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미 대사 "북, 스스로 고립하며 협상 거부…전제조건 없는 대화 열려있어"

가자지구 첫 휴전 결의안 구속력 없다던 미국, 지금은 "안보리 결의, 각국이 준수…모든 경우에 적용"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면서도 북한이 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와 관련해 제재는 도구에 불과하다면서도,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17일 서울 남영동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린필드 대사는 "2022년 초부터 북한은 100기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그 중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은 13기였다"며 "그런데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자신과 주민들을 더욱 고립시키면서 협상장에 나오길 거부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분명히 말씀드리겠다. 우리는 여러 번 북한에 대화의 문이 열려있고 전제조건 없는 진정한 의미의 대화에 열려있다고 밝혀왔다"며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런데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한 단일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수준은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과 러시아 간 밀착으로 안보리의 대북 제재 무력화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지난 3월 28일(현지시각)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을 골자로 한 결의안 표결에서 상임이사국만 가질 수 있는 거부권을 행사해 패널 임기를 종료시켰다.

위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연 2회 보고서를 발간하는 활동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패널 종료는 곧 제재 이행을 감시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제재의 효용성이 상당히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어떠한 대안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그린필드 대사는 "한국과 일본,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유엔 내부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간 전문가 패널이 해왔던 업무와 관련해 다른 선택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등 유사 입장국들이 대안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러시아나 중국이 반대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대해 그린필드 대사는 "그들은 우리가 하는 어떤 노력에도 협력하거나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러시아는 이미 제재 체제를 위반하고 있고 북한과 무기를 거래하고 있다. 또 중국과 함께 북한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이 다른 방법을 찾으려는 우리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전문가 패널이 북한의 불법 행위를 계속 주시하고 보고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제재를 위반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지 못했고, 이미 북한이 충분하고 확실한 억지력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그린필드 대사는 "제재는 여러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이행이 중요하다"라며 "러시아나 이란 등은 제재 결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효과적으로 제어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제재를 원하지 않는다. 제재가 목표 달성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재 자체는 효과적 도구다. (제재는) 다른 국가로 하여금 북한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이 이스라엘의 다마스쿠스 영사관 폭격에 대해 지난 13일(현지시각) 제한적 보복을 가하면서 중동 전쟁 위기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과 이란 간 무기 이전이나 핵 관련 협력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린필드 대사는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란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북한의 무기 개발 연구 확장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뿐만 아니라 안보리의 다른 국가들도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17일 오전 서울 아메리칸 디플로머시 하우스에서 열린 방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으로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 성공한 것과 관련, 미국이 이 결의안에 기권하면서 모든 유엔 결의안에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질문도 나왔다.

당시 결의안이 구속력이 없다면 다른 결의안도 구속력이 없다고 볼 수 있냐는 질문에 그린필드 대사는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는 각국이 결의를 준수하고, 안보리의 결과를 존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안보리에서 발언한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 답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식 가입에 대해 열려있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이 그들의 의지로 자신의 국가를 갖게 되고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상태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두 국가 해결책을 지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며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긴장과 마찰이 고조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며 "우리는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해 협상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마친 그린필드 대사는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다. 그는 일본에서도 안보리에서의 북핵 문제, 한미일 3자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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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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