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공동의 적 '미국' 맞서 북과 연대…"더욱 높은 수준 올려세울 것"

북한 방문 앞두고 <로동신문>에 기고…"다방면적인 동반자 관계 적극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북한 방문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은 2중기준에 기초한 '규정에 기초한 질서'를 세계에 강요하면서 여기에 응하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 혹독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북한과 협력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18일 방문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게재된 기고에서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씨야(러시아)의 특수군사작전을 굳건히 지지하고 주요국 제 문제들에 대하여 우리와 련대성을 표시하며 유엔무대에서 공동 로선과 립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은 어제도 오늘도 우리의 믿음직한 동지, 지지자로서 정의와 자주권에 대한 호상존중, 서로의 리익에 대한 고려를 기초로 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를 수립하는데 저애를 주려는 '서방집단'의 욕구를 견결히 반대해 나설 용의가 있다"며 북한과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본질에 있어서 '2중기준'에 기초한 세계적인 신식민주의독재 외에는 그 무엇도 아닌 이른바 '규정에 기초한 질서'를 세계에 강요하려고 갖은 발악을 다하고 있다"며 "이런 립장에 응하지 않고 자주정책을 펴는 나라들은 더욱더 혹독한 대외적 압력에 부딪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 지도부는 자주와 독립에 대한 이런 응당하고 합법적인 지향을 저들의 세계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과 서방이 "2014년 끼예브(키이우)에서의 무장정변과 그 후 돈바쓰(돈바스) 지역에서의 전쟁을 지지 조작함으로써 자기들이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을 지연시키고 더욱 격화시키기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한 지금까지 그들은 매번 평화적인 사태조정을 위한 우리의 모든 시도들을 거부"했다며 "로씨야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가장 복잡한 모든 문제들에 대하여 평등한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 및 최근 거론되고 있는 병력 파견, 경제 제재 등을 언급하며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국내에서 사회정치적인 긴장격화를 부추기려고 책동"하고 있으나 "그들이 아무리 무진 애를 쓴다고 해도 로씨야를 억제하고 고립시키려는 그들의 모든 시도들은 파탄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국가지도부는 모든 의견상이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지향을 여러 번 발표하였다. 그러나 워싱톤(워싱턴)은 이전에 이룩된 합의 리행을 거부하고 더욱 혹독하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요구들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이 러시아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양측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로씨야는 어제도 래일도 교활하고 위험하며 침략적인 원쑤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투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영웅적인 조선인민을 지지하였으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는 국제관계를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로 만들기 위하여 밀접하게 협조할 용의가 있다"며 "이를 위하여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등의 조치를 추후에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맞섰던 역사 및 1950년 발발했던 6.25 전쟁 등을 언급하며 "평등과 호상존중, 신뢰의 원칙에 기초한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이 친선과 선린의 관계는 70년이 넘었으며 영광스러운 력사적 전통으로 수놓아져있다"고 자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2000년 북한 방문 및 2001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지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보스토니치 우주기지 방문 등 양 정상회담이 이어져왔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오늘날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다방면적인 동반자관계를 적극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공동의 노력으로 쌍무적 협조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세우게 될 것이며 이것은 로씨야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사이 호혜적이고 동등한 협조를 발전시키고 우리의 자주권을 강화하며 경제무역관계를 심화시키고 인도주의분야에서의 련계를 발전시키며 결과적으로는 두 국가 공민들의 복리를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굳게 확신한다"고 밝혔다.

▲ 1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외무부 당국자들과 만남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양측 관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세울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아직 확정짓기는 이른 상황이다. 다만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이 17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러 양측 정상이 "매우 중요한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며 여기에는 "포괄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합의 체결"에도 적용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양측 관계를 지금보다 더욱 강화하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러 양측이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을 약속하는 동맹과 가까운 수준으로 군사 관계를 격상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샤코프 보좌관이 "체결 중인 문서는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과 2000년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 2000년 평양선언과 2001년 모스크바 선언 등 기본 문서를 대체한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1961년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은 북한과 유사시 자동 개입을 포함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조약은 소련 붕괴 이후 1996년에 폐기됐고, 이후 2000년 러시아와 북한은 '친선, 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으나 여기에는 이전같은 자동 개입 조항은 명시되지 않았다.

그간 러시아는 양자관계에서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왔다. 중국과는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인도와는 '특별하고 특권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이번에 러시아가 북한과 설정하려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베트남, 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등과 관계에 적용되는 수준이다. 한러 관계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이 대통령이 러시아에 방문한 이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설정돼 있다.

정부는 이러한 명칭에 대해 과시하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실제 협력 수준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러 간 교역액이 지난해 3000만 달러 수준이지만 한러 간에는 1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을 보더라도, 관계를 설정하는 명칭을 위주로 양자관계를 평가하는 것은 실질 관계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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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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