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 13명에 학위 주지 않자 졸업생들 집단 퇴장

미 하버드 졸업식에서도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외침 이어져

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가한 13명에 대해 학위를 수여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졸업식에 참가한 수백명의 졸업생들이 이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23일(이하 현지시각) <AP> 통신은 이날 열린 하버드 대학교 졸업식에서 "수백 명의 학생들은 학교가 시위에 참가한 13명의 하버드 학생들이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고 발표한지 하루 만에 '자유로운 팔레스타인'(Free, free Palestine)을 외치며 졸업식장에서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일부 학생들은 함께 졸업장을 받지 못한 13명의 학생들도 졸업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외쳤다"며 "슈루티 쿠마르 학생 대표는 표현의 자유와 연대의 표현이 처벌받게 됐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쿠마르 대표는 오늘 졸업하지 못하는 2024학년도 학생 13명의 졸업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해 졸업생들로부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쿠마르 대표는 "대학 내 표현의 자유와 시민 불복종에 대한 권리에 대한 편협함에 깊은 실망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1500명이 넘는 학생들과 500명의 교직원들이 목소리를 냈다면서 "이것은 시민의 권리와 민주적 원칙에 관한 것"이라며 "학생들도, 교수진도 외치고 있다. 하버드는 우리의 말이 들리나"라고 말했다.

▲ 23일(현지시각)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하버드 대학 최고관리위원회는 대학 내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인 13명의 학생들이 대학 정책을 위반했다면서 학위를 수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이러한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은 하버드 규정의 명시적 조항에 따른 것"이라며 "모범적이지 않은 학생은 학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시위 학생들의 지지자들은 위원회의 이같은 결정이 지난 14일 앨런 가버 임시 총장과 시위대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시위 학생들은 대학 관계자들이 기부금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며 자발적으로 시위 텐트를 해체한 바 있다.

시위 학생들의 지지자들은 22일 성명을 통해 위원회의 결정은 13명 학생들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적인 교수진 투표를 거부함으로써 대학이 완전히 불법적인 조직이고 가버는 불법적인 총장이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쏘아 붙였다.

졸업장을 받지 못한 13명의 학생 중 한 명인 아스머 아스라르 사피는 "우리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의 친구들이 가자 연대 캠프의 유산을 가지고 매각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은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계 기업 주식 매각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재정적 관계를 끊어내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이날 졸업식 퇴장 시위에 참여한 졸업생 알라하 나사리는 앨런 가버 임시 총장이 무대에 올랐을 때 행사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저는 교수진의 지원 부족이 학생 시위자로서 가장 실망스러운 측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의 연사로 나선 언론인 마리아 레사(Maria Ressa)는 졸업생들에게 "캠퍼스 시위는 미국의 모든 사람들을 시험하고 있다. 시위는 건강하다. 그들은 폭력적이어서는 안되지만 침묵해서도 안된다"며 학생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졸업식이 열린 캠퍼스 주변에는 졸업생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다수의 경찰관들도 배치됐다. 미국 대학 캠퍼스 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3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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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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