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게 반도체법은 제2의 '맨해튼 프로젝트'였다

[최재천의 책갈피]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하느님의 나라에는 직선이 없다(훈데르트바서)'고 했다. 당연하게도 "(반도체) 비즈니스에는 직선이 없다."

쟁기는 식량과 지상의 풍경을 바꾸었으며, 금속 활판 인쇄술은 교육을 바꾸었다. 자동차는 지평을 멀찍이 확장하며 중력의 법칙을 완화시켰고 에디슨의 전구는 밤을 밝혔다.

"마이크로칩은 이들 모두를 능가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놀라운 발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100년 뒤 누군가가 우리 시대의 역사를 정리한다면 반도체는 역사책의 주요한 테마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반도체를 과학기술 전문가들만의 영역으로 미뤄두고 지식의 최전선에서 맞이하지 않는다. 두 권의 책이 맹목을 깨뜨리고 지식과 상식을 안겨준다. 하나는 미국의 역사학자 크리스 밀러가 저술한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다른 하나는 영국의 금융 저널리스트 제임스 애슈턴의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휴대전화의 두뇌에서 인공지능의 두뇌로>.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임기 마지막 주, '미국의 장기적 반도체 리더십 확보'라는 제목의 특별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과시켰다.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개발), 아폴로 프로그램(유인 달 탐사), 인간 게놈 프로젝트(인간 게놈 염기서열 분석)의 뒤를 이은 대담한 시도였다."(<MIT 테크놀로지 리뷰 코리아> 2024년 4월 호)

당시 러몬도 상무 장관은 반도체 법의 통과를 1961년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고 한 케네디 대통령의 발표에 비유했다. 중국도 2013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양탄일성(两弹一星)' 정신, 1960년대 중국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만들고, 인공위성을 발사시켰던 정신을 끌어왔다.

모든 창의성과 비즈니스가 그러하듯 특별한 열정에 기반한다. TSMC의 창업자 모리스 창은 이렇게 말했다. "삶과 일의 균형(워라밸)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 일과 삶의 균형이라. 제가 그 나이였을 때는 일이 없으면 삶도 없었어요."

인텔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가 그전 회사를 사직하며 남긴 글이다. "단순히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에서는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도 만들지 않은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작은 회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휴식 후 새 회사를 창업할 수도 있습니다."

▲(좌) <ARM, 모든 것의 마이크로칩> 제임스 애슈턴 글, 백우진 번역, 이진원 감수, 생각의힘. (우)<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크리스 밀러 글, 노정태 번역, 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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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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