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스탈린 집권기록 넘나? 득표율 87%로 다섯번째 대통령 당선

러 대선인데 우크라 일부 지역에서도 선거 치러져…젤렌스키 "독재자의 가짜 선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다시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와 협상에 열려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재무장을 위한 시간을 벌어주는 협상에는 반대한다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 전면 충돌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18일(이하 현지시각)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지난 15~17일 실시됐던 대통령 선거가 95% 개표된 현재 푸틴 현 대통령이 87.32%를 득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후보가 4.28%,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후보 3.85%, 러시아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 후보는 3.1%의 지지를 얻었다고 전헀다.

푸틴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 상황에서 사실상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셈인데,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은 소련 붕괴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투표율 역시 신기록을 세웠다. 17일 니콜라이 불라예프 선관위 부위원장은 "오후 8시 37분(모스크바 현지 시각) 기준 전국 투표율은 74.22%"라고 밝혔다. 기존 최고 투표율이 1996년 69.81%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5% 정도 높아진 수치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대선에서 투표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러시아 대선 최초로 온라인 투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 러시아 디지털 개발부에 따르면 440만 명이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면서 94%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푸틴 대통령은 개표 이후 승리가 확정되자 선거 캠프 본부에서 승리 연설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투표장에 나와 투표해 준 모든 러시아 국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하나의 팀"이라며 유권자들이 "러시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치적 통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를 마음으로 느끼고 조국 러시아의 발전과 강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협상할 준비와 의지가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타격을 입은 군을 재무장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대신,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올해 열리는 파리 여름 올림픽 기간에 휴전을 하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알지 못한다고 답했지만, 어떤 제안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면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나토 간 전면적 충돌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 오늘날 세계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하다"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 임기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 작전 목적을 달성하고 러시아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선 우리는 특별 군사 작전을 수행하고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매우 좋은 속도와 우수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대항하고 있는 극우적 색채의 단체 '러시아 자원봉사단'(Russian Volunteer Corps)에 대해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에 전향했던 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블라소프 장군과 유사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그 사람들은 나치 편에서 싸웠다"며 "오늘날 네오 나치의 정권 편에서 싸우는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고 규정했다. 러시아 자원봉사단은 러시아 내에서 테러 조직으로 규정된 불법단체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개표가 진행된 이후 선거캠프 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수감 중 사망한 러시아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해 "불행하고 슬픈 일이지만, 특별한 사건은 아니다"라며 "교도소에서 사망하는 다른 사례들도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을 러시아의 민주주의 상황과 연결지으려는 미국의 시도에 대해 "미국 감옥에서도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나발니의 죽음을 기리는 의미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붓거나 투표소에 대한 방화가 일어나는 등 투표 방해 행위가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것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민주적이지 않다"며 자신의 투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사람의 투표를 방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이번 대선에 대해 미국은 공정하지 않은 선거였다는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17일 "푸틴 대통령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자신에게 대항하는 다른 후보자들의 출마를 막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번 선거는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대선이 실시된 것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러시아는 2014년 병합된 크림반도와 함께 러시아 동부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남부의 자포리자와 헤르손 등의 지역 주민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고, 실제 선거가 실시됐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독재자"라며 러시아의 선거는 "가짜"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에서 자주 볼 수 있듯이 (푸틴은) 권력에 병들어 평생 통치를 위해 모든 것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가 자신의 권력을 연장시키기 위해 모든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실시한 투표에서 푸틴 대통령은 도네츠크에서 95.23%, 루한스크 94.12%, 자포리자 92.83%, 헤르손 88.12% 등의 지지를 받았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크림 반도에서도 90%가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당선으로 2030년까지 6년 동안 집권하게 된다. 그는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5선에 성공했는데, 임기를 다 채울 경우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간을 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여기에 러시아는 2020년 개헌을 단행, 푸틴 대통령이 2030년 예정인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어 푸틴 대통령은 2030년 당선된다면 2036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은 오는 5월 초에 열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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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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