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또 지각? 하루 넘긴 새벽 평양 도착…'당일치기' 회담에도 포옹한 김정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설정 주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은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했다. 이에 1박 2일이 아닌, 만 하루가 안되는 '당일치기'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양측이 설정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19일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새벽 3시 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공항에 나왔고, 양 정상이 포옹하며 인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양 정상은 통역을 대동한 채 인사말을 주고 받았는데 김 위원장의 말에 푸틴 대통령이 큰 웃음을 짓기도 했다. 공항에는 '조로(북러) 친선은 영원하리라'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 19일 오전 3시경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통신은 양 정상이 아우루스 승용차를 타고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향했으며 이 때도 통역을 대동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날 오전부터 공식 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로친선의 전면적개화기에 특기할 력사적인 상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전했다.

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과 로씨야련방(러시아)사이의 친선관계가 국제적 정의와 평화, 안전을 수호하고 다극화된 새 세계건설을 추동하는 강력한 전략적 보루로, 견인기로 부상되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조로친선단결의 불패성과 공고성을 다시금 뚜렷이 증시하며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의 또 한 차례의 력사적인 상봉이 평양에서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동지께서는 2023년 9월 워스또츠느이(보스토니치) 우주발사장에서의 상봉에 이어 뿌찐(푸틴)동지와 270여 일 만에 평양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된 기쁨과 반가움을 금치 못하시면서 굳은 악수를 나누시고 뜨겁게 포옹하시였다"며 "뿌찐동지는 평양방문이 이루어진 기쁨을 피력하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비행장에까지 나오시여 따뜻이 맞이해주신데 대하여 깊은 사의를 표시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김정은동지께서는 뿌찐동지를 숙소까지 안내하시기 위하여 대통령전용차에 동승하시였다"며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시면서 최고수뇌분들께서는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푸시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시였다"고 덧붙였다.

▲ 김정은 (맨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에서 세 번째) 러시아 대통령이 금수산 영빈관에 들어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양측은 이번 만남을 통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타스>통신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이 지난 17일(현지시각) 브리핑을 통해 양측 정상이 "매우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며 이는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과 2000년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 2000년 평양선언과 2001년 모스크바 선언 등 기본 문서를 대체한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했다.

이에 양측이 유사시 자동 개입한다는 동맹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지 주목된다. 지난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북한과 유사시 자동 개입을 포함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조약은 소련 붕괴 이후 1996년에 폐기됐고, 이후 2000년 러시아와 북한은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으나 여기에는 이전에 존재했던 자동 개입 조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양측이 새롭게 체결할 문서에 군사 기술 협력 및 지원 분야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냐는 질문에 우샤코프 보좌관은 "이 문서는 추가적인 협력에 대한 전망을 개략적으로 설명할 것이며, 안보 문제를 포함하여 모든 선에서 국제 정치 및 관계 분야에서 최근 몇 년 동안 국가 간에 일어난 일을 고려하여 자연스럽게 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대표단 구성을 고려했을 때 군사 부문의 협력이 상당 부분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데니스 만투로프 제1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경제 지원·제재 부총리,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부 장관과 함께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알렉세이 크리보루츠코 국방차관 등이 푸틴 대통령과 동행했다고 밝혔다.

또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과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올레그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등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성 발사 기술 및 인프라와 관련한 협의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우샤코프 보좌관이 "국제 의제를 논의하는 데 상당한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현재 외교 정책 문제에 대한 두 나라의 접근 방식이 매우 가깝거나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우샤코프 보좌관은 두 나라가 함께 평등, 주권 존중, 내정 불간섭의 원칙에 따라 다극화 세계의 형성을 옹호한다고 강조했다"며 "이 문제는 푸틴과 김정은 사이의 비공식적인 소통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있는 금수산 태양궁전에 방문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선대 업적보다 본인을 부각시키고 있어 이번에도 방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양측은 지난해 9월 아무르 주에 위치한 보스토니치 우주기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고위급 차원의 왕래를 이어가며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이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평양에 방문했고, 이어 올해 1월 최선희 외무상, 3월 윤정호 대외경제상, 4월 김승두 북한 교육상 등이 잇따라 모스크바를 찾았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 방문했다. 평양 거리에 푸틴 사진이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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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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