비율은 72.1%에 달하고, 이로 인해 한부모가족의 아동 빈곤율은 OECD회원국중 4번째로 높은 수치(47.7%, OECD평균 31.9%)입니다. 큰 불명예죠.

혼인이 해소되더라도 육아를 담당하게 된 일방 배우자(통상은 여성이 이를 담당하게 되고, 남성이 육아비를 지원하며 면접교섭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의 생활 안정, 자녀의 복리가 중요한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것이 장래의 사회불안 요인이 됨은 자명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청구나 이행확보가 중요한 만큼 2015년 이래 양육비이행관리원을 한국건강가정진흥원에 두어서(최근 법개정으로 별도기관으로 독립), 양육비 청구·이행확보를 위해 법률적 지원을 할 수 있게 했고, 일방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이를 소명하면 긴급한 양육비 지원을 최대 월 20만 원, 1년간 지원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소득제한이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기준 중위소득의 100분의 75 이하(1인가구 기준으로 중위소득이 222.8만원 수준이니, 월 167만원 이하 소득자만 해당)에 대해서만 이를 지급하게 돼있어 수급자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이렇다 보니, 양육비 이행을 담보하는 수단이 더 중요해졌고, 양육비 미지급 배우자의 여러 사회관계상의 불이익을 부여하는 제도들이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다양하게 도입돼 왔습니다. 가정법원에서 양육비 이행명령을 받은 배우자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운전면허에 대해서 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외에도 출국금지, 명단공개, 더 심한 경우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조금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급여생활자의 경우는 이미, 양육비 직접지급명령제도에 따라서(가사소송법), 아이를 양육하는 배우자가 양육비 직접지급명령 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내면, 원천징수자인 회사가 양육비 미지급 배우자의 급여에서 일괄적으로 양육비를 떼어 양육 배우자에게 직접 지급할 수 있는 제도도 있죠.

문제는 이러한 구제책에도 불구하고, 그 지원이 한시적으로 1년에 불과하고 소득제한도 걸려 있다 보니, 실제로 많은 배우자들을 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소득제한도 더 완화하고, 지원금액도 더 상향하자는 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22대 국회에 무수히 많이 발의되어 왔습니다. 물론 소득제한 기준이나, 지원 금액은 공란으로 한 채요.

다만 지원기간은 아동의 미성년기간이 종료하는 만 19세까지는 지급할 수 있게 하고,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하면 그 금액을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고지하고 미납부시 국세 강제징수 절차에 따라 징수하게끔 하자는 것이 '양육비 대지급' 법안의 요지입니다.

정부 부처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서 대체로 '신중 검토' 입장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죠. 먼저 이미 기존의 '한시적 긴급지원제도'상의 지급대상, 지급금액을 확대하는 것이 간편하지, 별도의 대지급 제도를 만들 필요성이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제도'와 '양육비 대지급' 제도의 차이는 한시성이냐 장기성이냐 하는 것이지, 그 외에 지급기관, 지급절차에서는 기존의 틀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습니다. 현 '한시적 긴급지원제도'의 경우도, 양육비 미지급 배우자에게 통지하고 국세체납절차를 밟는 과정은 모두 동일합니다.

다음으로는 예산 비용을 문제삼고 있죠. 현재 대략의 추계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 지급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재정소요만 751.8억 원 정도입니다. (추계식 : 미성년 자녀가 있는 한부모가구 수 41만2900가구 × 이혼·미혼 한부모가구 비율 88.4% × 양육비 채권 소유 비율 21.3% × 양육비 채무 미지급율 29.4% × 한부모가구의 만 18세 이하 평균 자녀수 1.4명 × 자녀 1인당 월 대지급액 20만 원 × 12개월. 여성가족위원회 '양육비 대지급에 관한 특별법안 검토보고(2023.6)' 15쪽)

또 양육비 문제는 어찌 보면 사적자치에 속하는데, 여기에 과도하게 국가가 비용을 소요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의식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 부처의 생각과 달리, 22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법안들이 다수 발의되고 있으니, 본 '양육비 대지급법' 역시 재심의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다수의 OECD국가 들은 양육비 대지급제도를 두고 있고, 대부분 아동의 학령기간이 끝나는 만18세~25세까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의 '한시적 긴급지원제도' 역시 이러한 '양육비 대지급;제도와 비슷한 절차로 변화를 밟게 될 것입니다.

한부모가정의 경우 훨씬 더 열악한 경제적 지위에 놓이게 될 것은 그 자체로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한부모가정의 아동들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가가 사회복지의 일환으로 '양육비 대지급'을 시행하는 것은 일응 타당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떠한 아동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받고 태어난 것이고, 차별은 곧 또 다른 사회불안과 극단적인 행동의 시발점이라는 점을 국가가 지금이라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 대표가 2019년 12월 10일 경찰청 앞에서 양육비 관련 법안 제정을 위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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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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