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적 나발니 살해 지시하지 않았다? WSJ "푸틴 지시 아닌 듯"

정보 소식통 "푸틴 책임 없다는 뜻 아니지만, 살해 명령하지 않았을 가능성 있어"

러시아 반체제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옥중 돌연사와 관련, 미국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살해를 지시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 사망 당시 푸틴의 책임을 강조하며 500여 개의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27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문제에 정통한 여러 명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보기관들은 푸틴이 지난 2월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수용소에 있는 나발니에 대해 살해 명령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그의 사망 경위에 대한 미스터리를 심화시키는 결과"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평가는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푸틴의 책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푸틴이 살해를 명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미국 정보 당국인 CIA(중앙정보국), 국가정보국(DNI), 국무부 정보국을 포함한 여러 기관이 이를 공유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고 밝혔다.

신문은 "미국에서는 이제 나발니의 사망 시기가 푸틴에 의해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의 평가는 일부 기밀 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와 사망 시점, 푸틴 대통령의 재선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공적 사실 등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나발니가 사망하면서 러시아 경제를 겨냥한 새로운 제재가 촉발됐고, 러시아와 서방 간 죄수 교환을 위한 민감한 협상이 엎어졌고 러시아의 반체제 세력은 혼란에 빠졌다"며 "푸틴 대통령은 그런 일을 일어나게 하지 않을 계획이었는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소식통들은 나발니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미국의 평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그의 정확한 사망 상황은 완전히 확립되지 않았다"며 "정보 기관들이 나발니의 죽음에 대한 다른 설명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당 보도에 대해 "DNI는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며 "주미 러시아 대사관도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2월 16일 러시아 당국은 나발니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의 제3교도소에서 산책 이후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미 반체제 인사인 나발니에 대해 독극물을 통한 살해 시도를 한 적이 있어 푸틴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실제 그를 살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같은 맥락에서 해당 보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신문은 "일부 유럽 정보기관들은 푸틴이 나발니의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푸틴의 러시아처럼 엄격하게 통제된 시스템에서,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하지 않은 채 나발니에게 해가 가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유럽 관료들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12일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망치로 테러를 당했던 나발니의 최측근 레오니드 볼코프 역시 미국 정보기관들의 평가가 "순진하다"며 "푸틴이 정보를 받지 못하고 나발니 살해를 승인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미국은 나발니의 사망에 푸틴 대통령의 책임이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500여 개의 제재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월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죽음에 "푸틴이 책임이 있다"고 했고 이후 2월 23일 성명을 통해 "알렉세이 나발니 씨의 사망과 관련된 500개 넘는 새 대러 제재를 발표한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소리> 방송이 보도했다.

그런데 사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월 25일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 국장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나발니의 사인에 대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혈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2월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정치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 옆에 전날 숨진 것으로 발표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과 꽃이 추모의 의미로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