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대사 공무 수행 중? 공관장 회의 한다며 구체적 일정 밝히지 않아

국방부 "호주대사 방사청장 만나는 일정…본회의는 이번주 후반"

지난해 7월 순직한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임에도 주(駐)호주 한국대사로 임명됐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부임 11일 만에 귀국한 가운데, 방사청장을 만나는 등 공무를 수행중이라고 정부가 밝혔다.

25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종섭 대사의 일정과 관련한 질문에 "주호주 대사가 방사청장을 만날 일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 대사가 부임 11일 만에 입국하게 된 이유인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대해 정부는 관련 자료를 배포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회의에 대해 지난 20일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동 주관으로 3월 25일부터 주요 방산협력 대상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주재 대사들이 참석하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사의 일정과 회의 등에 대해 자료 및 공지 등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 대변인은 "방산 분야에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회의의 특성 상 공개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회의를 발표했던 외교부도 구체적인 회의 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공관장 회의 시작이 오늘인데 실제 6개국 공관장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일정은 언제냐는 질문에 "공개할 수 있는 시점이 되면 공개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이와 관련 전 대변인은 "오늘은 각 해외 공관장들이 각 장관들과 개별적인 만남을 통해 회의를 하고, 3개 장관 또는 6개 공관장, 방사청장 등이 모여서 하는 본회의는 이번주 후반부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회의가 다음주 내내 이뤄질 것이라면서 구체적 일정은 전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25일 시작되는 공관장 회의가 언제 종료되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 대사를 비롯해 이번에 입국한 공관장들이 일선 부대나 방산업체 등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전 대변인은 "현재까지 일선 부대를 방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필요하다면 현재 실제 방산 장비 전력들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들의 어떤 장단점 또는 주요 경쟁국들과의 차이점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그런 과정은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를 포함해 공관장들은 이르면 26일 방산업체를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관장 회의가 종료된 이후 이 대사는 언제 출국하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호주와 외교‧국방 장관 (2+2) 회담 준비 협의가 있어서 언제 출국할지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주한호주대사관 측에 이 대사와 면담 일정 관련 협의 여부를 문의했으나 대사관 측은 답하지 않았다.

이 대사의 귀국을 두고 공무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지난 22일 이 대사의 일정을 대략적으로 공개했다.

외교부는 "이종섭 대사는 입국 이후 방산협력 공관장회의 관련 일정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며 "3.21은 국방부 장관, 3.22은 산업부장관, 외교부 장관을 각각 면담하여 업무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다음주에도 방위사업청장 면담을 포함하여 유관기관 방문 및 관련 인사 면담 등 공식 일정을 매일 가질 예정"이라며 "여타 공관장(주폴란드, 인도네시아, 사우디, UAE, 카타르 대사)들도 다음주중 4개 부처 장관, 청장을 각각 개별적으로 만나서 업무협의를 하고 또한 유관기관 방문 일정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다음주중에는 방산협력 공관장과 유관부처, 기관이 참여하는 합동회의를 개최하여 지역별 협력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 대사가 입국한 21일부터 회의가 시작되는 25일 전까지 이 대사가 공무를 수행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 대사 국내 일정을 아직 파악 못했다"며 "보통 재외 공관장 회의 앞뒤로 하루 정도를 공무 목적으로 인정해 준다. 회의 기간이 공무목적으로 온 출장 기간이고 그 외에는 공무인지 공무 외인지를 판단한다"고 답한 바 있다.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혐의자를 2명 특정해서 경찰에 이첩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고 이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 수사가 진행되는 사안이라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신문에 따르면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8월 20일 '해병대 사망 건 재검토 결과' 보고서에 법무관리관실이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에 대해 의견을 낸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 내 '유관기관의 의견' 항목에서 법무관리관실은 "관련자 2명(대대장 2명)은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므로 인지통보서에 대상자로 특정하여 경찰에 이첩한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지난해 국방부 검찰단(군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혐의자에서 사단장을 빼라고 한 적이 없고, 혐의자를 특정하지 않는 게 군사법원법 취지에 맞다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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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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