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여성부 명칭 논란, 인구부 신설" vs 민주당 "여성부 강화"

[총선 이슈 정리⑦] 각 정당 여성정책은?…차별금지법엔 침묵한 거대 양당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인식 하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의 공약은 현재 진행중이다. 정부 조직과 정책에서 여성과 성평등, 장애인, 성소수자와 같은 소수자는 지워졌고 관련 정책도 후퇴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3년 세계 젠더 격차 보고서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국가 146개국 가운데 105위를 차지하여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22대 총선에서 각 정당들은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공약들을 제시했을까. <프레시안>은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양당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각 정당의 정책공약의 정당별 정책 분석결과를 토대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여성·성평등 정책을 살펴봤다.

'여성가족부' 대신 저출생 문제 해결할 '인구부' 신설하자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의 여성 공약은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었고 주로 결혼·출산 장려 정책이나 지원금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불평등한 가사·육아 분담과 여성의 경력 단절, 남녀 임금 격차와 같은 성평등과 여성 인권의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특히 여성가족부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정부의 입장을 답습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인구부'를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은 여성가족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왔다고 지적하며 '인구부'를 신설하는 이유로 저출생 문제를 꼽았다.

국민의힘은 공약집에서 "과거에 비해 양성평등이 '여성' 또는 '남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에도 '여성'가족부 명칭으로 인해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키고 본래의 목표와는 괴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정책 및 사업 중심이 아닌 수혜대상 중심이라는 조직 특성이 있다"고 '여성가족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안으로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여 인구위기·세대갈등·성별갈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저출생 정책을 연계하여 총괄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책으로 저출생 위기 극복 및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국가발전과 세대갈등·성별갈등 완화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민의힘의 공약집의 '여성' 섹션에는 공약 사항이 두 가지 뿐이었다. 이 공약들은 저출생 해결을 목표로 '가임기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첫 번째 공약은 생애주기별 여성의 3대 질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료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난임 시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체외수정 칸막이 폐지 및 급여 횟수 확대 검토, 소득 기준 제한 없이 시술비 본인부담금의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성 공약으로 국민의힘은 미혼여성에게도 난자 동결시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난자 동결을 원하는 모든 가임기 여성에게 난자동결 비용을 지원하겠다"며 보조생식술(인공수정·체외수정) 횟수 및 비용의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10 총선 사전투표일을 하루 앞둔 4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사전투표 독려 기자회견을 하며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여성가족부 강화' 공약했지만…'비동의간음죄'는 철회

더불어민주당은 여성가족부의 강화를 공약했다. 성평등 전담부처의 추진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여성가족부의 고유한 입법·예산 및 조직 강화와 성평등 정책의 집행 기능 강화를 약속했다. 민주당은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편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며 "구조적 불평등 사회 해소를 위한 성평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중앙부처로 하여금 중앙과 지역의 성평등 정책 조정‧집행기능을 강화하고 차별‧혐오 해소와 세대‧젠더 공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민주당은 여성 공약으로 △성평등한 노동시장 조성과 성별 임금공시제 도입 △성차별적 면접질문 금지 등 제재 강화 △현행 500만 원에 불과한 채용성차별 처벌규정 강화 △채용 절차상 전 과정에서 지원자 및 합격자 성비 공개 △양육비 국가 대지급 제도 도입 양육비 국가 대지급 제도 도입 △데이트 폭력 범죄 법죄화 및 피해자 보호체계 강화 △스토킹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대처 및 보호 강화 등을 공약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성 공약의 총론에 있어서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여성의 안전과 폭력 예방'이라는 여성 공약의 목표가 있었으나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민생 회복'이라는 큰 섹션 아래 여성 공약을 산발적으로 분포시켰다. 또한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공약에 넣었다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판에 실무 착오라며 철회한 바도 있다.

특히 민주당의 '비동의강간죄 도입' 철회 결정은 지난 총선보다도 후퇴했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지난 21대 '10대 공약'에서도 이미 "비동의 간음죄 도입 검토"를 포함시키며 "'폭행 또는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구성 요소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를 공약에 넣은 바 있다. (☞관련기사 : '비동의간음죄' 하루만에 철회한 민주당…"여성 유권자 무시 행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46개 단체가 참여하는 '2024 총선 여성 주권자 행동 어퍼'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개혁신당은 '비동의강간죄'를 반대하거나 회피하고 있다"며 "강요, 속임, 지위이용, 폭언, 괴롭힘, 경제적 속박 이용, 술과 약물에 의한 성폭력은 '동의없는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저항' 말고 '동의'가 우선인 후보와 정당을 찍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총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별금지법엔 침묵한 거대 양당…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오직 평등에 투표할 것"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서 양당은 공약집에 관련 내용을 담지 않았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지난달 25일 차별방지 관련 정책질의를 진행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들에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녹색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책 공약으로 내세웠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차이 등을 이유로 발생하는 차별행위를 규율하는 법이다. 유엔사회권위원회(UNCESCR)는 2017년 10월 한국 정부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직접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종교단체 등이 법 조항에 포함된 '성적 다양성'을 문제 삼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주요 입법과제로 처음 추진한 차별금지법은 이후 국회가 바뀔 때마다 발의와 폐기만을 거듭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지난 6월 국회 국민동의청원 10만 명을 넘겨 법사위에 자동회부된 상태다. 법사위는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 날인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보수개신교와 야합하는 행태가 다시 반복되는 지금의 상황을 보며 제22대 국회에서도 정치의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시민들은 이러한 현실을 두고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오직 평등에 투표할 것이다. 그리고 제22대 국회에서도 후퇴하는 정치를 규탄하며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을 명시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한 투쟁을 가열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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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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