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본격 대비? 한미 방위비 협상 23일 하와이서 열려

정부 "대선과 관계없이 타임 프레임 염두에 둔 것"

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 기한을 약 1년 9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협상을 개시했다. 올해 말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에 적정한 수준의 분담금을 확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부인한 상태다.

외교부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1차 회의가 4.23.(화)∼25(목)간 미국 호놀룰루에서 개최된다"며 "한국 측은 이태우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수석대표로 외교부・국방부・기획재정부・방위사업청 관계관 등이, 미국 측은 린다 스펙트(Linda Specht) 국무부 선임보좌관을 수석대표로 국무부・국방부・주한미군 관계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마련과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강화를 위한 우리의 방위비 분담이 합리적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 하에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5일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태우 전 주시드니총영사를 협상대표로 임명했다며 방위비 협상 개시를 알린 바 있다.

직전 11차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은 오는 2025년 종료된다. 만료가 1년 9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12차 SMA를 개시하는 것을 두고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이후 협상이 부담스러운 한국과 그의 주요 공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바이든 대통령 측의 선거 전략 간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11차 협정과 마찬가지로 4년짜리 협정을 만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사 집권하더라도 변경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는다면서 대폭 인상을 요구해왔다. 그가 강조하는 소위 '미국 우선주의'를 현실화하는 대표적인 공약으로 방위비가 활용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는 올해도 동맹국들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10일(현지시각) 미 방송 폭스뉴스 주관으로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Town hall Meeting, 정치인 등이 지역 주민들과 만나 의견을 듣거나 토론하는 행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에 대한 방위 공약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 제대로 우리를 대우할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답을 내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나토는 우리를 이용했다"면서 동맹국들이 자신들 몫의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아 미국이 이를 떠안게 됐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이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다보스 포럼 당시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유럽에 분담금 증가를 요구했다고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10일(현지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회원국을 방어하지 않겠다는 과거 자신의 발언을 되짚었다"며 "한 발 더 나아가 그런 회원국이 있다면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월 19일(현지시각) 영국의 'GB뉴스'와 인터뷰에서 해당 발언에 대해 "나는 일종의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미국의 몫을 지불하는 것이다. 나머지 모든 국가들의 몫까지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나토의 다른 회원국들이 규정에 맞게 몫을 낼 경우 미국은 나토에 잔류하냐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100%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도 트럼프 집권 당시 방위비 협상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2019년 제10차 SMA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 1조 원 이상의 금액을 요구했다. 협상에 진전을 보이지 못한 양측은 결국 유효기간 1년 및 한국 측 분담금 1조 389억 원에 합의했다. 이는 한국의 국방예산 인상 비율인 8.2%를 적용한 결과였다.

이후 열린 11차 SMA 협상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인상 수준은 더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5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합의가 불가능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10차 협정이 만료된 이후에도 새로운 협정이 타결되지 못했고, 결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 3월 분담금을 13.9% 증액하고, 향후 2025년까지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이를 인상하는 데 합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정부는 이러한 해석에 선을 그은 상태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각) 정부 고위당국자는 방위비 협상과 관련 "현행 방위비 협정이 내년 말 종료한다. 보통 협상에 1년 이상 걸리므로, 당연히 금년에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미국)대선에 상관없이 타임 프레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지난 3월 5일 협상대표를 발표했을 당시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과거 사례를 보면 방위비 협상이 상당히 장기간이 소요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차기 협상을 위해 미리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방위비 협상 대표를 임명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 지난 2021년 3월 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은보(왼쪽)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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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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