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10만원' 출생기본소득, '키다리 아저씨'인가 미봉책인가

[국회 다니는 변호사] 우리아이자립펀드법(아동복지법)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지만, 여전히 원구성을 놓고 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와중에도 국회의원들은 많은 민생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뤄볼 내용은 저출생 대책의 하나로 발의된 아동복지법 개정안, 일명 '우리아이자립펀드'를 다뤄보겠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생 상황은 심각하죠. 2023년 출생·사망 통계상의 서울지역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역대 최저수준입니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조직을 개편하기도 하고, 저출산대응기획부를 만들겠다고도 하고 있죠. 2004년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출범한 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그 기능을 다했다고 볼 수 있겠죠. 정책집행·예산 권한을 갖지 못한 위원회 조직의 한계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저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어떠한 예산·정책을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를 거둘 수 없죠.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저출생대책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법안이 발의됐고, 본 지면을 통해서도 여러 법안들을 소개해드린 바가 있습니다.

생물학자 최재천 전 이화여대 교수의 표현처럼 '한국에서 애를 낳으면 바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는커녕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가 왠 말일까요. 저출생대책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복합적인 사회의 위기, 그리고 그 속에서의 개인의 생존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와중에 다양한 저출생 법안이 또 22대 국회 들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법안은 '우리아이자립펀드법(아동복지법 개정안)'입니다.

이 법은 8세 이상 18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현금성 지원을 해주겠다는 법안입니다. 정부가 아동이 성인이 될 때 까지 매월 10만원 금액을 계좌에 입금해주고, 아동이 성인이 된 시점에 계좌에 있는 금액을 인출해서 학자금 등 여러 자금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해주겠다는 것이죠. 민주당의 총선공약이기도 했고, 이재명 대표의 '출산기본소득' 정책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대학생 시절을 되돌려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 학비야 어떻게든 조달할 수 있다 치더라도, 생활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었죠. 또 집에 들어가면 부모님 잔소리에 함께 살기 점점 싫어지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에게 손을 뻗기엔 대학생이 영 자립심이 생기지 않는 것 같고 해, 봉사장학생, 대학생 과외로 이래저래 생활비를 조달했던 것 같습니다. '4년 동안 그러한 비용 걱정 안 해도 되니까 내가 다 돈 대줄게'라는 분이 있다면, 그 분을 저는 하늘같이 떠받들었겠죠.

만약 국가가 이런 '키다리 아저씨'가 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산술적으로 생각해서, 만 8세 아동이 만 18세가 될 때 매월 10만 원씩 10년동안 연 이율 4.5%(월복리, 우대금리적용)수준으로 적립할 수 있다면, 약 1517만원 정도를 적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법 취지대로 보호자가 추가로 월 10만 원씩 더 넣어준다면 약 3035만 원 정도를 적립할 수 있겠죠. 빚 안 지고 대학교 학자금 1~2년치는 감당할 수준은 될 겁니다. 학비 걱정 안 하고, 생활비만 벌어도 될 수준이 되면 학교에서 좀 더 학업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법안이 의도한 바는 국가가 '키다리 아저씨'가 돼 아동들이 성장하고 자립할 자금을 마련해주겠다는 것 같습니다. 좋은 취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퇴직연금처럼 장기간 안정성을 갖고 이 펀드가 한국 증시에 투입된다면 증시 안정 및 부양에도 일정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한 편으로는, 현금성 저출산 지원 정책이 현재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의 실효성을 더 살리는 것이 좋은 정책이 아니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인 2018년에 아동수당 제도를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만 7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매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게 됐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0세부터 5세의 아동에게 보육료(또는 양육수당)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돌봄 서비스 역시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지원 형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재의 아동수당을 몇 배까지 더 확대하거나, 추가로 발생한 양육비용을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완전히 보전해 주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아이자립펀드' 같은 방식의 예산투입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직접적 수단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이미 생존하고 있는 만 8세부터 만 18세에 이르는 아동에 대한 지원이라면, 저출생 문제의 해결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출산에 이르지 않는 가족 또는 여성에 대한 지원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더더욱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정부가 이러한 비용을 계속 적립하는 방식보다는 부모의 양육 비용을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형태의 현금성 지원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한국사회의 저출생은 사회의 과도한 경쟁 구도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국민이전계정의 생애주기적자구조, 2020년 분석) 생애기간 중 26세까지 1명당 최소 드는 개인의 비용은 3억4921만 원이 소요됩니다.(정부 예산까지 포함시 2억6662만 원).

1년에 아이 키우는 공식적인 비용이 1100만 원 가량 든다는 것인데, 이것은 실제로는 가장 낮게 잡은 수치입니다. 이보다 비공식적으로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출산 직후 소요되는 산후조리원비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발생하는 각종 학원비(특히, 영어유치원 등 비용)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공식 비용 외의 비용은 그야말로 과외의 비용인 것이므로 정부가 개인에게 보전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사회는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한 준비에 투입해야 하는 비용이 과도하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안정적 고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예외인 로스쿨과 의대 합격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를 낳는다고 그 아이의 미래의 행복을 부모가 보장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문제로 혼인대비 출산율도 점점 하향하는 추세이며(2011년 1.61대비 2022년 1.30까지 하락), 결혼 또한 점점 미루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부터 정부가 고민해나가고, 국회가 이러한 플랜을 마련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의 저출생의 논의는 대부분 지원성 사업에 국한된 예산사업 위주로만 논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로서 직접적인 저출생의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결혼을 통해 육아를 결심한 부모를 지원해, 혼인대비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는 있겠습니다만, 저출생의 근본적인 원인인 과도한 경쟁사회, 부동산 가격, 서울로의 인구집중 등 현상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현금성 지원 정책을 고도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관해 여·야간 합의점을 도출하고 그 정책을 실현해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서울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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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웅

박지웅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의 변호사로 재직중입니다. 국회의원 비서관, 국회교섭단체 정책연구위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역임하며 국회 입법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연구하며 오랫동안 여러 입법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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