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사망자 4만 명 육박하는데…이스라엘서 K팝 페스티벌?

팔레스타인 지지 시민단체·케이팝 팬들 보이콧 운동 나서…외교부 "상황 개선되어 팔레스타인에서도 진행되길"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KBS가 주최하는 '케이팝(K-pop) 월드 페스티벌' 참가자를 선발하는 예선이 이스라엘에서도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를 비롯해 일부 케이팝 팬들이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8일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는 '외교부는 <한국문화축제 K-Pop 월드페스티벌 이스라엘 예선(2024.7.15)>을 철회하기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 주민을 불태우고, 도륙내고, 굶겨 죽이는 걸 매일, 10개월 째,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글로벌한 K-POP 축제에 현재진행으로 집단학살을 자행 중인 전쟁범죄 국가 이스라엘을 초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주민 약 4만 명을 학살했다. 피해자는 실시간 늘고 있고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 랜싯은 지금 바로 이스라엘이 집단학살을 멈추더라도 직간접적 피해로 인한 가자 주민 사망자수는 적게 잡아도 18만 6000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가자 주민 전체 인구의 8%에 달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 대한 집단학살 판결을 진행중으로, 이스라엘이 민간인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멈추라는 임시조치 명령을 2024년 1월에 내린 후 반복해서 이 명령을 확인했다"며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청구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의 케이팝 팬들은 축제를 즐길 수 없다. 이미 살해당했으며, 간신히 살아남았어도 마취제 없이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친지가 살해당했고, 폭격을 피해 수 없이 피난길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라며 "그 학살자들과 축제를 즐기겠다는 발상을 도대체 누가 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이들은 "더군다나 매년 팔레스타인인을 초대하던 관례를 깨고, 이스라엘 불법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이 시작된 2023년과 이스라엘 국가의 집단학살이 진행중인 2024년에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인만 초대하지 않은 것을 보며 한국이 집단학살 가해자들에게 적극 공모하겠다는 것인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지난 6월 28일 '2024 한국문화축제'를 오는 15일 텔아비브대학 스몰라지 대강당에서 개최한다며 행사 중 하나로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이스라엘 예선'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다채로운 한국문화 체험의 장을 마련하고자 부스 전시, 홍보, 케이팝 축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며 "비록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지내고 있지만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하면서 희망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이라고 공지했다.

외교부는 위 행사와 관련 10일 "전 세계 우리 재외공관이 주재국 국민들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고 이해를 제고하기 위해 주관하는 공공외교 행사인 ‘한국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은 행사에 초대되지 않았다는 단체의 주장에 대해 외교부는 "주팔레스타인대표사무소에서도 2022년 예선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향후 상황이 조속히 개선되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도 행사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위 페스티벌은 지난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KBS와 함께 개최돼왔다. 매년 전 세계 약 100여 개 재외공관이 현지 외국인을 대상으로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예선을 주최하고, 예선전을 통과해 선발된 10~15개 팀이 창원에서 개최되는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올해도 약 40개 재외공관에서 예선이 진행 중이며 창원특례시에서 페스티벌 본선이 개최될 예정이다.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도 진행되는데, 지난해의 경우 '온앤오프', '권은비', '드림캐쳐', '드리핀', 'DKZ', '시크릿넘버' 등이 출연했으며 KBS WORLD를 통해 전 세계 100여 개국에 방영됐다.

한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사망자가 지난해 10월 7일 이후 10일 현재까지 약 4만 명에 육박하면서, 이스라엘의 참가를 두고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케이팝 그룹 BTS의 공식 팬클럽인 아미(ARMY) 중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팬들이 모인 'ARMY for Palestine'은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예전 트위터)의 공식 계정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에 산 채로 불태워져 살해당하고 있는데 집단학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이스라엘인들과 K-POP 축제를 즐기겠다고요?"라며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시작 후 그 어떤 것도 전과 같을 수 없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케이팝에서 예술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희석시키지 말라"는 의미의 "No To Artwashing In Kpop"이라는 해시태그를 함께 게재했다. 이 태그를 X에서 검색할 경우 이에 동조하는 여러 게시글이 나타나고 있다.

케이팝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공식 팬클럽인 '스테이' 중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팬들이 모인 'Step out & Speak up' 역시 'X'에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을 거부해달라. 이스라엘의 개인들이 한국 공영방송에서 공연할 수 있다"며 "시온주의(유대 민족주의)는 점점 더 케이팝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더 이상 계속되지 않도록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이 공지한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예선 포스터. ⓒ주이스라엘한국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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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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