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주한미군 철수" 주장한 트럼프 안보보좌관 후보, '방위비 올리기' 협상카드?

콜비 전 부차관보 "한국, 북한 방어에 주된 책임져야…나에게 권한 있으면 주한미군 두지 않을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 인사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철수 가능성과 함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서 한국 측의 부담을 높이기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이 필요없다고 말했다고 8일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6일 이뤄진 인터뷰에서 콜비 전 부차관보가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 싸우면서 중국과도 싸울 준비가 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을 주한미군 철수 이유로 제시했다.

그는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난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 전력 다수가 한국에 있으면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너무 가까워 엄청난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러한 구상이 "미국이 한국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또 대만이 공격을 받더라도 한국에게 대만 방어를 직접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며, 한국이 준비가 돼있지 않더라도 전시작전통제권을 가능한 빨리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23일 이뤄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도 "주한미군은 점차 중국을 지향하되, 북·중의 연합공격이 있을 때만 한반도를 방어하는 성격이 돼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재래식 전력 지원에 대한 기대를 줄이고, 직접 한반도를 방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철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까지 고려한 모든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며 주한미군이 빠진 자리를 미국이 아닌 한국의 자체 개발 핵무기로 채우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지난 4월 3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와 관련해 "주한미군이 주로 한국의 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만큼 한국이 한반도에 미군을 유지하는 데 공정한 방식으로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타임>지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며 "그들은 우리의 4만 명 병력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한국) 군대를 위한 대부분의 비용을 무료로 지불"해왔는데 본인이 집권 이후 "그들은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동의했다"며 한국의 분담금 부담을 이끌어낸 것이 본인의 업적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그들은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해서 그 금액을 이전의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던 정도로 되돌렸다"며 "한국은 부유한 나라다. 말이 안된다. 왜 우리가 지켜줘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대답은 사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주한미군 규모는 2024년 현재 2만 8500명 정도이며, 2021년 바이든 정부 당시 합의했던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의해 한국의 부담금은 1조 1833억 원으로 결정됐다.

또 이 금액은 직전 트럼프 정부 때 체결했던 협정에 비해 13.9% 증가된 수치이며,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도별 한국의 분담금 총액은 전년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언급하는 것을 두고 실제 주한미군 철수를 실행하기보다는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협박용 카드'로 이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는데, 그가 강조하는 소위 '미국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방위비가 활용돼 왔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편 한미 정부는 지난 4월 23~25일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1차 회의를 가졌다.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을 약 1년 9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협상을 개시한 셈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확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한 상태다.

▲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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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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